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어플을 통해서
출근 시간에 카풀 매칭을 받아 태워다 드리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오늘이 토요일인지 모르고, 내일 아침 카풀이 있나 어플을 켰는데,
내일이 토요일이라 카풀이 없더군요.
끄고 자야겠다 하는 찰나.
새벽에 쩌 시골쪽에 카풀이 떠 있어서
' 이시간에 저 시골에서 카풀 안 잡힐텐데.. '
그래 모시고와 드리자 해서
새벽1시에 모시러 갔습니다.
간다고 전화드리자
"어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감사 안하셔도 되요, 금방가요"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갔더니,
길가에 기다리고 계신 중년의 남성분이 서 계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얼른 타세요"
"네 어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래기다리셨죠, 워낙 외져서"
"아유 아닙니다. 와주신것만해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그렇게 감사 안하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감사한거죠."
"새벽인데, 이 시간에 시내로 약속있으신가봐요?"
"아뇨.. 저는 대리운전 기사입니다."
"아, 이쪽으로 대리오신거에요?"
"안 올라다가.. 카풀이 혹시 올까 해서 왔습니다. 허허, 감사합니다"
가면서 상황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 둘이 있는데,
변변찮게 학원도 못 보내고
가게를 하시는데, 장사가 너무 안되서
밤에 대리를 뛰고
낮에 가게를 열고...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잘 못해 주는게 미안해서
치킨을 시켜주고,
아빠는 치킨을 먹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아빠 약속있다고 하며
야밤에 나와서 대리를 하는 아버지...
"그럼 지금 가시는 길에 콜 잡고 계시겠네요?"
"네네, 켜 놓고 있긴 한데요, 그냥 시내로 가 주시면 됩니다"
"콜 잡으시면 거기로 바로 가 드릴게요"
"어휴 아닙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그게 더 편하시잖아요, 한건이라도 더 하셔야죠. 바로 잡으시면 거기로 갈게요"
"전에, 카풀로 한번 그랬는데, 그분이 목적지 바꾸면 천원 더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허허"
"네?!"
"그래서 ...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냥 시내로 가주시는 것도 감사합니다"
"아,, 아니 저는 상관없고 돈도 안받을테니 걍 편하게 어디라고 말씀하세요
저도 대리 주말에 뛰는데,
300-800미터 전력질주하고 콜 잡기도 힘들고, 진짜 피곤한거 알거든요"
"어휴.. 천사십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너무 감사하시는거 같은데.."
"허허 아닙니다."
경제가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 보니...
밤문화는 어느새
술을 마시는 자와, 대리하는 자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술 마시는 사람은, 술 마시는 사람대로,
대리하는 사람은, 대리하는 사람대로
서로의 노곤함과 피로함이 녹아드는 도심의 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내로 가는 중에 콜을 잡으셨습니다.
콜 방향으로 태워다 드리는데,
주머니에서 편의점 1500원짜리 작은 햄버거를 꺼내서
저를 주시더군요.
"안주셔도 되요!!! 진짜로!! 사장님 드세요!!"
"아닙니다.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그렇습니다. 드십쇼"
"아뇨아뇨 전 집에가서 잘거에요. 얼른 드세요!"
"아닙니다. 여기 뒷좌석에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햄버거를 던져놓으시고
서둘러 내리며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아저씨.
선량하신 인상에
부르튼 손과, 얇은 점퍼
핸드폰으로 콜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콜을 잡고 달리는 아버지...
자식에게 치킨을 시켜주고,
자신은 편의점에서 1500원 작은 햄버거를 사서
배를 달래며
달리는 아버지의 모습
연신, 감사하다고 하는 인사에
차 뒷좌석에 던져진 작은 햄버거..
그리고 돌아보니, 시내 편의점 앞에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콜을 기다리는 대리기사 아버지들..
차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힘내십쇼 아버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