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배기와 진짜배기 ♥
내가 오지 여행을 하고,
지금은 재난현장에서 일해서인지,
가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겠어요?"
왜 나라고 무서운 것이 없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헛된 이름, 허명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매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실제로는 "오이"인데,
사람들이 "수박"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정 해 보자.
그러면 길쭉한 오이는
남 앞에 설 때마다
크고 동그랗게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쓸 것이고,
있지도 않은 줄무늬까지
그려 넣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빈틈없이 변장을 했으면서도
자기가 "오이"라는 것이 드러날까 봐
늘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
기껏해야 백 년의 인생인데,
그렇게 남이 정해 놓은
허상에 자기를 맞추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 하면서 말이다.
나는 아무리
"수박" 노릇이 근사하고
대접을 받는다 하더라도,
가짜 수박보다는 진짜 오이가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치기, 함량 미달,
헛이름이 난 수박보다
진국, 오리지널 이름 값하는
오이가 훨씬 자유롭고 떳떳할 테니까.
그래야 제 맛을 내면서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 할 수
있을 테고 조금씩 커 가는 과정을
스스로 만끽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가짜배기"수박"이고 싶은가,
진짜배기 "오이"이고 싶은가?.
-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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