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렇게 놓지 않았을텐데...
아니 그렇게 놓은 것도, 잡은 것도 아닌 상태로 널 보낸 후에 주저앉아 후회하지는 않았을텐데...
모두가 거짓을 쫓는 만우절에 정말 거짓처럼 나를 떠나버린 너는, 만우절에 진실을 찾은 이가 몇이나 있을까라는 말을 남겼더랬지.
네 말이 옳다. 만우절은 사실 거짓을 찾는 날이 아니라 진실을 찾는 날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때 우리라는 문제에 주어진 선택지란 이별 단 하나 뿐이었고, 아마 너는 그 단 한가지의 선택지를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였을테니까.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미래 속에서 네가 느꼈을 막막함. 너의 두려움...
그 때 나는 어렸고, 너와 겪은 일들은 사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하려 해도, 부끄러움과 미안함이라는 포장지로 밖에 포장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내가 너를 다시 만난다면, 나는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무슨 마음인지 갑작스레 밤을 세워가며 역주행하던 내 담벼락에 또렷이 보였던 너의 이름.
다시금 한국에 돌아왔다는 네게 연락할 용기도 없는 나는 그냥 이렇게...
또 우두커니 서서 또 하나의 후회를 덧씌워 가야만 하는걸까?
하지만 내게 닿을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딱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거에 대한 사과, 다른 하나는 현재에 대한 감사다.
너는 첫사랑을 앓고 얼어가던 내 마음에 다시금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주었고, 그 힘으로 나는 다시 진정으로 사랑에 투신할 수 있게 되었다.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고, 아마 나는 아직도 내가 만든 그림자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겠지.
그 그림자를, 그 그늘을 걷어준 너는 사실 내게 누구보다도 감사한 사람이다.
그런 네가 다만 잘 지내고 있음을 난 하늘에 감사드린다.
닿을 수 있을 지... 하지만 닿는다면... 정말로 다시 한번. 고맙다. 한 때 나마 내 곁에 머물러 주어서. 나를 새롭게 만들어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