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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슬플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다.
그게 다 인간이기에 겪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누군가 슬픔, 좌절, 외로움을 없애준다고 한다면.. 다들 솔깃하겠지?
그 날은 특히나 일진이 좋지 않았다.
아무도 날 상대해주지 않고 놀림도 당했는데, 학교에서 받은 성적표 마저도...
집으로 가는 길에 왠 추레한 남자와 마주쳤다.
부랑자인 것 같아 보여 잔돈이나 쥐어주고 흐뭇한 마음이나 느껴볼 요량으로 다가갔다.
"거기 너, 얼굴이 슬퍼보이는데.. 원한다면 내가 고통을 덜어줄게, 물론 공짜로."
공짜로 해준다니? 나는 쾌재를 불렀다.
더이상 나빠질 게 뭐가 있겠어?
"네, 좋아요."
남자는 손을 내밀어 내 어깨에 올린 후 눈을 감고는 작은 소리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알지도 못했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달까.
호흡이 편안해지고, 기분도 한층 고양된 느낌에 온세상이 밝아진 것 같았다.
심지어 이 남자도 훨씬 혈색이 있어 보였다.
내 안의 슬픔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또 필요한 일이 있거든, 여기로 와."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기분 나빴던 하루를 털어내고 오후 내내 놀러만 다녔다.
그리고 2주 후 부모님과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됐다.
너무 격앙된 나머지 벽을 주먹으로 내리 쳐 구멍까지 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집을 빠져나와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
처음 만났던 장소는 아니었는데.. 여튼 거기 있었다.
"분노를 거둬줘야겠구나."
그리고 나는 남자에게 어깨를 맡겼다.
분노가 사라지면서 차분한 기운이 전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또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 것이 좋게만 느껴졌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와보니 부모님도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다같이 둘러앉아 과외 교습을 받기로 결정하고 모든 상황은 다시 예전처럼 좋아졌다.
한 주가 더 지나고 남자를 다시 마주쳤다.
나의 외로움을 가져가고,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질투심도 가져갔다.
그러자 점점 공허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도 늘 행복하고 늘 만족스러운 기분이라니..
세상이 밋밋해지고 지겨워졌다.
남자가 이제는 나의 지루함마저 가져가버렸다.
다시 남자를 찾아가 감정을 돌려달라고 했다.
쉰 목소리로 한참을 웃더니 기침까지 하고는 내 어깨를 툭툭쳤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게.. 되돌릴 방법은 없거든."
그러자 내 안에 있던 모든 감정이 한 번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성이라고는 조금도 남지 않은 껍데기가 됐다.
헌데 이 남자는 근사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 행색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슬프거나.. 외로울 때면.. 나를 찾아와.
내가 너의 아픔을 거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