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에게 질려버렸고, 정떨어졌다. 문재인에게 막말을 퍼부어서가 아니다.
자기를 부정하고 정치적 아버지 노무현을 모독했기 때문이다. 모독한 정도가 아니다.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버지를 때리고 짓밟는 짓거리를 일컬어 패륜이라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김진태, 정우택, 나경원 등의 말은 선의이고, 자신의 말은 민주주의자의 고뇌에 찬 금과옥조인데 '형님' 문재인에게는 질려버렸고, 정떨어진다고?
시작은 그의 '선의'발언에서 시작했다. 기묘한 시작이었다.
2월 19일인가, 이명박, 박근혜, 선의 어쩌고... 했을 당시 논란이 되자 안희정은 이렇게 말했다. 역설이었다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안희정이 그렇게 말했을 때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청중들은 정말로 역설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안희정도 역설이라고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사실 안희정은 역설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2월 20일, 안희정은 자신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계산한 말도, 실수도 아닌 제 마음 속에 있는 제 말'이라고 강조했다. 저녁에 jtbc 뉴스룸에 나가서는 손석희 앵커한테 자신의 생각을 치열하게(!), 그러나 따분하게 열강했다.
2월 21일, 안희정은 '예가 적절치 못했다'며 자신의 '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2월 24일에는 '선의 발언'으로 아내에게 밤새 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설이 아니었다. 본의이고 진심이었다. 그의 마음 속 말이었다.
대통령 후보 선출 후 안희정의 태도는 어떠할까?
나는 이렇게 짐작한다. 그는 깨끗하고 매너 좋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충실한 민주주의자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에 2002년의 정동영도 그랬다. 대선후보 토론회 때 이념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가장 좌측에 있고, 자신은 중도에 있다던가, 우측에 있다던가
그 때 보고 참 싸가지 없게 정치한다, 생각했는데 경선지킴이로 끝까지 완주하고 노무현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풀어졌었다.이후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인 선거참여 불필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를 때는 안타까워 했고,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압승을 알리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때 그의 뺨으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치를 기술로 하는 자들은 결국 본색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음을 정동영은 보여줬다. 안희정을 정동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이라고 하면 둘 중 누가 더 모욕이라고 느낄까
좋은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도 자신을 셀프 탄핵한 인물로는 김두관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때 민주주의자들의 유망주였던 그였지만, 지금은 본인을 제외한 누구도 그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안희정은 김두관보다 나은 인물인가?
박원순 시장도, 안희정도, 이재명도 룰을 지켜가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경선 후에는 실력과 내공을 다지면서 기다리면 좋은 기회가 주어질 터인데도 스스로 바닥과 밑천을 내보이며 꺼져가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나라와 주권자들을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는 아직 안지사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의구심이 틀린 것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다음 총선에 이해찬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세종시 지역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이 기대는 아직, 아직은 유효합니다. 여기서 더 엇나가지 말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2월 20일에 썼던 글이다. 이제 나는 그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린다.
지지율뽕에 취해 실수했다, 고 볼 여지를 그는 완전히 날려버렸다. 대통령이 되면 본인과 나라와 주권자들 모두에게 해로울 사람으로 보여서다.
다행이다. 안희정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