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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언97-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김영하<소설집>
게시물ID : lovestory_68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1
조회수 : 6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5 20:28:47

출판일 10.02.16
읽은날 14.09.15
290쪽.

40p. 사진관 살인사건
사건 현장의 목격자 혹은 용의자의 최초 진술이 중요하다. 그때는 경황이 없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진실이 나오는 수가 많다.

68p. 사진관 살인사건
"정명식이가 아주머니 누드를 찍었다면서요?"
여자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더니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울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잔인한가. 그렇지 않다. 개인적인 삶이란 없다. 우리의 모든 은밀한 욕망들은 늘 공적인 영역으로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 호리병에 갇힌 요괴처럼, 마개만 따주면 모든 것을 해줄 것처럼 속삭여대지만 일단 세상 밖으로 나오면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덮치는 것이다. 그들이 묻는다. 이봐, 누가 나를 이 호리병에 넣었지? 그건 바로 인간이야. 나를 꺼내준 너도 인간, 그러니까 나는 너를 잡아먹어야 되겠어.

89p. 흡혈귀
"나를 기억해주겠나?"
"네?"
"이 첫날밤을 기억해주겠느냐고?"
"그럼요. 죽을 때까지."
"고맙다. 처음이라는 건 참 아득한 거다."

176p. 비상구
나는 컵라면에 물을 부어가지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컵라면을 국물까지 다 비우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옷을 벗고 엉켰다. 사타구니에 닿는 감촉이 달랐다. 비상구는 깨끗했다. 나는 그곳에 한참이나 얼굴을 비벼댔다. 여자애는 가만히 몸을 뒤채며 내 얼굴을 감싸주었다.

240p. 바람이 분다
'킬리만자로에 오르기 위해 석 달 동안 새벽 신문을 돌렸습니다.'
한 사진 현상업소의 광고문구. 사진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는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정말로, 그는 석 달 동안 새벽 신문을 돌렸을 것이다. 돈보다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였겠지만. 나는 그가 부러웠다. 꿈꾸는 일을 위해 석 달을 하루같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그가 경이로웠다. 나였다면 단 일주일도 힘들었을 터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굴러간다.

251p. 바람이 분다
추억을 사랑하는 자들은 추억이 없는 자들에 대해 폭력적이다.

272p.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여행이란 그렇다. 그것이 일이든 여가이든 오래 하다보면 묵은 상처들이 드러난다. 그게 서로에게 소금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약이 된다. 조그만 외로움도 증폭되어 서로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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