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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72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불이★
추천 : 29
조회수 : 7261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4/09/01 15:21:01
국민학교 6학년때 우리반에는 정윤희를 닮은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키도 우리반에서 남여 합쳐서 제일컸고 성적도 최상위권인데다 성격도 무지 좋아서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리더격이었죠.
그리고 우리반 남학생 모두의 짝사랑 대상이기도 했구요.
저도 그녀를 짝사랑하던 많은 남학생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1년이 흘러 우린모두 졸업을 하고 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지만
남학생들의 그녀를 향한 열정은 식을줄 몰랐습니다.
그여학생 집이 저희집에서 약 1.5키로 가량 떨어진곳에서 쌀집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쌀 10키로 짜리 사오라고 심부름 보내면
집앞에 있는 쌀집을 마다하고 그여학생집까지 쌀을 사러 가곤 했어요.
그아이 집 우편함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편지를 써서 몰래 놓고 온적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또 시간이 훌쩍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초중고를 같이 다닌 친한 친구녀석 하나가 그아이랑 사귄다고 하더라구요.
그친구는 저희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는데
저희집에 있는내내 그아이 이야기만 했습니다.
전 속이 무척 상했지만 내색않고 그친구 얘기만 들어줬네요.
고등학교 3년내내 제친구와 그아이는 사귀다 헤어지다를 반복했는데
헤이진후 또 사귈떄는 제친구의 집요한 요청으로 어쩔수 없이 다시 만나는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고3 2학기가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는 독서실에 상주하게 되었고
벼락치기에도 불구하고 대입에 실패해서 재수를 하다보니
그 친구와도 점점 멀어져 그녀의 소식도 못듣게 되고
친구와 그녀 모두 제 뇌리에서 어느새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학력고사를 치르고 지방공대에 합격한 후
입학 날짜를 기다리고 있을때였나 봅니다.
하루는 제동생이 급한 목소리로 집에 뛰어 들어오며
"히야 그소식 들었나?"
하는겁니다.
"무슨소식?"
"00누나 죽었다 카더라"
제동생과 그녀의 동생도 국민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였습니다.
"뭐라카노? 가가 와죽노?"
"나도 모르겠다. 칼에 찔리 죽었다 카던데."
동생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날 저녁 지역신문 사회면에 살인사건 기사가 실렸고
정황을 보니 그녀와 비슷한것 같았습니다.
국민학교 동창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 벌써 소문이 다 퍼져 있더라구요.
- 정식(가명)이가 죽있다 카드라.
- 와 죽있는데?
- 정식이가 영장이 나와가 군대를 가게 됐는데 가가 이제 진짜 고만만나자꼬 캤다카네.
- 그래서?
- 군대 가기전날밤에 정식이가 가 집앞에 찾아가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만나돌라 캤단다.
그래가 포장마차에서 울며불며 사정했는데도 가가 싫다 캤다카네.
그라이 고마 정식이가 눈까리가 확 디비지가꼬 포장마차에 있던 식칼로 찔렀뿠는데 응급실 도착하이 벌써 죽었더라카 네.
그후로 그녀의 부모님이 하시던 쌀집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저희동네를 떠나셨구요
정식이 소식도 아는이가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벌써 26년 전의 일이네요.
최근 밴드덕분에 국민학교 동창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아직도 정식이의 근황을 아는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마 출소는 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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