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한 지 엿새 만이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 중 세번째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뒤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엿새 간의 숙의 끝에 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도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조기에 불식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 규모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뇌물수수 혐의를 확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인정한 것이다.
SK·롯데 등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는 과정에서도 부정한 청탁이 오고갔다고 결론지었다. 이밖에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를 작성해 집행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공직자들을 부당하게 해임한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구속영장에는 청와대 기밀문서를 최씨에게 유출하고 최씨의 사익 취득을 위해 민간기업 인사까지 개입한 혐의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연루된 인물들이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구속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만 구속을 피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면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세번째로 구속 수감되는 사례를 남기게 된다. 두차례 소환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 출석을 거부하다 체포영장이 집행돼 안양교도소로 압송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