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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대를 사랑하여 아프다
게시물ID : lovestory_873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4/02 13:57:1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KzyR9qpAdd4





1.jpg

김성옥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

만나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봄이 온다

 

아무 곳에나 흩어져 있던 봄이

제자리를 찾아 달려오는 길목

풋내음 속으로

그 사람이 온다







2.jpg

박남준봄 편지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 곱게 썼을까

아장아장 걸어나온

아침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두빛 봄 편지







3.jpg

신혜경곰국

 

 

 

밤톨 같은 식구들 거느리고 살아가려면

버티는 힘 있어야지

가끔씩 찔러 주던 용돈 모아 큰맘 먹고 사 온

앞다리 하나잡뼈 한 소쿠리

우직한 무쇠 솥에 넣고서 정화수 같은 물

치성으로 채운다

묵혀 둔 아궁이에 장작 두엇 쌓아 놓고

눈물 땀물로 불을 지핀다

입김을 불 때마다 지난날들이 후

불꽃으로 일어난다

한 놈 한 놈 차례대로 매달리던 젖줄 연

몽당 부지깽이 같은 어머니

평생 끓여 온 가슴으로 손수 젖을 끓이신다

끓이면 끓일수록 진하게 우러나오는

곰국 같은 마음을 끓이신다

 

불은 뭉근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소리 없이 지켜보던 그 눈길처럼







4.jpg

정태일측량

 

 

 

아지랑이 깔리는 산길에

측량기사 안 씨가 박고 있는 것은

말뚝이 아니다

햇빛에 지친 무료한 봄날도

푸른 산 그리메의 동백꽃도

이리저리 떠도는 동박새의 울음도 아니다

칼바람 앞에서도 피어나던 동벡꽃처럼

첩첩이 피어났다 스러져 간 수만 굽이

흐릿한 망원경 속으로

안 씨가 들여다보는 것은

가파르게 깎아지른 벼랑이다

티눈 박힌 굵어진 손가락 마디마다

휘돌아 나가는 바람을 안고

붉은 시간의 모래톱 위를

안 씨 그가

구부정하고 비탈진 생애를 측량하고 있다







5.jpg

송종찬꽃샘추위

 

 

 

겨울도 아닌 것이

봄도 아닌 것이

그대를 사랑하여 아프다

가늘게 내리는 눈발의 춤사위 따라가면

솜이불 밖 그대 발금 보일까

올듯말듯 올듯말듯

눈에 길이 막혀버렸는가

나는 기다리지만 그대는 쉬 오지 않는다

얼어붙은 우물가 꽉 막힌 펌프

떨리는 두 손 닿으면

울컥 속울음 솟구칠 것 같은

그대를 사랑하여 고드름 길게 자라나고

눈에 갇혀 오지 못하는가

인간도 아닌 것이

짐승도 아닌 것이

그대를 사랑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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