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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출처 : https://youtu.be/kG4dFGl3wgE
나태주, 오는 봄
나쁜 소식은 벼락 치듯 오고
좋은 소식은 될수록 더디게
굼뜨게 온다
몸부림치듯, 몸부림치듯
해마다 오는 봄이 그러하다
내게 오는 네가 그렇다
한영옥, 가시는 생각, 오시는 생각
저 생각이 제 몸 다녀가십니다
제 몸 고마웠다 하시며 가십니다
그리고 이 생각이 오셨습니다
가시는 생각과 오시는 생각이
제 몸 안에서 고요히 마주치셨습니다
제 몸은 여름 과실인 것 같았습니다
오시는 생각이 가시는 생각 떠밀지 않고
핥으며 수박 냄새, 참외 냄새 맡을 때
제 몸 다녀가신 모든 생각의 머리채
올올이 살아오릅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생각이 많습니다
찐득하게 엉겨붙지 않도록
몸 빗기는 마음 하나만 믿고 있지요
또 하나의 생각을 받는 새로운 봄날
울타리 아래 파란 냉이싹 그냥 못 두고
주섬주섬 또 보자기 펴고 맙니다
전동균, 까막눈 하느님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산비탈 밭에 나와 이슬 털며 깨단 묶는
회촌마을 강씨 영감
성경 한 줄 못 읽는 까막눈이지만
주일이면 새 옷 갈아입고
경운기 몰고
시오리 밖 흥업공소에 미사 드리러 간다네
꾸벅꾸벅 졸다 깨다
미사 끝나면
사거리 옴팍집 손두부 막걸리를
하느님께 올린다네
아직은 쓸 만한 몸뚱아리
농투성이 하느님께 한 잔
만득이 외아들 시퍼런 못물 속으로 데리고 간
똥강아지 하느님께 한 잔
모 심을 땐 참꽃 같고
추수할 땐 개떡같은
세상에게도 한 잔
그러다가 투덜투덜 투덜대는
경운기 짐칸에 실려
돌아온다네
이위발, 봄날은 간다
차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의 나른함을 덮고
깊지도 얕지도 않은 적당한 술잔에 애틋함을 담아
가랑비가 솔솔 내리듯
여인이 나풀나풀 움직이듯
취중은 장자인지 나비인지 모를
몽롱한 꿈을 꾸듯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는
김홍조, 고해성사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내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그늘을 키웠습니다
아프게 만든다는 이유로
그늘을 지웠습니다
외롭다는 이유로
그늘을 그리워합니다
이젠 타인의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