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용이 내용이라 스게에 올려야 하나 장난감게에 올려야 하나 애게에 올려야 하나(?) 싶다가
피규어니까 장난감게에 올립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는 모형을 만들기 마땅찮아서
추석을 맞아 고향집에서 날 잡아 피규어나 하나 만들기로 했습니다.
미리미리 재료도 사서 집으로 보냈습니다.
집에 오니 '펌그레이 스컬피'와 초보자용 조각도 세트가 저를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스컬피는 아무리 오래 놔둬도 굳지 않아 초보자에게 적합한 재료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펌 그레이 스컬피는 스컬피 중 제일 단단한 재료랍니다.
스컬피 상자를 보니 저 비싼 펌 그레이 스컬피로 저런 코끼리 따위를 만들다니 비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조물락거리니 저딴 게 나왔습니다. 스컬피는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만들 수나 있을지 불안합디다;
모델로 정한 캐릭터는 스타크래프트의 영원한 영웅, 히오스 기사단의 구원자, 태사다르였습니다.
블자 캐릭터들의 드림매치 히오스에서 모두의 바라던 태사다르가 나왔죠!
(물론 제게는 히오스 자체가 꿈의 게임입니다.. 이거 나오긴 할까요;; 히오스가 출시된 다음에야 공허의 유산이 나올텐데;)
이전 히오스 태사다르 모델은 태사다르라기보단 '프로토스 쩌리1' 같은 느낌이라,
언젠가 태사다르를 만들더라도 얼굴만은 스1을 참고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최근에 블자가 태사다르의 모델링을 스1의 태사다르처럼 개성있게 바꿨더랍니다.
덕분에 다른 자료는 참고하지 않고 공식 모델링을 본떠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유투브를 뒤져보니 태사다르를 360도 돌리는 고화질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바뀐 태사다르 모델링은 눈썹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스투에서 바뀐 프로토스 종족 형태도 살리면서 태사다르만의 개성도 잘 나왔습니다.
피규어를 만들 때 계획을 먼저 세우지는 않았지만
몸을 파츠별로 만든 후 갑옷을 만들어 입히면 되겠다고 얼추 생각했습니다.
블리자드 공식 제라툴 원화를 참고하며 몸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림과 1:1 크기로 크기와 비율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심재 없이 바로 시작했습니다.
히오스 새 모델링을 참고하여 태사다르의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산 조각도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이 번들거리는 이유는 표면을 정리한다고 베이비 오일을 발랐기 때문입니다.
보라색 막대기는 칫솔입니다.
몸통을 만들었습니다. 집에 있는 오븐 토스터기가 온도 조절이 안 되어서 가슴에 화상 자국(?)이 조금 생겼습니다.
하지만 갑옷에 가릴 부분이니 걱정 없이 계속 진행했습니다.
제라툴 설정화를 참조하며 팔을 만들었습니다.
피부를 맨들맨들하게 두면 너무 애들 찰흙 덩어리처럼 보일까봐 조각도에 있던 철사 솔(?)을 근육 방향으로 쓸어 피부를 묘사했습니다.
코플룰루 항성계를 발로 뛰며 맞고 다니는 제라툴과
고위기사답게 둥둥 떠다니는 태사다르의 근육을 비교할만 하겠냐마는,
프로토스는 외계인이니 근육을 키우는 방법이 우리와 다를지도 모릅니다.
펌그레이 스컬피는 정말 딴딴했습니다.
떨어뜨리거나 부딪치지 않는 이상 손가락에 대충 붙힌 손톱도 단단히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단단해서 쓸 때는 톱으로 잘라서 썼습니다.
팔을 붙이면 이렇게 됩니다.
다리를 끼울 요철을 만들지 않아 이후 몸통에 추가했습니다.
다리와 발까지 만든 후 모습입니다. 그림과는 비율이 조금 달라졌지만,
대두가 되거나 팔이 외계인처럼 길어지지는 않았으니 괜찮습니다.
어깨가 많이 넓은 걸 빼면 썩 만족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어차피 저 어깨도 태사다르의 어깨 갑주에 가려질테니까요.
히오스 태사다르 모델의 가슴 갑주를 만들었습니다. 갑옷 부품이 어떻게 겹쳐질지 예상하며 진행했습니다.
팔다리 갑주도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등짝이 성의가 없습니다.
하나 둘 부품을 추가하니..
짠
모든 부품을 다 만들었습니다.
표면 정리를 위해 서페이서를 이리저리 뿌렸습니다.
서페이스를 뿌리고 보니 갑주 표면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잠깐 좌절했습니다.
펌그레이 스컬피는 생각보다 단단해서 줄로도 부서지지 않고 잘 갈렸습니다.
다만 추석 기간이라 주변 철물점이 문을 닫아서 사포를 사지 못해 표면을 예쁘게 갈지는 못했습니다.
도색을 시작했습니다.
도색 재료는 아크릴과 붓입니다.
얼굴을 시작으로 도색을 시작합니다. 아크릴은 스컬피 표면 위에도, 서페이서 표면 위에도 잘 칠해졌습니다.
12색 미술도구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색을 섞어 만드는 재간이 중요합니다.
피부 도색을 얼추 완료했습니다.
모델링을 찬찬히 관찰하니 테사다르는 팔이 손 방향으로 갈수록 붉었습니다. 대충 재현했습니다.
유투브 동영상의 캐릭터 선택창은 영웅을 보여주는 각도가 높았습니다.
하이 앵글이 아닌 정면에서 360도 자료도 있었다면 훨씬 자세하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요, 조금 아쉽습니다.
이후 도색 과정의 사진은 없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고 있었거든요.
고향집을 떠나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작업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만드는 동안 어느새 11일을 시작하는 자정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딴짓도 많이 했지만, 대부분 시간을 종일 의자에만 앉아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피규어는 시간여행을 하기 좋은 취미입니다.
그래서 이대로 태사다르를 놓고 갈 바에야
밤을 새더라도 다 만들고 가리라 마음먹고 사진 찍기도 생략하며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없으므로 그림으로 재현)
허리와 가슴의 갑주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고,
억지로 맞추려던 부품이 부서져 버립니다.
부서진 허리 갑주 부품과 이어지는 나머지 부품들
부서진 부품이야 붙이면 되지만
가슴 갑주와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부품을 새로 만들어 굽고 칠해야 하는 상황
칠하다 망하기를 반복한 테사다르의 천쪼가리(?)도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마침 사람이 가장 감성적이 된다는 새벽 세 시 즈음
저는 태사다르를 변태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외계인이 변태가 되는 게 뭐가 나빠요, 그렇죠?
그렇게
태사다르 완성:)
싸워본지 너무 오래된 탓에
중요한 무언가를 놓고 전장에 도착한 태사다르
왼쪽 면은 팔로 가려서 괜찮은데 오른쪽 면은 약간 민망합니다.
프로토스 엉덩이
둥둥 떠다니는 태사다를 위해 스탠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옷걸이로 대체했습니다.
옷걸이 스탠드가 생각보다 잘 버텼습니다.
어차피 후에 스탠드를 만들거나 살 생각이어서 만들던 때도 등 부분 갑주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다만 신경다발 생각을 안 해서 머리를 붙이고 나서도 스탠드를 꽂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옷걸이 철사는 구멍에 잘 들어갔습니다.
적절히 가려진 테사다르
"나를 이런 식으로 만들다니.. 전 프로토스 동지들이 용서하지 않으리라...!"
프로토스를 만들기 좋은 이유는
얼굴이 좀 잘못되어도 외계인이라 티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갑주를 입지 않은채로 완성(?)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자세히 만들 걸 그랬...
몇달 후 다시 고향집에 돌아가면 부품을 만들어야겠죠..?
저 상태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기도 하고...
남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묘해졌습니다; 허허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