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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보내지 못한 엽서
게시물ID : lovestory_87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7/08 07:47:3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SnseCb3zhTc





1.jpg

이응준보내지 못한 엽서

 

 

 

아득해지는 게 습관 같아서

나쁜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나무들 사이를 걷지 않는다

나무들 아래 오래 서 있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견디다 못해 함부로 기억나는 건

 

눈 감으면 보이는

그 눈가에

있던 오열

 

견디다 못해 내린다

함부로 쌓인다

아득해지는 내 안에

 

나무 사이를 걷지 않았는데도

나무 아래 오래 서 있지 않았는데도

휘몰아친다

 

안개와 꽃잎

그 일들

 

내 안에







2.jpg

성선경저 시()

 

 

 

어디서 내가 봤더라

분명 본 기억은 나는데

그 때도 분명 그랬는데

오늘과 똑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처럼

꼭 지금처럼

나를 확 끌어당겼는데

뭉클했는데

어디서 물어 본담

물어볼 때도 없고

머뭇거리다가

이마를 툭툭치며

 

말없이

머리만 끼적거리며

()







3.jpg

이상국먼 배후

 

 

 

좋아하는 계집아이네 집 편지통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던져놓고

멀리서 지켜보던 때가 있었다

 

나는 카드를 따라 그 애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져도 그 애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던 나는

언젠가 그 애가 멀리 시집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애들은 그렇게 시집을 갔다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고

또 나는 그 애의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았지만

사철나무 울타리에 몸을 감추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한 소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4.jpg

황영숙하현달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였던가

힘없이 무너지는구나

떨어질 길 위에 서 있어도

두려움 없던 청춘

뜨거운 숯불에 온몸을

씻었던 기억 하나로

세상을 용서하고 돌아가는 길

 

타박타박 등 굽은 여인 하나도

같이 따라간다







5.jpg

이상인홍시

 

 

 

나이를 먹으며 익어간다는 것

마음을 안으로 삭히는 것

살아가면서 만나는

기쁨과 슬픔과 애처로움 같은 것들을

한데 버무리고 뭉쳐서 단맛을 내는 것

연륜이 쌓일수록

얼굴이 벌게지며 부끄러워할 줄 알고

어떤 세파에도 물렁물렁하게 대처하게 된다는 것

지상에 마지막 남은 등불처럼

오래 세상을 깜박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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