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 불확실한 것은 두려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 역시도 마찬가지죠.
자기 자리가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자기의 자리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죽어라 기를 씁니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마인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습니다.
문재인을 물어뜯는 정치인들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왜냐하면 문재인이 추구하는 정치는,
그리고 한때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안정적인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는 자리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
국민에게 하인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는
국민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정치이면서
동시에 국회의원들에게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 것입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이 추구하는 정치가 이 땅에 제대로 구축되면
나눠먹기식 정치, 인맥질하는 정치,
계파질 정치는 많이 어려워지게 될 겁니다.
대신에 모든 정치인들은 경력이 얼마가 되었건
아주 신입 정치인이건
아주 오래된 기성 정치인이건
계급장 전부 떼고
국민 앞에서 누가 더 훌륭한 하인인지 치열한 경쟁의 레이스를 펼쳐야 되게 될 겁니다.
그야말로 안정과 편안함,
자기 자리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죠.
편안하게 자기 자리를 유지하면서 떡고물도 챙기는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과연 보수쪽에만 있을 것 같습니까?
김문수처럼 티나게 변절하지 않더라도
티나지 않게 자기 자리가 주는 특권을 마음껏 향유하며
그 자리를 편안히 유지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중의 많은 사람들이
한때는 운동권이라 불리던 사람들입니다.
한때 목숨 걸고 운동권으로서 고생했으니
이제는 편안하게 특권 좀 누리겠다 하는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들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사의 커다란 비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 우리 나라 축구판은
인맥 축구가 지배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느 학교 출신이냐, 어느 라인을 탔냐 하는 부분이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실력이 좋아도 라인을 못 타서
대표팀에 들어갈 기회조차 못 받은 선수들이
수두룩했습니다.
반대로 실력은 특출나지 않지만
라인이 좋고 인맥질을 잘해서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이 여기저기 있었습니다.
그러나 히딩크는 그러한 인맥 축구의 환경을 완전히 뒤엎고는
'오직 실력에 기초한 무한경쟁'을 선언했습니다.
실력이 있으면 인맥이 없어도, 경력이 길지 않아도
무조건 대표팀에 승선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그 전까지 월드컵 무대에서 1승도 못 거두던
한국 대표팀은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지금 문재인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정치판 변화도
이와 비슷합니다. 인맥질과 친목질, 자리 나누기질을 과감히 제거하고
오로지 정치 실력에 기초해서만 국회에 입성할 사람들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문재인이 꿈꾸는 정치이자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정치입니다.
때문에 그동안 인맥질과 친목질, 자리 나누기질로
안정되게 의원 자리를 유지하던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문재인을 향해 반기를 드는 것입니다.
그게 보수 정치인이든, 진보 정치인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