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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해마다 4월이 오면 꽃으로 오십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875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4/30 08:31:0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eEU2Br8mNJc





1.jpg

나해철새벽 등대

 

 

 

보름달 쪽으로 갔던

낙타가

희미한 별에 실려 돌아온다

푸르게 젖어 울며

바라보는 너머에

빈 배 기울어져 있다

달의 뒤편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가

오래된 강물이라도 있어

목에 매달려 밤새 흐느꼈던가

낙타여

빈 배의 주인도

이미 한없이 가벼워져

새벽으로 가버렸다

이대로 가면 곧

푸른 울음도 은빛 탑이 탑이 되어

바다 끝에서 철썩이리라







2.jpg

이시영사이

 

 

 

가로수들이 촉촉이 비에 젖는다

지우산을 쓰고 옛날처럼 길을 건너는 한 노인이 있었다

적막하다







3.jpg

고경숙모란

 

 

 

한옥대문을 밀면

어머니는 툇마루 근처에서

빨래를 개키시거나

수돗가에서 채소를 씻곤 했었다

 

돌아앉은 빨간 블라우스 자락이

물소리에 맞춰 흔들렸다







4.jpg

황명걸빈 교정

 

 

 

모두들 어디 가고

빈 교정에

개나리만 만발했나

 

봄볕 가득한

빈 잔디

빈 벤치

 

먼지 앉은 교실의

책상 걸상들이

임자를 보고 싶다네

 

어디 갔을까

무엇 하고 있을까

친구들은 지금

 

집에 있어도 편잖고

산에 가도 언짢아

생각느니 친구들뿐

 

사랑을 갓 배울 때의

그 그리움

그 보고 싶음이어라

 

모두들 어디 가고

빈 교정에

개나리만 만발했나







5.jpg

유안진꽃으로 다시 살아

 

 

 

지금쯤 장년고개 올라섰을 우리 오빠는

꽃잎처럼 깃발처럼 나부끼다가 졌습니다만

그 이마의 푸르던 빛 불길 같던 눈빛은

4월 새잎으로 눈부신 꽃빛깔로

사랑하던 이 산하 언덕에도 쑥구렁에도

해마다 꽃으로 다시 살아오십니다

메아리로 메아리로 돌아치던 그 목청도

생생한 바람소리 물소리로 살아오십니다

꽃 진 자리에 열매는 열렸어야 했지만

부끄럽게도 아직껏 비어있다 하여

해마다 4월이 오면 꽃으로 오십니다

눈 감고 머리 숙여 추모하는 오늘

웃음인가요 울음인가요 저 꽃의 모습은

결 고운 바람결에도 우리 가슴 울먹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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