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1/3을 자취생활을 했는데도 잘 몰랐어요
미안하지만 언니의 심정을 몰랐어요..
그래서 형부편을 좀 많이 들어줬어요ㅠㅠ
저도 직장인이니 직장인인 형부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어요
결혼 전에는 항상 웃고 발랄했던 형부였는데
요즘 힘도 하나도 없어보이고 목소리도 기운이 없어요ㅠ
얼마나 일이 힘들까... 거기다 퇴근해서 애기도 봐야하고...
근데 언니는 애기낳고부터 직장관두고 전업주부인데
언니네 가면 맨날 집이 난장판이에요
전업주분데? 대체 뭘 하길래?
가뜩이나 힘들게 일하고 퇴근했는데 집이 난장판이면 짜증나지 않을까?
이러다가 지쳐서 부부사이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혼자 오만가지 잡생각에 빠져가지고...ㅠㅠ
안되겠다, 언니를 도와주자! 하고
제가 직장일이 일찍 끝나거나 휴무일때, 조카를 봐줄테니 집안 일도 좀 하고
언니도 좀 쉬라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조카랑 노는데에 집중하느라 언니신경을 못썼는데
나중에 보니까, 언니는 진짜 쉬지않고 계속 뭘 하데요
좀 쉬면서 하라구 해두 응응 하면서 계속 왔다갔다 치우고 치우고..
근데 조카는 치운거 또 꺼내고 또 꺼내고...엎지르고...
몇 시간동안 그렇게 막 분주하다가 '아휴 이제 좀 앉자'하고 커피 한 20분 마시고 또 일하고...
조카가 3살 여자아이에 얌전한 편인데두 애 보는거 너무 힘들어서
일주일만에 목 다 쉬고 입 다 터져서 언니에게 사과했드랬죠ㅠㅠㅠㅠ
와..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난 애 하나 보는데두 죽겠는데 이걸 어떻게 해? 라고 물었더니 걍 웃으면서
뭐, 얘 티비 잠깐 볼때나 낮잠 잘 타이밍에 미친듯이 일한다고...
정말 힘들때는 같이 낮잠 살짝 자고....
그래도 덕분에 밀린 일 해서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얘 더 크면 좀 수월해질거야~하구 조카 끌어안으면서 웃는데..어휴..
그렇게 힘든데두 웃음이 나오다니...ㅠㅠ
전 집안 일하는 가정주부 하면, 세탁기 돌려놓고 소파에 앉아서 티비보며 커피마시는..그런거 생각했어요ㅠ
참.. 사람이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구나...
결혼생활이란게 만만치 않은거구나.... 많이 깨달았고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게 엄마한테, 언니한테, 수 많은 가정주부님들한테 많이 미안했어요
생각해보니까..
자취할땐 나 혼자만 편하면 되니까 집이 돼지우리든 소우리든 별 신경안써도 되잖아요
밥도 끼니때마다 안 챙겨 먹어도 되고, 음식 만들어먹기 귀찮으니까 시켜먹고....
헌데 결혼은 남이랑 함께 살아야하는데.. 나 편한대로 살 수도 없는거고..
게다가 아기까지 있으면 더럽게 살 수도 없고요..
아무튼, 지금은 형부의 심정도 언니의 심정도 잘 알게 됐어요
그래서 틈 나면 조카봐주고 있어요 (입은 아직도 터져있지만 ㅠ)
언니가 좀 숨통이 트이면 형부에게도 영향이 갈 것같고 그럼 순탄한 결혼생활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제가 왜 이렇게까지 언니 결혼생활에 도움을 주느냐면..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전 독신이에요
조카가 우리집의 하나뿐인 핏줄임 ㅠㅠ
잘 키워서 결혼하는 것까지 보구싶네여 ㅋㅋㅋㅋ
'저' 라는 2차면접을 통과할, 조카 남편될 사람이 누가 될지 궁금합니다헣허헣헣헣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