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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게시물ID : lovestory_87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30 08:36:1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IdsQf3xhD3s





1.jpg

하청호민들레

 

 

 

민들레가 핀다

아이들이 부는 팽팽한 풍선처럼

마음 졸이던 그런 봄날에

눈물 같은 풀꽃 데리고

소리소문 없이 그렇게 온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어도

고샅길을 지나

우리네 뒤뜰까지 왔다가

그렇게 간다

우리네 그리움도

거두어간다







2.jpg

김소운흐르지 않는 것은 없다

 

 

 

눈을 드니

흘러가는 풍경 속에

언뜻 스치는 어머니

가슴 엔다

 

우리 짧은 사랑이나

더 긴 미움의 인연

가끔은 머물러

소설도 썼지만

 

돌아보니 그냥 물길이었네

 

흘러 흘러서

나 이제 저문 노을빛 부셔 하며

이름 석 자 물 위에 올린다

희미하다







3.jpg

서정춘달팽이 약전(略傳)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 들쳐 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젖은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 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생()이 있었다







4.jpg

나해철수중릉에서

 

 

 

살면서 흘려버렸던 시간들을

덮고서 나는 누웠다

 

회한과 수고도 사라져

맑은 물이 된 과거 너머로

네 얼굴이 푸르구나

 

누굴 위해 살았던 것이 아니었었지

이제야

너를 위해 나머지 영원한 시간을 바친다

 

물이랑 일렁이면

나의 심장이 너를 위해 박동하고

있음을 알라

파도가 희게 부서지면

나의 영혼이 너를 위해 울고

있음을 알라

 

네 밤과 낮의

가장자리 모든 물가에

내 숨소리 철썩이고 있으리니

 

나에게 오라

네가 어떤 절정에 서 있을 때라도







5.jpg

유안진상처가 더 꽃이다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4백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 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죽죽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符籍)으로 보이는가

백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도 맡아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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