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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서산에 가면, 누가봐도 허름하지만 예쁜 집이 있고, 이름 없는 강아지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거기에 산다. 집에 놀러 왔다 눌러앉은 녀석들이다. 이름도 없이 '야'라고 부르며 가끔 먹이만 갖다 놓는데도 집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 그렇게 벌써 4년이다. 내 조모의 깊은 정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말 못하는 동물들은 잘 알아보더라. 신기할 것은 없는 일이다.
고양이 둘은 어미가 같은건지 생긴건 달라도 성격이 비슷하다. 사람을 보면 일단 숨지만, 호기심을 못 참고 고개만 내밀어 쳐다보고 있다. 문 틈으로 고양이 눈 네 개가 반짝이는 것은 장관이다.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쉽다. 강아지는 사람을 잘 따른다. 동네 어귀에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꼭 뛰어나가 확인해 본다. 그리고 안아달라고 만져달라고 앵긴다.
강아지는 그래서, 가끔 위험하기도 하단다. 경운기가 지나가도, 오토바이가 지나가도 막무가내로 사람만 쫓는다. 그래서 요즘같이 몇 일 내내 할머니께서 집을 비우실 때는 여지없이 기둥에 묶이고 만다. 보호하기 위한 거라지만, 몸을 구속당하는게 편할리 없다. 그렇게 몇 일 집을 비우고 다시 집을 찾으면, 강아지는 전보다 더욱 더 사람을 그리워하고 부벼덴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나 다정한 것이 외로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쓰럽다.
그게 안쓰러운 것이 나 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추석 오후, 병원일로 집을 비우신 조모를 대신하여 시골 집에 들어갔을 때,고양이 두 마리가 강아지와 어울려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셋은 그렇게 한 참을 어울리다가 내가 카메라를 들고 찰칵 거리자 이내 몸을 숨기고 말았다. 내가 방해꾼이 되었나 싶어 머쓱하게 웃었다. 그렇게나 강아지 스럽고, 고양이 스러운 녀석들인데, 그 아이들 끼리 어느새 우정이 자라고 있었다. 이 것을 의외의 우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외롭게 집에 남겨진 동물들끼리 서로 친분을 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도 교감을 하는데, 같은 동물들 끼리야..
모습이 다르다고 성격이 다르다고 친구가 되지 못할 것은 없나보다. 그저 나눌 것이 있다면, 그것이 하찮더라도 그저 체온일 뿐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전할 방법이 행동 뿐인 동물에게는 언제나 배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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