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 조사 착수
숭례문 화재는 여러 방면에서 우리나라 문화재 수난 역사에 큰 의미를 갖는다. 숭례문 이전까지 목조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하면 완전히 타서 없어지는 ‘전소(全燒)’였다. 숭례문은 신속하게 출동한 소방대원의 진화 활동과 화재 이전에 기둥 등 주요 부위에 살포되었던 방염제 효과로 인하여 다행히도 1층의 90%가 살아 남았으며, 문화재 방재 역사상 화재가 중간에 진압된 최초의 사례다.
따라서 화재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어디에 위치한 부재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한 조사가 가장 먼저 추진되었으며, 이어 화재 진압으로 인한 구조물의 안전성 검토 등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시작되었다. 다음 표는 화재 이후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관련 고증 연구와 연구 용역을 정리한 것이다.
2008년도에 실시한 연구는 2009년까지 계속되었으며, 가장 먼저 시작된 연구는 ‘숭례문 구조안정성 평가’ 연구였다. 화재가 늦겨울 밤에 발생하였고, 수십 대의 소방차에서 쏟아부은 소방수가 숭례문의 기초인 육축에 침투하여, 육축 내부에서 얼음이 얼고 녹기를 반복함에 따라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육축 석재의 풍화(風化, weathering) 상태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지반에 대한 비파괴 조사와 코어링을 통한 지반 샘플 조사도 병행하였다. 더불어 2002년에 실시된 숭례문 3차원 스캔 정밀실측조사 도면과 3차원 스캔 자료를 이용하여 육축의 변형 등을 면밀히 검토하였다.
그 결과 화재와 화재 진압으로 인한 육축의 변형은 거의 없으며, 육축 구조 또한 변함없이 튼실함을 확인하였다. 한편 석재 재질에 대한 분석을 거쳐 숭례문 육축의 석재가 인근 남산 등지에서 채석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경기도 포천에서 채석된 복구용 석재와 거의 동일한 성분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거쳐 교체가 필요한 석재와 건전한 석재를 구분하였으며, 미세 균열에 대한 보존처리도 함께 진행되었다.
숭례문 육축 석재의 훼손정도를 조사한 훼손지도(Weathering Map, 숭례문 남쪽면)
숭례문 화재전 3차원 스캔데이터(2002)
숭례문 화재 후 3차원 스캔데이터(2008)
바로 이어 숭례문 화재 피해부재에 대한 피해상태 조사 연구가 추진되었다. 이 연구에는 문화재 실측 전문가와 건축역사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하였는데, 연구를 통하여 화재 피해 부재를 면밀하게 조사하였다. 그리고, 피해 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부재를 구분하였고, 실측 결과를 도면으로 그려 넣어 주요 기둥과 대들보 등이 어떠한 상태로 화재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구축되었다.
화재피해부재 조립을 통한 훼손지도 제작
화재피해부재 훼손도 조사 도면 예시
목재, 기와, 철물의 긴급 보존처리 진행
한편 숭례문을 구성하고 있던 목재, 기와, 철물 등에 대한 긴급 보존처리가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기와는 1998년의 기와 교체 공사를 통해 현대 기와로 교체되기는 하였으나, 막새기와와 치미, 잡상 등 전통기와가 남아 있었기에, 파손된 조각을 하나하나 모아 복구하였다. 또한 긴급한 보존처리를 필요로 하는 철물과 목재에 대한 보존처리가 함께 진행되었다.
손상부재보존처리광경
부재보존처리: 철물 재사용을 위한 녹제거(위)
손상목부재에 대한 초음파 CT 상세자료(아래)
이러한 부재들에 대한 조사, 분류, 보존처리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 부재들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재사용하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숭례문 손상 목부재의 재활용 방안 연구’는 앞선 정밀 실측과 보존처리 등을 통하여 수습된 부재의 구조적 안정성 등을 검토하고, 초음파 CT 장비 등을 이용하여, 탄화된 목재의 내부 상태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첨단 장비를 이용한 보존과학적 연구와 산림과학원 목재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하여, 탄화된 부재의 잘린 단면이 일정 비율 이상 잔존할 경우 그 부재의 전단력, 압축력 등이 신뢰할만한 수준을 갖게 되고, 재사용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전통기와의 보존과학적 분석
전통기와 제작 및 현장 타격 시험
보존과학 전문가, 기와 전문가, 제와장의 협력
화재 피해 상태에 대한 조사가 정리되어 감에 따라 복구 자재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였고,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전통 기와에 대한 연구였다. ‘숭례문 복구용 전통기와 제작 방안 연구’ 용역에는 보존과학 분석 전문가와 기와 전문가, 전통 기술을 가진 제와장이 함께 참여하였다. 보존과학팀에서는 숭례문에 사용된 옛 전통기와와 발굴 현장 등에서 수습한 조선시대 기와, 제와장이 만든 전통기와로부터 함수율과 비중 등의 과학적 정보를 취득, 분석하였다. 기와 전문가들은 숭례문에 사용된 옛 기와들의 문양과 형태 등을 분석하여, 바람직한 복구용 기와의 규격과 문양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제와장 한형준을 비롯한 전통기와 제작팀은 이러한 특성을 지닌 전통기와가 실제로 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옛 문헌에 나타난 철물 제작 과정(천공개물)
숭례문 방재 시스템 연구 - 방재시스템 설계
2009년에는 단청 문양과 철물 제작 방안, 방재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단청 문양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연구에 참여한 단청장 홍창원은 조선 후기부터 화재 전까지 숭례문의 변화된 단청 문양 등을 고증하여 내었으며, 남은 부재와 지붕 속에서 발견된 옛 부재의 문양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여, 복구 단청의 기본 문양을 제안하였다.
보존과학 전문가와 철물 제작 전문가가 참여한 철물 관련 연구에서는 문헌에 기록된 전통적인 제철 방식이 실제로도 적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철물을 제작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방재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숭례문과 같은 특징을 가진 중층 목구조물의 화재 등의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재 시스템을 도출하였다.
전통기왓가마(등요) 복원 및 기와 제작
육축하부구간 분석을 위한 탄성파시험
2010년에는 전통기왓가마에 대한 연구와 함께 육축의 하부 구간에 대한 추가적인 구조안정성 검토 연구가 진행되었다. 제와장이 가진 제와 기술은 분명 옛 문헌에 기록된 전통적인 방식이었으나, 기와를 구워내는 기왓가마는 일제강점기를 통하여 변형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이에, 제와장을 중심으로 가마 연구자, 공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전국에서 발굴된 기왓가마 터에 대한 일제 조사에 착수하였다. 각 기왓가마의 형태, 구조, 경사도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지역적으로 서울, 경기 지역에 위치한 기왓가마의 표준형태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왓가마의 복원으로 이어졌고, 2010년 가을, 전남 장흥에 위치한 제와장 거주지에 복원된 기왓가마는 수십 년 만에 전통제와의 불길을 담아 내어, 은회색의 은은한 전통기와를 생산해 낼 수 있었다.
연구로 인해 밝혀진 숭례문의 역사들
한편 2008~2010년에 진행된 발굴조사로 숭례문 아래에 위치한 옛 기초와 지반면이 노출됨에 따라, 육축의 하부 구간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어, 추가적인 구조 안정성에 대한 검토가 이어졌다. 또한 육축 상부에 초석이 놓이는 부분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도 검토되었으며, 진동 영향 등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이 진행되었다.
나이테분석을 통한 목재 연륜연대 연구
연륜연대 분석결과 확인된 주요 부재의 연대
국내외 단청 안료에 대한 과학적 분석
단청용 교착제 연구 - 국내외 아교
옛 문헌에 의하면, 아교(阿膠), 어교(魚膠) 등이 단청 안료를 목재면에 교착시키는 교착제로 주로 사용도었으며, 좌측 상단이 재현된 국산 아교이다.
국산 뇌록 산지 현황 조사중앙의 진한 녹색층이 뇌록으로, 층의 두께는 2cm 내외다.
2011년에는 목재의 연륜연대 분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숭례문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는 구조와 부재 형태 등을 기초로 한 양식에 대한 연구와, 과거 1960년대 해체수리 당시 발견된 상량 묵서 등에 근거하여, 태조 때 창건된 이후 세종과 성종 때 수리되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수리 규모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이에 기둥과 도리, 대들보 등에 대한 연륜연대 분석과 수종 분석을 통하여, 각 시기별 수리 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불분명하였던 조선 후기 고종 연간에 지붕 서까래와 도리 등을 교체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수리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태조 창건 당시의 부재 또한 잔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단청 안료와 교착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조선시대 문헌 분석 결과 뇌록(磊綠, 진한 녹색), 번주홍(燔朱紅, 진한 주홍), 주토(朱土, 또는 석간주, 적갈색), 정분(丁紛, 흰색)의 안료를 제외한 나머지 원색의 단청 안료는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되었음이 확인되어,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네팔, 부탄 등 국외 사례에 대한 조사가 추진되었다.
그 결과 일본에서 제작된 안료가 호분(胡粉, 조갯 가루)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거쳤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천연 원석을 수입하여 천연 안료를 생산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국내 안료 산지와 생산 업체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하였다.
뇌록의 경우 산지는 확인하였으나, 현재 채굴이 불가능하고, 무엇보다도 안료를 정제하는 수비(水飛, 앙금짓기) 기법의 맥이 끊겨 안료 생산이 불가능하였다. 한편 국내 업체에 대한 조사를 거쳐 전남 담양에 위치한 석간주 생산 업체를 방문하여, 샘플을 확보하였다. 이들 단청 안료에 대해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분석 장비를 이용하여, 탈락과 변색 등에 대한 종합 분석을 실시하였다. 아교 연구팀은 단청에 사용될 아교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였는데, 재현에는 성공하였으나 단청에 사용될 수 있는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결국 국산 안료는 석간주와 호분이 사용되었고, 나머지 색채와 아교는 품질이 우수하다고 판단된 일본산 안료를 사용하였다.
BIM을 이용한 숭례문 3D 복구공정 자료
분 분석을 위한 대형전돌 단면 조사
복구의 전 과정을 3차원 데이터로 구축
2012년에는 숭례문 복구 과정을 3차원 데이터로 구축하는 용역이 진행되었다. 이 용역은 숭례문을 구성하는 각 부재를 3차원 데이터로 정리하였는데, 현대 건축에 주로 적용되고 있는 BIM(Building Information Management) 기법을 적용하였다. 아울러, 전통지붕 시공기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1년 말에 숭례문 지붕은 강회다짐층을 두지 않는 전통기법 대로 시공되었으나, 현재 문화재의 지붕 보수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강회다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고, 전통 지붕시공 기법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지 전문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문화재 전문실측설계사무소에 관련 용역을 의뢰하여, 옛 문헌과 문서 자료, 관련 전문가 조사 등을 통하여, 전통지붕 시공기법에 대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숭례문 문루 주변에 설치된 길다란 담장 위에 얹혀지는 대형 전돌, 즉 옥개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옥개전은 일반 기와 보다 훨씬 두껍고 커서, 제작 후 건조되거나 가마에서 굽는 도중에 갈라지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이에 재료적 특성과 소성 온도 등에 대한 과학적 조사연구를 실시하여, 소성 온도와 성분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제와장이 대형 전돌을 제작하는 데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하였다.
숭례문 주요 복구과정에 대한 영상기록사진 및 디지털 영상기록 제작
이러한 모든 연구 과정을 포함하여 숭례문 복구 과정 전반에 대한 영상기록 용역이 진행되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 수리는 현장 실측 자료를 기반으로 CAD 등을 이용하여 도면을 작성하고, 수리 과정은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숭례문 복구 또한 기존의 수리 기록 확보와 마찬가지로 현장 실측과 도면화, 사진 촬영을 실시하였고, 더불어 주요 과정을 HD급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확보된 영상 자료는 숭례문 복구 공사 종료 이후 문화재청 자료관에 영구보관될 예정이며, 다큐멘터리를 제작 및 방송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숭례문 복구 과정을 알 수 있게 하고, 홍보 및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