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6c_2EJK2ApI
랭스턴 휴즈,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아들아, 난 너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다는 걸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났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층계참에도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로는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말아라
계단 위에 주저앉지 말아라
왜냐하면 넌 지금
약간 힘든 것일 뿐이니까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테니까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애야, 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니까
난 아직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이시카와 다쿠보쿠, 우스개 삼아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
세 발짝도 못 걸었네
이성교, 밤비
아아 내 가슴에
떨어진 유성(流星)아
밤비는
너는 울음이었다
땅이 움직여도
산에 돌이 떨어져도
네가 온통
이 세상에
많은 것 같구나
내 가슴에 묻혀 있는
너의 무덤에
해마다 무슨 꽃으로
피어 주련
술을 먹어도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밤
밤비는 한 잔 술에 운다
아빠가 태워 준
창경원의 비행기
이 밤에도 찬 비 맞고
빙빙 돌겠지
이제 와
머리에 뒷짐 인
옛날을 말하지 않으련다
멀리 흰 나비 한 마리
훨훨 강을
건너고 있는데
이리도 내 가슴에
천둥이 치랴
허형만, 이름을 지운다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운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빕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이규리, 그 가뭄
밤사이 못이 하나 없어져
그걸 네가 데리고 간 줄 알겠다
새가 부리로 찍어 날랐다면 삼천만 번
한 사람을 개과천선하고도 남았을 삼천만 번
혹 사랑이 그렇게 돌아올까
돌아오면 그게 사랑일까
새는 한 방울씩 찍어 날랐겠지만
사라진 건 송두리째다
네가 데려가지 못한 물이 여기 어딘가 남아 있을 것이다
못물 다 말라도 그곳은 여전히 늪이어서
빠져나오지 못한 실족이어서
마음 약한 사람은 없는 허공에
기대어 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