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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어머님이 주신 단잠
게시물ID : lovestory_875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02 08:29:2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jzx8MqxL9lM





1.jpg

정윤천풍경

 

 

 

자운영 꽃밭 속에 염소 두 마리가 서 있다

열창노래방 저녁 속으로 도우미 아가씨 둘

다급하게 사라진다

풍경이 나를 싣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저녁 뉴스는 하루치의 풍경 몇 개를 편집하여

세상 속으로 다시 내팽개쳐준다

운 없이 다리를 다친 풍경 몇 개는

한동안 애쓰며 절룩거려야 한다

풍경은 가끔 쇳내를 뒤집어쓰고

혼자서 녹이 슬기도 하겠지만

면 데풍경이라는 이름의 찻집 유리창 안으로

먼지 둘러쓴 시골 버스가 온다

온다는 것은 내 안의 풍경일 뿐







2.jpg

김완하눈사람

 

 

 

당신의 발자국 남은 거리에 눈이 날린다

발자국 지워진 그 위로 별빛 쌓인다

살다보면 쓸쓸한 마음 사이로는 새 길이 나서

그 길 따라 당신과 하나 되어 걷는다

당신 벌써 내 안에 달빛으로 스민다







3.jpg

최상호어머님이 주신 단잠

 

 

 

나는 내가 우리 집 비를 막아 주는

큰 나무가 못 되는 것이 늘 마음이 아팠다

 

그늘이 넉넉한 후박나무이거나

쨍쨍 햇살에도펑펑 내리는 눈에도

제 몫의 땅을 지키는

낙락장송이 못 되어서 언제나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내 옹이만 무성한 가지와

자잘한 이파리를 쓰다듬으시며

 

얘야

큰 나무는 큰 뿌리 탓에 집 안엔 심을 수

없단다

우리 집 마당에는 네가 딱 알맞구나 하시며

내 작은 그늘에다

돗자리 하나를 깔고 누우셨다

 

난생 처음으로

온몸이 가뿐해지는 단잠이었다







4.jpg

신경림돌 하나꽃 한송이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5.jpg

이재무봄밤

 

 

 

시인 박아무개가

지독한 가난에 두들겨 맞고

알코올성 치매에 영양실조에 폐암으로

중환자실 들어가 생사 넘나들던 밤

면회에서 돌아와 아내 몰래 수음을 했다

더러운 쾌락에 치를 떨며 결코 울지 않았다

여러 해의 봄 한꺼번에 흘러간 그 밤

 

청승 신파 뒤 술상 뒤엎던 울분과

소리높여 부르던 단심가

전화선을 타고 건너오던 물 젖은 소리

이제 너와 함께 과거에 묻는다

70년대 상경파의 불운한 생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꼬리 긴 주소를 지운다

세상에는 어제처럼

눈비 오고 바람 불고 구름 흐르고

해와 달은 떴다가 지며 묵은 달력 넘기겠지만

가던 걸음 문득 세워놓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그런 날 더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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