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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귄 여인
게시물ID : panic_874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크림빠앙
추천 : 31
조회수 : 7957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6/04/23 18: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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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를 한지는 꽤 되었는데 주로 모바일로 눈팅만 하다보니 전에 가입했던 아이디를 분실해서 새로 하나 만들었어요
공게 눈팅족이지만 가입했을땐 동게가서 햄찌용품 나눔도 하고 햄찌 확대기도 올리고 그랬었는데 아이디 ... 아쉽네요
잡담은 여기까지하고 가입기념으로 예전에 읽었던 일본 기담 하나 들려드릴께요
 
 
구미호 처럼 여우가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는 일본에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주로 너구리나 고양이 등의 동물이 오래 살면 신기한 능력이 생겨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알려져 있죠
가입기념 공게 첫글은 오유인들의 사랑인 고양이 기담 입니다
 
 
 
나가사키 항구는 예로부터 중국이나 서양의 배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다.
따라서 상인과 선원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상대하는 유녀들도 많았다.
유녀들이 있는 유곽들은 에도의 요시와라처럼 사방이 담장으로 막혀 있었다.
에도의 유녀들처럼 등급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손님들을 끌기 위해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기모노를 입은 채 당시 여성들이 갖추기 힘든 애교로 무장했다.
따라서 에도처럼 외지에서 온 남성들이 많았던 나가사키의 유곽들도 크게 번성했고, 그중 마루야마라는 곳이 가장 컷다.
 
원체 유명해지다 보니 유녀와 즐기기 위한 손님들뿐만 아니라 구경꾼들도 적지 않게 드나들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유녀들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앞뒤로 어린 하녀들을 거느리고 걸어가는 모습은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거기다 유곽 출입이 금지된 사무라이들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삿갓과 도롱이를 쓰고
어정쩡하게 걷는 모습 역시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눈요깃거리였다.
 
그런 마루야마 유곽에 한 소년이 나타났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삿갓을 쓰고 있었지만, 머리 앞부분을 밀고 뒷부분의 머리를 모아서 상투를 튼 것이 보였다.
유곽 출입이 금지된 사무라이 계급의 젊은 사내가 은밀히 구경을 온 것으로 보였다.
하카마와 하오리는 모두 비단이었고, 오비 역시 검정색 비단이었다.
값비싼 옷에 어울리는 다정한 차림새였고, 하얀 얼굴과 반짝거리는 눈빛에 사람들은 넋을 놓고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수줍게 웃어 보이면서 유곽을 거닐었다.
옷깃에 반쯤 가려진 왼쪽 목덜미에 제법 큰 점이 보였지만 큰 흉은 아니었다.
수행원이 한 명도 없다는 게 이상했지만 사람들은 점잖은 사무라이가 유곽에 오느라 일부러 혼자 왔을 것이라고 넘겨짚었다.
 
젊은 미남 사무라이는 며칠동안 해가 떨어지면 유곽에 혼자 나타나서 돌아다녔다.
유녀들과 드나들던 손님들이 몇 번 말을 건넸지만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번주를 모시는 낭사나 시동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먼발치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사마노스케라는 제법 잘 나가던 유녀가 여종을 시켜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젊은 사무라이는 내일 저녁 가겠다는 말을 여종에게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에 사마노스케를 만나러 왔다.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하던 그녀를 얼른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깨끗하게 목욕하고 사향주머니를 찬 그녀는 향을 뿌린 기모노를 입고 호화로운 음식상을 차려 놨다.
그리고 흥을 돋을 악공들도 불렀다.
유녀가 손님을 위해 돈을 쓴 셈이었지만, 그녀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찾아온 젊은 사무라이는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그녀를 대했고, 준비한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
단 채소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 사시미를 주로 먹었다.
그걸 본 악공들은 입맛이 독특하다며 소곤거렸지만,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잔치가 끝나자 두 사람은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아침, 함께 목욕을 하고 아침을 먹은 후 미남 사무라이는 5냥을 내놨다.
 
" 이럴 필요 없습니다. "
" 내 마음이니 받아두시구려. "
 
웃으며 이야기한 그가 떠나려고 하자 사마노스케가 물었다.
 
" 존함이라도 알려주십시오. "
" 묘헤이라고 하오. 남의 눈이 있어서 자세한 집안 내력을 밝히지 못하는 점, 용서해 주시구려. "
 
사마노스케의 손을 꼭 잡은 묘헤이가 말했다.
 
" 앞으로 가끔 들리겠소. 그때까지 잘 지내도록 하시오. "
 
그 후로 묘헤이는 약속대로 가끔 들려 사마노스케와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갔다.
갈 때마다 몇 냥씩 돈을 내 성의를 표시했지만, 어느 집안 출신인지는 끝끝내 밝히지 않았다.
사랑이 깊어 갈수록 그 점이 서운해진 사마노스케는 똘똘한 어린 심부름꾼을 시켜 아침이 되어 돌아가는 묘헤이의 뒤를 밟게 했다.
점심 무렵 돌아온 심부름꾼은 뜻밖의 얘기를 털어놨다.
 
" 시장통에 있는 생선가게로 들어가시던데요? "
" 번듯한 저택이나 성이 아니라 생선가게라고? "
 
심부름 값을 건네며 떨떠름해진 사마노스케는 다음에 묘헤이가 돌아갈 때에도 다른 심부름꾼으로 하여금 뒤를 따르게 했다.
이번에도 심부름꾼 아이는 묘헤이가 같은 생선가게에 들어갔다고 알려왔다.
 
이상하다고 느낀 사마노스케는 부랴부랴 외출 준비를 하고 심부름꾼 아이를 앞세워서 그곳으로 갔다.
심부름꾼 아이가 그녀를 데려간 곳은 나가사키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들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시장통의 한 군데였다.
바지를 걷어올린 차림에 험상궂게 생긴 주인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설마 생선을 사러 온 건 아닐 테고 여긴 무슨 일이요? "
" 사람을 찾습니다. 나이는 열여덟 살 정도 되신 것 같은데, 키가 작고 얼굴이 하얀 편입니다. 왼쪽 목덜미에 점이 있고요.
혹시 이 집에 머무는 손님들 중에 그런 분이 있습니까? "
 
사마노스케의 물음에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 마누라는 작년에 병으로 죽고, 딸들도 모두 출가한 상태요. 데릴사위 놈은 나랑 똑같이 생겼고 말이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손님이 없소.
잘못 찾아온 것 같으니 다른 데로 가 보시구려. "
 
얘기를 들은 사마노스케는 주인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모두 털어놨다.
그러자 얼굴을 찡그린 주인이 대답했다.
 
" 믿을지 모르겠지만 짐작 가는 구석이 있소. 따라오시구려. "
 
대나무로 만든 몽둥이를 든 주인이 그녀를 데리고 가게 안에 있는 창고로 들어갔다.
소금에 절인 생선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는데, 주인이 구석의 작은 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 생선 가게다 보니까 쥐들이 많아서 옛날부터 고양이를 길렀다오. 지금 데리고 있는 고양이는 우리 아버지 때부터 있었는데
얼추 20년 가까이 되었소. 동네 사람들이 오래된 고양이는 사람으로 변한다고 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서 안 믿었지. 근데 최근에
이놈이 자꾸만 자기 집으로 생선을 팔고 모은 돈을 가져가는거 아니겠소. "
 
말을 마친 주인이 대나무 몽둥이로 집을 두드리자 늙은 고양이가 쓱 고개를 내밀었는데 고양이를 내려다본 사마노스케는 비명을 질렀다.
하얀색 털을 가진 고양이의 왼쪽 목덜미에 검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마노스케를 본 고양이는 몸을 날려 창고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사마노스케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소문을 들은 시장 사람들이 도망치는 고양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통에 잡지 못했다.
고양이는 그날로 사라졌고 고양이가 떠난 자리에는 주인의 말대로 동전들이 숨겨져 있었다.
젊은 미남 사무라이로 변신한 고양이가 주인의 돈을 훔쳐서 사마노스케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이 소문이 마루야마 일대에 퍼지면서 그녀에게는 ` 고양이와 사귄 여인 ` 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것은 점잖은 사람들끼리 주고 받은 얘기고, 짓궂은 쪽은 ` 고양이가 먹다 버린 유녀 ` 라고 불렀다.
덕분에 그녀의 인기는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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