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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공포?] 개와 함께 생활할 때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악몽.
게시물ID : animal_1026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생까마귀
추천 : 0
조회수 : 5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12 18:57:35
반려동물이란 개념을 인간의 이기적인 애정 때문에 원래 드넓은 야생을 뛰어다니던 생물을 부조리한 환경으로 끌고 왔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정원에서나마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집의 논리입니다.

마찬가지로 품종도 따지지 않습니다. 견본으로 정해진 조상 한마리와 가까울수록 우수한 품종이라는 논리도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지요. 진도개나 풍산개 쪽이 저희 마음에 맞지만, 기왕이면 보다 들개에 가까운 똥개가 낫다는, 다소 특이한 논리인데요. 사족을 덧붙이자면, 종달새 형인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다 올빼미형. 일찍 일어나도 10~11시 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어서, 어떤 때는 잠에 취해 비척거리는 일이 많기 때문에 삽살개는 아웃입니다. 잘못하면 콱하고 밟아버리는 불상사가 예상되는 터라.

그런 저희들의 소망을 이루는 수단, 즉 정원 딸린 단독주택을 손에 넣었습니다. (당시 우리 남매는 초등학생.)

경사났네~! 경사났어~!

당장 어머니 고향으로 달려가 튼실하게 자랄 것이 유망한 녀석들로만 골라, 다섯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원래 두 마리를 원했으나, 부모와 생이별하는 와중에 형제끼리 생이별시키고 싶지 않다는 시골 할머니의 말에 세트로 취득.

지금와서 생각하면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의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정원 딸린 주택에서 개를 키우고 살고 싶다는 로망을 자주 언급했는데도, 불편한 기색이 없어서 당연히 괜찮은 줄 알았던 것이지요.

귀여운 아가들이 크고 튼실해질수록 뭔가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강아지가 태어났다는 둥 눈이 내렸다는 둥 갖은 거짓말로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고는, 개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엉켜붙은 순간을 노려, 밖으로 탈주(아니, 출근)를 반복. 때로는 개밥을 만든다면서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고는 정성스럽게 양념(인간이 먹는 식으로 양파를 뜸뿍 넣어서)을 해서 끓인 것을 저희보고 먹이라고 하더군요. 어려서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흔적이 남지 않는 독살을 시도한 듯 합니다. 그것도 수십차례 ^^; 우리 아가들은 음흉한 독살미수에도 불구하고 똥개라서 그런지 배탈없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그에 비례하듯 아버지의 스트레스는 나날이 상승기세를 탔습니다. 유일하게 즐거워보일 때는 개밥 만들 때 뿐. 죽어가는 강아지처럼 서글픈 눈을 할 때는 독살미수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 아침.

남자다운 용기를 뽐내고 싶으셨던 아버지는 결국 본색을 드러내셨습니다.

나는 개가 싫다! 작을 때는 용서가 되지만, 큰 개는 악마다! 유일하게 좋은 개는 죽은 개 밖에 없다! 고기는 맛있으니까.

죽은 유대인 만이 좋은 유대인이다!고 외쳤던 나치당원 같은 구호를 외치시면서 모조리 분양보낼 것은 요구하셨습니다. 어린 강아지 때라면 모르지만, 다 큰 똥개가 5마리. 똥개가 좋다는 별종을 어디서 찾으라는 것인지. 분명 아버지처럼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반길텐데.

우워어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하고 분노한 남매의 항변을 깡무시.

땅값 때문에 살짝 시외에 걸친 환경이라 도둑이 걱정된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에 겨우 마음이 흔들리시는 듯 하더니.

"그럼 한마리!"

그외에도 조건은 까다로웠습니다. 무조건 목줄을 채워둘 것이며, 밤에는 정원에 풀어놓는 것은 허락하나, 본인이 깨어있는 동안은 철조망으로 막아놓은 격리구역에 밀어넣기. 그 조건만 지킨다면 분양보낼 아가들을 조금 줄여도 되지 않을까 싶어 입을 열었더니.

"혼자는 쓸쓸하니, 두마리...."

"무조건 한마리!!!"

시장에 가면 깎지도 않고 사들이면서 이 때만은 놀라운 교섭력을 선보였습니다. 주부 9단의 가공할 교섭력의 어머니가 패배하고 말았으니까요.

교섭에는 졌지만 지키고 싶은 마음은 눈금만큼도 없었던 세명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대충 보름 정도?

하루는 집에 왔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기를 삶는 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오랜만에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또 독살(?)인가? 그래봤자. 우리 아가들의 위장은 튼튼하단 말이지.

그렇게 판단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독살이 아니더군요. 일단 아가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당신이 드셨습니다. 무슨 고기길래 행복해보일까 하고 찬찬히 살펴보니 고기가 뭔가 남달랐습니다. 돼지고기 치고는 비계가 없는 것 같고. 칼로 자른 단면으로 근섬유가 흩어진 모양을 보면 질긴 구석이 없이 부드러운 것 같고. 아무튼 처음보는 고기였습니다.

뭔가 수상한데.

책가방을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뭐해? 이리 와서 먹지 않고."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시더군요.

수상쩍은 것을 자식에게 먹이지는 않겠지. 귀한 장남도 잘 먹고 있고.

그렇게 판단하고 한 입 먹어보았습니다. 깜짝 놀라울 정도로 달달하더군요.

"아빠, 설탕쳤어요?"
"아니. 내가 단 것 싫어하는 것은 알잖냐?"
"왜 이렇게 달아요? 고기도 부드럽게 씹히고. ....무슨 고기예요?"
"그게 중요하냐? 많이 있으니까 많이들 먹어."

때마침 퇴근하신 어머니는 갑작스런 고기파티를 보고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세종대왕 급의 고기빠는 아니지만, 두부나 계란같은 단백질 식품이 하루에 한번은 올라와야 기쁘게 밥을 먹는 단백질빠인 어머니는 고기 좀 먹어보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따로 밥을 드시더군요.

거기서 수상쩍은 감의 정체를 깨달았어야 했는데.

다음날 단란하게 모여 장난치고 있을 다섯 아가들 중 하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고기의 정체를 직감하고 말았습니다.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아버지를 상대로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니까 내보내라고 했잖아?"

놀라울 정도의 뻔뻔한 태도에 절망. 글썽이는 눈물을 떨어뜨리며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이런 막가파적인...'하고 판단을 내리면서 이번에는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나보고 어쩌라고? 맛있게 먹고 있는 얼굴을 앞에 두고 뭐라고 말하리? 이미 먹어버린 이상, 소화라도 잘 되어야 되지 않겠어?"

젠장! 젠장! 젠장! 입장이 바뀌면 나라도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요구대로 한 마리만 남기고 모조리 입양보냈습니다. 키울 것인지 식용으로 데려갈 것인지 가리지 않고요. 따스한 가정에서 참살당해 먹이가 되는 일상보다는 타인의 손에 죽임당하는 비일상이 낫지 않을까하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했으면 좋겠지만, 이제 일주일도 참기 힘들다는 아버지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교섭력만은 갈수록 일취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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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안고 가기에는 너무 버거워서 이렇게 올립니다.
그나저나 저희 로망은 아버지의 사망 이후가 아니면 이룰 수 없군요. ㅠㅠ

그런데 이것, 공포란에 올려야 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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