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그러나 따로 ♥
호저는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날카로운
바늘이 돋친 짐승입니다.
그런데 어느 추운
겨울날 산속에서
이 호저 두 마리가 만났습니다.
호저들은 몸을 덥히려고
서로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 몸을 붙이자
날카로운 바늘이 서로를 찔렀습니다.
"아이, 따가워!"
놀란 호저는
얼른 몸을 피하고 도망쳤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매서운 추위로 몸을 떨었습니다.
"아이, 추워!"
다시 호저는 추위를 피해
서로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이, 따가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시에 찔려 피가 납니다.
떨어지면 춥고 다가가면 찔리고
"아이, 추워!"
"아이, 따가워!"를 되풀이하다가
호저는 이윽고
너무 떨어져 춥지도 않고
너무 가까워 찔리지도 않는
이상적인 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우리에게 말했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
그것은 호저들의
안타까운 모순 속에 숨어 있다."라고.
자아의식과 집단의식,
인간의 삶은 추위 속의 호저와 같습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지요.
"얘야, 사이좋게 놀아라."
그러나 우리는 '사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지금까지 자랐습니다.
현명한 호저는
찔리지도 춥지도
않은 사이를 찾아냅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사이좋게 살기 위해서….
한자의 '집(集)' 자는
새가 나무(木) 위에
모여 있는 모양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나무 위에, 전신줄 위에
모여 앉아 있는 새들의 모습을 보세요.
5선지 위의 음표처럼
일정한 사이를 두고 떨어져 있지요.
새들은
혼자 날아갈 때를 위하여
함께 모일 때에도
날개를 펼 만큼의 거리를 둡니다.
'함께 그러나 따로'
이 모순어 속에
추운 문명의 겨울 속에서도
사이좋게 살아갈 여러분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 이어령, '짧은 이야기, 긴 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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