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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유게시판에서 본 일이다.
늙은 아재 한명이 떨리는 손으로 파랗게 반짝이는 글 하나를 쓰고는
"황송하지만 이 글이 추천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자유게시판 사람들 입을 쳐다본다.
자유게시판에 상주하는 사람들은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글을 감정해 보고 '좋소' 하고 추천을 준다.
그는 '좋소' 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추천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놓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게시판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또 다른 글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재밌어서 추천이 네개나 박힌답니까?"
하고 묻는다. 사진게시판 상주 사람들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사진을 어디서 훔쳤어?"
늙은 아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인터넷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좋은 사진을 빠뜨립니까? 훔쳐오면 짤 출처때문에 안 혼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아재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사진게시판 람들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추천을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추천이 더해지지는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얼굴위로 미소가 지어지고, 그 추천을 확인할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추천된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떤 사람이 추천을 그렇게 많이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글들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비공감 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빼앗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색드립이라도 알려줍니까?
유우머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댓글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추천하나, 댓글 하나 얻은 것에서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추천 열개로 베스트와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또 추천 백개로 베오베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러번을 하여 겨우 베오베 한번 갈랑말랑 합니다
이 추천들을 얻느라고 여러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베오베에 집착한단 말이오? 그 베오베 글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베오베 알림창,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출처 | 패러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