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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위독한 연애
게시물ID : lovestory_871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07 12:34:1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tBUrgaHb9c





1.jpg

노명순서천

 

 

 

누군가 빨간 수박 반쪽을 먹다가

서산 골짜기 위에 걸쳐 놓았다

참 달디달게 생겼다

마침 갈증이 나던 차에

아삭아삭 단물 흘리며 마저 먹어 버리려고

손을 뻗어 수박을 집으려는 순간

어두운 하늘이

나보다 먼저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린다

먹으며 흘린 수박물만 서산 위에 붉게 젖는가 했더니

곧 말라 버린다 깜깜한 어둠이다

더욱 목이 탄다







2.jpg

홍일표위독한 연애

 

 

 

붉게 달아오른 몸에서 굴러 나오는

달과 별의 동그란 생각들을 봐

그걸 혹자는 위험한 사랑으로 번역하네

혀가 꼬여 발음이 잘 되지 않지만

 

저녁은 언제나 죽음의 방식으로 오지

달콤한 매혹의 혀가 당신이 살아온 밤을 핥고 있을 때

 

차갑게 타오르는 불의 심장에 손을 넣어봐

태양을 직역하는 한 알의 사과처럼

 

손가락이 불붙어 타오르고

가슴에서 여러 개의 사과알이 두근거리는 동안

사과나무의 뭉툭한 발굽 밑에서

죄 없이 얼굴 붉어진 저녁이 몸을 숨기는 것 좀 봐

 

당신이 밤을 관통할 때 빗줄기를 따라 우는 머리카락처럼

지금은 해를 구워 토스트에 얹어먹는 캄캄한 아침







3.jpg

김지율캐치볼

 

 

 

그해 여름

초록은 어두워지고

우리는 마음이 급했다

나의 공은 울퉁불퉁했고

그의 공은 개방적이었다

몸이 풀리자

공의 스피드는 조금씩 빨라졌다

갑자기 검정이 지나가자

잠시 조용했다

그해 여름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보다 많았다

나는 떨지 않고 공을 던졌고

떨어진 공들의 시간과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 사이에서

자주 머뭇거렸다

내가 던진 공들은 물속에서

가끔 이름을 잊어버렸고

어떤 공의 그림자들은 멀리 사라졌다

그해 여름

파랑은 계속 내렸고

공이 사라진 쪽에서

짐승들의 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4.jpg

홍윤숙나의 사전에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았다

꿈꾸는 것은 뒷모습뿐이었다

나의 사전엔

그럼에도 기다리고 꿈꾸는 일만이

지상의 숙제살아가는 의미라고

사람들은 다투어 뿔뿔이 길을 떠났다

청솔가지 한 점씩 가슴에 분지르며

온 밤 식은땀 흘리며

자라지 않는 꿈 가위 눌리며

무거운 등짐 지고 넘어간 산을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길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윽고 빈 집에 백발이 되어버린

기다림 혼자

창가에 먼지 쓰고 늙어갔다

끝내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았고

꿈꾸는 것은 뒷모습뿐이었다

나의 사전에







5.jpg

이성부길 아닌 곳에 들다

 

 

 

수북이 잠자는 낙엽들 뒤흔들어

깨워놓고 가는 내 발걸음 송구스럽다

놀라지들 말거라

나도 이파리 하나

슬픔을 아는 미물일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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