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간 동안 급하게 완성한 개발새발 번역글 입니다..ㅠㅠ 이모저모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래 테이프 시리즈를 번역하시던 분은 오유 아이디 [Emk]님 입니다.
*검색창에 [아버지의]로 검색하시면 전편을 보실 수 있습니
*전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혹시다 잘못된 부분 보이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클릭한 희망을 잃은 가여운 독자 여러분.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장장 몇 달에 걸쳐 혼돈과 의심, 공포의 여정을 따라오셨죠.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 결실이 없었던 실마리도 있었고.
분명 어느 정도 포기하신 분도 계실 겁니다.
저같이 형편없는 글쓴이는 믿을 만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셨다고 해도 용서해 드릴게요.
지난 몇 달 동안 범죄자를 인터뷰한 남자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를 읽으셨죠.
처음엔 단지 호기심에 시작한건데.
다음에는 어떤 끔찍한 이야기가 올라올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단순한 흥미에 끌려 이 글을 읽으셨을 겁니다.
근데 단순 흥미 이상이 되버렸죠.
제 말이 맞죠?
계속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죠?
거의 통제불능의 수준은 아니던가요?
저번달에는 한 번도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너무 기다려지지 않던가요?
최신 업데이트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지 않으셨나요?
아무나 붙잡고 결말 좀 알려달라고 하고 싶으셨죠?
이런 증상을 중독이라고도 하더군요.
그리고 유일한 치료제는 새로운 이야기 뿐이죠.
새로운 퍼즐 조각이요.
근데 솔직히 완성된 그림은 예쁘지 않아요.
결론으로 가면 기분이 더러울 수도 있어요.
미리 그 점 양해 드리고요.
제가 그렇게 계획을 했던 부분이라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는 건.. 운명이 아닐까요?
이 부분은 제가 계획했던 게 아니거든요.
당신이 태어나기 이전에 예견된 일이예요.
마지막 하나 남은 테이프 내용을 올립니다.
이건 아버지의 테이프는 아니예요.
2016년 2월 15일에 녹화된, 어쩌면 제일 중요한 테이프인거 같아요.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다시 만나뵙길 바랍니다. 아마 그렇게 될 거예요.
이 테이프 내용을 읽고나면 다음 편을 기다리시게 될 거예요.
그리고 오직 저만이 그 갈증을 해소시켜 드릴 수 있죠.
(이 비디오는 나뭇잎 더미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뭇가지를 지나 내려오는 장면이 지나고 나서야 촬영자가 2층 건물쯤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가 얕은 숨을 쉬는 소리만 들릴 뿐 화면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곧 창문이 보이고 실내가 어두운 덕에 유리에 카메라가 비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자는 보통 외모에 갈색머리를 틀어 올렸다.
커다란 격자무늬 치마를 입고서 다른 손으로 서서히 창문을 연다.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려 쿵하는 소리가 난다. 곧 카메라를 집어 들고 문이 열린다.
높은 각도에서 다른 방을 보여주는데, 벽 쪽엔 침대가 있고 그 위에 누군가 잠을 자고 있다.
여자는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화면 속으로 들어가 침대 옆에 선다.
그렇게 가만히 잠자는 사람을 바라보고 두시간 정도 움직이지 않는다.)
(잠자던 사람이 깨어나 여자를 보고 즉시 침대 반대편으로 굴러간다.)
알렉산더: 아 시발 뭐야!!
(남자는 팬티 바람으로 서있다가 담요를 집어들어 몸을 가린다. 여자를 보는 눈이 마치 귀신을 본 듯 하다.)
알렉산더: 시발 너 누구야?
알레그라(이하 알레): 나 모르겠어?
알렉산더: 몰라! (침대에서 멀어지며)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알레: 창문이 열려있었어.
알렉산더: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안그러면 경찰 부를거야.
알레: 글쎄.
알렉산더: 당신 뭔데 이래? 이렇게 다짜고짜 남에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어딧어?
알레: 그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어, 알렉산더.
알렉산더: (멈칫한다) 우리 아는 사이야?
알레: 아는 사이면 좋지. 나는 너를 아니까.
알렉산더: 우리 아빠랑 일해?
알레: (차가운 목소리로) 아니. 미안. 우리가 같은 방에 있어서 너무 놀랐어.
늘 내 안에 빠진 조각이 있는 걸 알았거든. 그게 너였어. 이제 온전해 진 기분이야.
알렉산더(이하 알렉): 경찰을 불러야겠어.
(알렉산더는 옷장으로 가서 휴대폰을 찾는다. 알레그라는 순식간에 그의 옆으로 가서 퍽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손을 세게 내리친다.)
알레: 그럴 순 없지, 알렉산더.
알렉: (손을 감싸쥐며) 당신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거야?
알레: 나도 몇 년이 걸려서야 알았어. 정말 이쁜 이름이야. 알렉산더. (이름을 한단어씩 음미하듯 말한다) 샘보다는 훨씬 나아.
알렉산더: 대체 어떻게...
알레: 나는 알레그라야. 별명도 몇 개 있어. 여태까지 델리아라고 불렸어.
알렉: 이봐. 나 돈 한 푼 없어.
알레: 돈이나 훔치자고 온 건 아냐. 알잖아.
알렉: 그럼 원하는게 뭔데?
알레: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
알렉: 조..좋아. 하자고. 뭘해도 좋으니 해치지만 말아.
알레: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정말로. 그 사람들은 내가 그래주길 바라지만.. 내가 안할거야. 내가 더 세니까.
알렉: 그 사람들이라니?
알레: 모르는 척 하지마!
알렉: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알레: 미안. 혼란스러운 모양이네. 앉아서 얘기를 좀 해보자.
알렉: 나 옷 좀 먼저 입어도 될까?
알레: 아 맞다. 좋아.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레그라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알렉산더를 비춘 뒤 복도로 향한다.
화면에는 알레그라와 빈 의자 쪽을 비추도록 식탁 위에 카메라를 올려 두었다.)
알레: (누군가에게 속삭이며) 아냐, 아직 안돼.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근데 나는 알렉산더가 필요하다고. 여자애랑 같이? 응, 나도 알지.
둘 다 잡아서 나한테 데려와. 걔는 그냥 껍데기야. 나는 음 알렉산더를, 준비됐지?
(알렉산더가 옷을 입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화면 속에 들어온다.)
알렉산더: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알레그라: 일단 앉아.
알렉: 여기 카메라가 있네.
알레: 어.
알렉: 지금 우리를 찍고 있고.
알레: 어.
알렉: 왜?
알레: 아버지의 테이프를 들어봤지. 기록을 남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도 알잖아.
알렉: 젠장. 아버지랑 관련된 일이군. 그럴 줄 알았어. 망할 테이프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알레: 운명이야, 알렉산더.
알렉: 그래서 뭐.. 당신 내 편이야? 아님 인터넷에 올린 글을 읽고 찾아온 정신병자야 뭐야? 아님 뭐 엄마인 척 하던 그 사람이야?
알레: 전혀 그렇지 않아.
알렉: 이렇게 내 집에 쳐들어온 사람을 그냥 믿으라는 거야 뭐야?
알레: 나는 너를 도우러온거니까 나를 믿어야겠지.
알렉: 뭘 도와준다는 거야?
(갑자기 화면 밖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리고, 둘은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여자: (화면 밖에서) 새미!! 그 여자한테서 떨어져!!
알레그라: (혀를 차며)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여자: 샘! 그 여자랑 말 섞으면 안돼. 믿어서도 안돼.
알렉산더: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여자: 창문을 잠그지 않았잖아.
알렉산더: 허. 아까 그 소리리네.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줘, 브리.
알레그라: (웃으며) 아 그래, 브리. 니가 설명 좀 해 줘라.
브리: 지금 당장 나랑 여기서 나가자. 위험해.
알레그라: 순순히 데리고 나가시겠다? 실험실로? 무고한 사람들을 가둬 둔 그 보호시설이라는 곳으로?
알렉산더: 브리, 지금 뭐라는 거야?
브리: 지금 이럴 시간이-
알레그라: 브리애나아아아아. 어서 말해주라니까. 네가 죽인 사람들에 대해 말해주라고.
공원에서 그 네 살짜리 아이 기억해? 노란 풍선을 들고 있었지. 걔 엄마한테서 애를 뺏어갔잖아, 안그래?
브리: 닥쳐.
알레그라: 네가 뭔데 닥치라 마라야.
알렉산더; 저기 우리 그냥-
브리; 여기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고!
알레그라; 진짜 질린다 너! (속삭이며) 재 좀 처리해.
(브리는 비명을 지르며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알렉산더가 그 쪽으로 뛰어간다. 알레그라는 화면 안에서 서 있다.)
알렉산더; 무슨 짓을 한거야?
알레; 아무 것도 안했어. 걘 괜찮을거야.
알렉; 브리가 의식이 없어!
알레; 너랑 나랑 얘기가 끝나는 대로 치워줄게. 약속해.
알렉; 내가 니 말을 왜 믿어야 하는데?
알레; 왜냐면 걔를 죽일 수도 있었는데 안그랬거든.
(몇 초간 침묵이 흐른다. 알렉산더는 조용히 화면 속 의자에 앉는다.
알레그라도 자리에 앉아 서로를 노려본다. 둘은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다.)
알렉; 좋아. 무슨 얘기든 하자고.
알레; 고마워 알렉산더. 알렉산더라는 이름이 어색할테지.
사람들이 널 이상한 이름으로 불렀으니 말야. 티미라든가 지미라든가. 왠 줄 알아?
알렉; 친구들이랑 이일 저일 겪고 나서야 아버지가 날 보호하려고 그런 줄 알았어.
알레; (웃으며) 친구들은 네 이름 따위 신경 안써.
알렉; 그럼 왜..
알레; 아빠가 너한테 다른 이름을 준 이유는.. 내가 널 못찾게 하려고 그런거야.
알렉; 그럼 넌 누군데?
알레; 네 누나야.
알렉; (갸우뚱하며) 말도 안 돼, 지금-
알레; 맞아. 너랑 나랑 부모가 같다고.
알렉; 그래서 뭐, 나보다 먼저 태어나서 어딘가에 숨겨진 그런거야?
알레; 바보같은 동생아. 우린 쌍둥이야. 살면서 공허한 느낌 든 적 없어?
알렉;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알레; 내 안에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뭔지 밤마다 잠못 이루며 천장만 쳐다보던 수 많은 날들.. 다 그 여자 때문이야.
알렉; 누구?
알레: 우리 엄마.
알렉; (화를 내며) 그만 얘기하자. 우리 엄만 나를 낳다가 돌아가셨어.
알레; (비웃으며) 아버지가 거짓말 한거야. 바보야. 평생 너한테 거짓말만 늘어놨지.
쓰레기 같은 놈. 우리 둘을 없애버렸을지도 몰라.
알렉; 잠깐만. 이해가 안돼.
알레; 아마 이해가 안될거야.. 아마도..
알렉; 잠깐만 있어봐! 아버지는 돌아가셨잖아. '친구들'이라는 사람들과 비밀 업무에 연루되셨다고 들었는데.
근데 그 '친구들' 중 하나가 내 안에 있는 것 같았어.
알레; 멍청아. 하나가 아니야. 수 백이야.
알렉; 뭐라고?
알레; 너는 전사야. (알레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친다)
아버지가 숨겨왔던 재능을 너는 모르고 있던 것 뿐이라고.
알렉; 잠깐 진정해-
알레; 네가 능력을 사용할 줄 만 알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거야.
우리 중에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이 있어. 땅 속에 있다던 그 년? 그 년도 '친구들'을 볼 수 있어.
우리 엄마도 '친구들'을 느낄 수 있다고. 엄마가 목격자였어.
알렉; 였다니?
알레;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어. 근데 전사와 사령관이 가장 중요해.
알렉; 내가 전사라니?
알레: 그래. (앉으며) '친구들'은 너를 통해서 오지만 너는 그저 평범한 통로에 불과해.
시간이 있으면 니가 통제할 수 있어. '친구들'의 능력을 네 의지대로 쓸 수 있다고.
알렉; 그러니까 내 안의 '친구들'을 내가 쓸 수 있다 이 말이지?
알레; 그렇지. 아버지는 너를 이용해서 '친구들'과 대화를 했었어.
왜 '친구들'이 여기에 왔는지 알아내느라 오랜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그들이 어떤 힘을 가져왔는지 물어보질 못한거야.
알렉산더, 네 능력으로는 산도 만들어 낼 수 있어. 도시 하나 쯤은 일도 아니라고. 제대로 배웠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을거야.
알렉; 마치 '친구들'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네. 사람을 죽였다고!
알레; 사람은 부산물에 불과해.
알렉;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우리도 사람이야. 인간이라고!
알레; 그 보단 뛰어난 존재야 우리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아.. 인간의 몸에 오래 있었나보다.
알렉; 뭐라고?
알레; 보여줄까? (카메라를 집어들고 브리가 누워있는 바닥을 비춘다.) 일어나. (브리가 갑자기 일어서고 미소를 짓는다.)
머리카락을 뽑아. (브리는 두피를 벗기기 시작한다. 두 손에 머리카락이 가득 엉켜있다.)
알렉; 그만! 그만해!
알레; 알았어. 이제 그만! (브리가 동작을 멈춘다) 봤지, 동생아..?
알렉;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거야?
알레; 아니 '친구들'을 통제하는 거야.
알렉; 그러니까..
알레; (브리를 바라보며) 얘 안에 살고 있어.
알렉; 브리를 놓아주라고 말해.
알레; 아직은 안 돼.
알렉;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내가 누나처럼 하라는거야?
알레; 아니. 안그랬으면 좋겠어. 필요하면 해야 겠지만.
알렉; 근데 나도 '친구들'을 통제할 수 있다며.
알레' 응. 근데 네 안에 있을 때만 할 수 있어. 그리고 강제로 내보낼 수도 있고.
알렉; 누나는? 어떻게 된거야?
알레; 나도 좋았던 적은 없어. 너랑 나랑 역할이 다르거든.
알렉; 누나는 뭔데?
알레; 내가 사령관이야.
알렉; 뭐라고?
알레; 말해주고 싶은데 대신 나하네 약속 하나만 해줘.
알렉; 뭔데?
알레; 열린 마음으로 내 말을 듣겠다고 약속해. 진짜 열린 마음으로. 내 말이 진짜라고 생각해야 돼.
네가 가진 편견은.. 아빠가 그렇게 키웠으니 이해 한다만. 그래도 내가 하는 말은 끝까지 들어야 돼. 할 수 있어?
알렉; 아버지가 약속같은 건 하지 말랬는데.
알레; 근데 아버지는 테이프에서 한 적이 있어. 기억 안나?
알렉; 알았어. 약속할 게.
(갑자기 화면이 휙 돌아간다.)
알레; 고마워. 동생아.
알렉; 이제 말해 줄거야?
알레; 그래. 다 얘기해줄게. 우리는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정말 다르게 자랐지.
너는 아빠한테 컸으니 나보다는 더 잘 알테지. 나는 엄마한테 들은 게 전부야. 그리고 엄마는 죽지 않았어. 살아계셔...지금은.
알렉; 내가 뵐 수 있을까?
알레; 아직은 안 돼. 말 끊지 말고 계속 들어. 아빠가 너를 보통 인간처럼 키우면서 자기는 평범한 직장엘 다니는 척 했었어.
아빠가 계속 너의 정체를 숨기는 바람에 너도 네가 평범한 줄 알고 컸지. 근데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엄마랑 같이 살긴 했지만 나를 키운건 '친구들'이야.
알렉; 뭐라고?
알레; 엄마는 더이상 안계셔.(웃으며)
알렉; 누난 미쳤어...
알레; 세상에 나보다 제정신인 사람이 어디있다고. 유일하게 나만 '친구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나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어. 너만 빼고.(숨이 가빠진다.)
알렉;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알레; 닥치고 듣기나 해. 사건들이 발생할 준비는 끝났어. 엄마는 그저 우리가 세상으로 나오는 통로에 불과했다고.
지금의 내 형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용한 재료일 뿐이라고.
알렉; 우리 엄마잖아!
알레; 그냥 자궁일 뿐이야! 진실을 알고 싶댔지? 엄마는 우리를 병원 욕실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었어.
우리를 원하지 않았으니까.
알렉; 왜 그런거래?
알레;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았으니까.
알렉; 이해가 안 돼.
알레; 엄마는 너네 아빠를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냐. 겁에 질려서 강제로 한거지.
알렉; '너네' 아빠라니? 어떻게 알았어?
알레; '친구들'은 거주하고 있던 인간들 기억을 읽을 수 있거든. 엄마가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다 알고 있어.
알렉; 왜 '너네' 아빠라고 한거야? 우리가 쌍둥이라며.
알레; 맞아, 맞아. 생각해봐 알렉산더. 우리 엄마는 너네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서 어떻게든 잠자리를 피하려고 했거든. 근데도 임신을 한거지. 이해가 되니?
알렉; 정확하게 말 좀 해봐.
알레; 우리는 위대함을 위한 존재야, 동생아.
알렉; 나는 그런 놈들이랑 달라.
알레; 우리가 그런 놈들이야.
알렉; 나한테 원하는 거나 말해봐.
알레; 아직도 모르겠어? 나랑 같이 하자는거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는거야.
얼마 있으면 모든 인간들이 다 잠식될거야. 우리가 그들을 통제하는 거지. 우리 운명대로.
알렉; 제 정신이 아니네..
알레; 이러지 마.
알렉; 입닥쳐!
알레; 후회할 말은 하지 마라.
알렉; 아버지는 좋은 분이셨어.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쓰셨다고.
누나 눈엔 사람들이 그저 장애물로만 보이겠지. 완전 미친 싸이-
(알렉스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하지만 입은 그대로 벌어진 상태다.
양팔은 흐느적거리며 양옆으로 올려졌다. 알레그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알레;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네. 바보같으니. (알렉산더의 입을 닫아버린다)
알렉; 기대를 많이 했나본데.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다. 높은 고음과 낮은 저음이 섞여있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는 미소를 짓는다.)
이 아이는 약해 빠졌어. 엄마를 빼닮아서.
알레; 인간들은 대니가 살해됐다고 알고 있지?
알렉; 어. 그것 쯤이야.
알레; 걔는 자살한거야?
알렉; 내가 대니를 죽이라고 시켰을 때 썼던 칼로 목을 그어줬어. 얼마 안가서 숨이 끊어지더군.
알레; 근데 너는? 지금 그 몸이 좋은거야?
알렉; 너무 꽉 끼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을 거 같아. 나를 거부하는 게 느껴져.
알레; 매번 그렇지 뭐. (손을 뻗어 알렉산더의 이마에 댄다. 전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내가 너를 여기가 가뒀으니
알렉산더가 너를 몰아내지도 못해.
알렉; 영리한 딸이야.. 착한 딸..
(알레그라는 손을 뻗어 카메라를 끈다)
독자 여러분.
얼마나 이 글이 불편하실지 잘 알고 있습니다.
머리말에서 속이려는 건 아니었지만.. 이 글을 쓰는 제가 역겨우실 수도..
알레그라가 여태 타이핑을 도와주고 있었어요.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젠 내 안에 있어요.
울부짖으며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네요.
가엾은 아들.. 약해빠진 아들..
누나와는 너무나 다르죠.
이제 마쳐야겠습니다.
아 근데 빠뜨린 내용이 하나 있었네요.
모든 진실을 말씀드렸지만.. 한가지 중대한 거짓말을 했어요.
실은.. 우리가 인간에게 들어갈 때 눈물을 통하지 않아요. 그걸 믿다니 참.. 멍청한 인간들.
우리는 단어를 통해서 들어가요.
몇 달에 걸쳐 많은 단어들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당신들이 글을 계속 읽을지 말지 서로 잡담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요.
우리는 점점 많은 인간들을 잠식하고 있어요.
이 글을 읽은 당신들 중 누군가가 다음 차례예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게 우리의 계획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