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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물
게시물ID : panic_87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49
조회수 : 4517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6/04/17 21: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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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우리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야.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던 이야기라 스피드하게 슝슝 써내려가 볼께 ㅋㅋㅋㅋ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쯤의 이야기야.

우리 엄마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에 겪은 일이래.
 
(참. 참고로 울 엄마는 시집을 엄~~~~~청 빨리 간 편이어서 나이 계산에 의미가 없음.)
 
 
울 엄마는 섬마을 어부의 장녀로 태어났지.

첫째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옛 속설도 있고, 울 엄마가 어려서부터 또랑또랑 말도 잘하고 어른들 심부름을 완전 잘해서 커갈수록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가 엄청 예뻐하셨다고 해.
 
 
남아선호사상이 굉장히 심했던 그 시절, 엄마 밑으로 아들이 하나 있었다면 부모님의 관심이 저절로 옮겨 갔을 테지만 어쩐일인지 울 엄마가 태어나고 나서 외할머니는 좀처럼 임신이 안 되셨대.
 
그래서 외할머니는 시댁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구박과 함께 마음고생을 꽤나 심하게 했다는 거야.
 
섬마을들은 대게 부락단위로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거든.

그게 무슨 말이냐면, 한 동네가 거의 사촌지간이거나 육촌이거나 사돈의 팔촌이거나 옹기종기 친척끼리 모여 산다 이거여.
 
그러니까 김장을 한 번 할래도 온 동네 어른들을 모여서 함께 김장을 하고, 명절을 보내도 진심 동네 잔치처럼 보내는 거지.

시어머니가 한 명이어도 입이 쩍벌어지는 마당에 동네 구석구석 시댁 어른이 포진해 있으니 오죽했겠어.

그 당시 물기르러 공동 수돗가에 한 번 내려갔다 올라올 때면 어서 빨리 아들 낳아라, 라는 말을 스무번은 넘게 들었다고 해.

지금 같으면 깊은 빡침에 이혼을 하면 그만이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참 여자들이 지고지순 했던 것 같아.

우리 외할머니는 그런 스트레스를 하루하루 감내하며 눈물 나는 세월들을 보내셨겠지.
 
그런데, 또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닌 것이 어업을 천직으로 삼는 섬마을에서는 아들들의 노동력이 참 중요하기도 하거든.
 
하지만 우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꿋꿋하게! 그 당시 국가적 운동이었던 "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 " 이런 신식 사고방식을 주장하며 오히려 두 분이서 돈독하게 가정을 꾸려가셨다지.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외할아버지가 육지의 어느 큰 시장으로 일을 보러가게 되었지.
 
사는 곳이 워낙 작은 섬인지라, 필요한게 있으면 돌아오는 장날을 맞춰서 사러가곤 했다는 거야.

시장에가서 가져갔던 물건들을 팔고, 판 돈으로는 살림에 필요한 것들도 사고 장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일을 보다보니 문득 허기가 지더란다.
 
그래서 시장 어귀에 있는 팥죽집에 들러서 팥죽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웬 나이가 지긋~한 노스님이 앉더니 본인도 맛나게 밥을 잡숫더래.
 
우리 외할아버지가 동네에서 소문난 스크루지 영감님이거든.

(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세뱃돈 천원 ^^~ 말 다했지.)
 
그런데 그날따라 뭘 잘못드셨는지 그 스님의 밥값을 함께 계산해드리며,

" 스님~ 제가 시주하는 것이니 많이 잡수시오 " 

라고 했다는 거야.

그랬더니 스님이 공손히 합장을 하며 짧은 목례로 답을 하더니,

" 보살님. 자녀 운을 보시려면 집에 영물을 하나 들이십시오.
 집에 가축을 들이면 득남을 하실 겁니다~ "

라고 했다는 거야.
 

스크루지 영감탱이면서 귀까지 얇았던 울 할아버지는 왠지 그 스님의 한마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그 당시 멸치 판 몫돈을 몽땅 긁어다가 당장 어린 소 한 마리를 샀다고 해.

당시 소 한 마리 값은 어른 몇 달치 월급이었다고 하니 보통 돈은 아니었을테지.
 
그렇게 소를 사서 앞세우고 집에 돌아가자 외할머니는 기함을 하며 뒤로 나자빠졌고, 살림 말아먹은 양반이라며 이혼하네 마네 대판 싸움이 났다는 거야.
 
ㅇ_ㅇ 생각해봐.

농사 지을 땅뙈기 하나 없는 어부집에 송아지가 웬말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송아지를 가둘 우리조차 없는 집에 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할머니는 드러눕고

우리 엄마만 신이 나서 송아지를 반겼다지.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스님의 말씀처럼.

송아지를 집에 들인지 몇 달이 지나자 외할머니는 진짜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고 해.
 
 
거의 십년만의 임신인지라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었겠지.

울 엄마는,

" 아, 이제 드디어 울 어매도 할머니 구박 안 받겠네.
 울 어매 꼭 아들낳게 해주세요 "

이러면서 하루하루 손 모아 기도를 했다고 해 ㅜ ㅜ
 
덕분에 송아지는 집에서 완전 극빈 대접을 받으며 시시때때로 산낙지라던가 부드러운 여물 같은 고급 음식을 받아먹으며 김정은 버금가는 호강을 누리고 살았다지.
 

워낙 귀하게 얻은 자식인지라 외할머니는 거의 집안에서 소일거리나 하시면서 이제나 저제나 출산일만 기다리며 보내셨다고 해.
 
그 시절에는 산부인과 같은 여성병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어놔서 임신을 해도 태아의 성별을 알길이 없고 출산은 거의 집에서 했대.

단지, 경험상 둘째 아이는 첫아이 보다 출산 진행이 빠르니 수월하게 낳겠구나 싶었다는 거지.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외할머니의 배는 수박처럼 부풀어올라 드디어 산달이 가까워진 거야.
 

그 날은 희한하게도 달이 무진장 밝은 그런 밤이었다고 해.

한 여름이었고 집집 마다 모깃불이 올라오는. 그런 밤.
 
외할머니랑 엄마는 나란히 앉아 흰천을 뜯어다가 하루종일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고 해. (애기 기저귀 용으로)

그런데 하루종일 집안일을 고되게 해서 그런지 외할머니가 드디어 진통이 오기 시작한 거야.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진통이 시작되었으니 애기 낳을 채비를 서둘러야 했기에 집에 어른이 있어야 했는데,

그 날 하필이면 외할아버지는 아랫동네 잔치하는 곳에 가셨다는 거야.
 

아랫동네는 어른 걸음으로 걷자면 한 30분?

아이 걸음으로는 40분?

정도 되는 곳이었대.

엄마가 학교에 가려면 늘상 걸어가던 동네였다고.
 
 
어린 엄마가 가만 생각해보니 달이 휘영청 밝아서 땅에 놓인 돌맹이까지 훤하게 보일 정도길래,

" 엄마, 내가 아랫동네에 가서 아부지 모시고 올게 "

하며 밖에 나갈 채비를 했다는 거야.
 
 
하지만 외할머니는 어린아이가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고 고작 8살 밖에 안 된 아이가 야밤에 어딜 다니냐면서 한사코 만류를 했대.
 
그리고 지금 당장 아이가 나올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기다리라고 한사코 마다하시더래.
 

그래서 한 시간, 두 시간 엄마와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오도록 기다렸다고 해.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할아버지는 오지 않고 외할머니의 진통은 점점 심해지기 시작한 거야.


시간이 갈수록 땀을 뻘~뻘 흘리며 나중에는 일어서질 못할만큼 진통이 심해져서 아예 자리를 펴고 힘을 줘야하는 정도가 되었다는 거야.
 
 
그 시절엔 집집마다 전화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핸드폰이 있던 시대는 더더욱 아닌지라 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엄마는 애만 탈 뿐이었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앞집 옆집 아랫집 길건너 고모네집 동네 어른이란 어른은 모두모두 그 잔치한다는 아랫동네에 함께 몰려가서,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수저 들 힘도 없는 상 늙은 할아버지들 밖에 없더라는 거야.
 

엄마는 더이상 기다려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진통하느라 정신이 없는 외할머니를 뒤로한 채 고무신을 꿰차신고 대문 밖을 나선 거지.
 
 
그 날 달이 쟁반만큼 크고 둥글기도 하고 길도 훤히 잘 보여서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아랫 동리에 금새 도착할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그런데 얼마 못 가 엄마는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망설이게 되었다지.
 
왜냐면, 섬마을 구조가 넓은 평지는 드물거든.
 
요즘처럼 평평한 대로를 따라 쭉 걸어서 옆동네를 가는 게 아니라 아랫동네로 가려면 얕은 산 언덕 하나를 넘어야 했다는 거야.
 
섬마을 특성상, 마을과 마을은 산을 경계로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이 마을에서 저 마을을 가려면 산을 가로질러 숲길을 걸어야 하는 거야.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산길인데 고작 8살짜리 꼬마는 오죽했겠어.
 
 
숲길 앞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지금이라도 다시 집으로 갈까 생각을 했는데
 
집에서 끙끙 앓던 엄마 생각이 나더래.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눈딱 감고
 
차라리 쉬지 않고 한 번에 달려갈 생각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정말로 그 작은 걸음으로 타다다다닥 오솔길을 따라서 막 달리기 시작했대.
 
숲속인지라 나무가 울창해서 그렇게 훤하던 달빛도 한점 없고 오직 엄마의 흰 고무신만 희미하게 보이더란다.
 
 
오직 외할아버지를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산길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는데
 
얼마나 달렸을까.
 
계속 달리자 무서운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들 때쯤,
 
엄마의 등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리더래.
 
 
" 짜그랑... 짜그랑... 짤그랑... " 하는 소리.
 

엄마는 걸음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저것이 무슨 소리일까 무척 궁금했다고 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라는 거야.
 
 
그건 바로 소 목에 걸린 방울 소리.
 
워낭이라는 말 들어봤지?
 
몇 년 전에 대 유행했던 워낭소리라는 영화 있었잖아.
 
소 목밑에 줄을 매어서 달아놓은 작은 종.
 
그 종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하더래.
 
왜냐면 엄마가 집에 있는 송아지를 매우 귀여워해서 학교에서 다녀오면 여물도 주고 털도 빗겨주고 궁둥이에 얹은 소똥도 긁어주고 해서 거의 키우다 싶이 했기에 송아지 목에 달린 종소리를 모를리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아니 왜 이 산속에서 소 종소리가 날까 의아했는데
 
산길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특히나 그 방울 소리는 등 뒤에서 났었는데, 한시가 바쁜 그 때에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확인할 수는 없더라는 거야.
 
그냥 막연하게 우리집 송아지가 고삐가 풀려서 산속으로 올라왔으려나, 아니면 다른 집 송아지가 아직까지 산속에 매어 있는 건가 싶기도 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는 거야.
 
 
그렇게 산길 중간정도 만큼 달려왔는데

짤그랑 거리는 그 방울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매우매우 가깝게 들리기 시작했대.
 
처음엔 분명 저~멀리 어딘가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했는데 점점 가깝게 들리더니 나중에는 송아지가 마치 등 뒤에 있는 것처럼 가까운 곳에서 워낭소리가 짤그랑 거렸다는 거야.
 
 
얼마나 무서웠겠어.
 
지금이라면 뽀로로나 보면서 구몬학습 풀 나이인데.
 
엄마가 말하길, 천지분간 못하는 어린 나이였는데도 등뒤에서 딸랑 딸랑 거리는 그 소리가 엄청나게 음산하고 무서웠다는 거야.
 
 
그래서 있는 힘을 쥐어짜내서 더 빠른 걸음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대.
 
그러다 나무 뿌리에 걸려서 앞으로 넘어지게 되었고, 체구가 워낙 작았던지라 공중에 붕- 뜨면서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는 거야.
 
내리막길에서 넘어지다보니 한참을 그렇게 데굴데굴 굴러서 멈추었는데 

훌쩍이며 신발을 다시 신으려고 찾아보니 고무신 한 짝이 어디론가 가고 없더래.
 
ㅜㅜ
 
그 때는 고무신도 귀했다고... ㅜㅜ
 
그래서 외할아버지고 뭐고 간에 나는 엄마한테 혼났다는 생각으로 눈물이 삐질삐질 나오더래.
 
 
생각해 봐.
 
자꾸 등뒤에서 이상한 방울소리는 나지.
 
넘어져서 무릎은 깨졌는데 신발도 없지.
 
가도가도 산길은 끝이 없지.
 
 
그래서 그 산 깊은 곳에서 목놓아 엄마를 부르면서 엉엉 울고 있었는데
 
저 숲속 안쪽에서 다시 짤그랑.. 짤그랑... 거리면서 워낭소리가 들리더란다.
 
무릎도 아프고 신은 찾아야겠고..
 
꼼짝없이 그 자리에 서서 오돌오돌 떨고 있었는데
 
오솔길을 따라 깊은 어둠을 몰아내고 정말, 집에서 키우던 그 송아지가 나타나더래.
 
 
무서운 마음이 싹 달아나서 기쁜 마음에 달려가서 송아지 목을 끌어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막 토닥이고 목줄을 찾아 붙잡고 어기적어기적 같이 걸어내려오기 시작했다는 거야.
 
눈물을 훔치고 내리막길에 서서 아랫동네쪽을 바라보니 저기~ 산밑 쪽에서 후레쉬를 든 사람들 몇이 올라오는 불빛이 보이더래.
 
그래서 아, 드디어 울 아부지가 오는구나. 됐다, 됐어, 싶어서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고 해.
 
 
반가운 마음에 송아지 고삐를 쥐고 어서가자, 이럇이럇 하면서 산길을 신이 나서 내려갔고.
 
산길을 내려갈수록 마주오던 후레쉬 불빛이 가까워지더래.
 
 
그런데, 마주오는 일행들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웬일인지 송아지의 걸음이 거북이처럼 느려지더래.
 
때때로는 가지않고 딱 버티고 서서 먼 하늘만 보고 고집을 부리더란 거야.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엄마가 송아지 궁둥이를 손으로 찰싹 때리면서 그러면 못쓴다고 얼른 가서 아버지가 있나 확인해 봐야 한다고 그렇게 혼을 냈대.
 
그래도 송아지가 말을 안 듣더라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길 바로 가까운 큰 소나무에 송아지를 묶어놓고는,

 
" 너 여기서 딱 기다려라.
 
 내 아버지 찾아서 다시 올께 "
 

하고는 보이는 후레쉬를 따라서 총총총 달려간 것이지.
 
 
다행히도 울 엄마는 산길을 조심히 내려가서 이제 막 산길을 올라오는 동네사람들 속에 껴있던 외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여차저차 상황을 이야기하고 부랴부랴 다시 산길을 돌아오게 되었대.
 
 
그리곤 송아지도 숲에 매어 있으니 꼭 데려가야 한다며 앞장 걸음을 해 오는데,
 
길을 걸어도 걸어도 길가에 매어 놓은 송아지가 보이지 않더라는 거야.
 
함께 길을 넘어온 동네 어른들은 네가 어려서 목줄을 단단히 묶어놓지 않아서 스스로 목줄을 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나 보다고, 걱정말고 어서 엄마한테나 가봐야겠다고 등을 떠밀었다는 거야.
 
 
놀란 외할아버지와 동네 어른들은 부랴부랴 산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보니 외할머니는 진통이 막바지에 이르러서 곧 아이가 태어날 것 같더라는 거야.
 
 
부랴부랴 동네 할머니들은  물을 뎁히고 방 청소를 하고 외할머니가 아이가 낳을 수 있도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외할머니의 소리를 듣다가 눈물이 터진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가 걱정이 되어서 마당을 종종 걸음으로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었대.
 
 
그러다가, 아까 산속에서 본 송아지 생각이 나더래.
 
요녀석이 정말 무사히 집에 돌아온 걸까 싶어서 뒤란으로 가서 헛간을 들여다 보았는데...
 
 
 
 
 
ㅜㅜ
 
 
 
송아지는 우리 안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더래.
 
애초에 목줄은 풀린 적도 없이.
 
우리의 나무 펜스는 열린 적도 없이.
 
송아지가 숨이 다해서 싸늘하게 죽어 있더라는 거야.
 
 
 
여물통에 고개를 쳐박고 엎드려 잠을 자듯 말이야.
 
 
 
 
 
엄마는 엎드려 죽어 있는 송아지를 몇 번이나 흔들어 깨워봤지만 죽은 송아지가 어떻게 일어나겠어.
 
엉엉 울면서 송아지가 죽었다고 그러고 있었는데 밖에서는 무사히 엄마의 동생이 태어나게 된 것이지.
 
 
 
 
 
바쁜 어른들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송아지가 죽었다고 울먹이며 일러바쳤더니,
 
어른들도 깜짝 놀라시며 소가 영물은 영물이네, 하더라는 거야.
 
 
 
 
소가 자동차만큼 귀하던 그 옛날에 본인 집 송아지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아무리 어두운 산길이래도 마찬가지였다고.
 
분명 그 산길에서 본 송아지는 엄마의 송아지가 분명했다고.
 
하지만, 외양간을 대신하던 헛간의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고 목줄 또한 꽁꽁 묵여 있었다고..
 
 

그렇다면, 산에서 본 송아지의 모습은 송아지의 혼이었거나, 환영이었다는 말. 그 이외엔 설명이 안 되는 걸.
 
 
 
엄마가 말하길,
 
해떨어질 오후에 분명 여물을 먹는 것까지 확인을 했다고.
 
초저녁까지는 살아 있었을 거라고.
 
아마도 엄마가 산길을 내달리던 시각, 그러니까 외할머니가 본격적으로 진통을 하던 그 시간에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평소에 예뻐해주던 엄마가 생각나서 마지막으로 산길을 따라 걸어온 것 같다고. ㅜㅜ
 
그리고. 저승사자가 태어날 애기 대신 송아지를 데려간 건 아닐까 싶다고.
 
그래서 스님이 집에 영물을 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엄마가 그 산속에서 송아지를 본 건 진짜였다고 해.
 
 
그래서 우리 엄마는 그 이후로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동물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다고.
 
 
 
오늘 이야기.
 
끝.
출처 판 헤이브 님

http://pann.nate.com/b33117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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