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안희정 지사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
게시물ID : sisa_870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mada
추천 : 4
조회수 : 37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3/19 23:09:55


요즘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안희정이 얼마나 고마울까요?


헌재 결정 승복은 물론이고, 스스로 궤멸 상황을 자초한 한국의 자칭 보수는 지금부터 최소 10년 간은 입닥치고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그래도 모자랍니다.
10년 전, "잃어버린 10년"이라며 떠들던 "보수" 정치인 중에서 "통합"을 위해 민주당과 "대연정"하자고 말하던 이가 있던가요? 그 때 뭐 나라가 망해가던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지 않았나요?
지금 한국의 자칭 보수는 실제로 나라를 말아먹었습니다. 그동안 이 나라가 안 망한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 진영에는 한국의 자칭 보수와 손을 잡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네요. 

 
정부의 범죄행위를 방조하고 경제,평화,외교,안보 등 모든 부문에서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온 자유한국당(그리고 바른정당)은 그에 응당한 정치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당분간은 권력 쥘 생각을 해선 안됩니다. 그게 안 지사가 그토록 얘기하는 정당 정치의 원칙이겠죠. "권력을 쥔 정당은 정책 성과에 의해 판단되고, 또 그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런데 안 지사는 대연정이라는 명목으로 자유한국당에 구명보트를 던져준다니, 얼마나 고마울까요? 눈엣가시인 문재인 전 대표도 자칭 "동지"가 나서서 네거티브해주니, 얼마나 고마울까요? 


전 원래 안희정 지지자였습니다.
한 때는(안 지사 지지율 아주 미미할 때) 안 지사 책도 몇 권이나 사서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하고 그랬습니다.
안 지사가 이번 대선 정국에서 아마 처음으로 "우클릭"한 게 사드, 그리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 불기소 방침에 대한 발언이었죠. 그 때 이후로 지지율이 처음으로 두자리 수가 되더군요(하지만 저는 이미 그 때 미련없이 마음 접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안캠프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아예 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고요.
이미 4,50대 이하, 그리고 중도진보, 민주당 열성당원인 유권자들은 문 대표가 꽉 잡고 있으니 갈곳없는 보수층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로 한 거죠.
그 이후로 "공짜밥" 얘기 나왔구요. 대연정 발언 나오고, 선의 발언 나오고...그리고 논란이 가속되자 어느 정도 수습하려는 듯 하다가 탄핵 인용되고 언론에서 "통합"이 키워드라며 떠들어대자 다시 한 번 대연정 밀어붙이고 있구요.


지지율 두 자리 수 되고나서 안 지사가 사용해온 언어를 보면,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자존감이 낮은 노년층 유권자와 종편에서 "듣고싶어 하는" 얘기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치 지도자"가 상대 진영과 두루뭉실하게 "싸움질 안 하고," 나라를 자~알 이끌어 국민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제가 봤을 때는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그 프레임이, 노년층과 보수 유권자들에게는 잘 먹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공짜밥" 얘기 나왔을 때는 하도 기가 막혀서 "너 조선일보세요?" 했습니다. 뭐 그 후로 대연정 선의 얘기할 때는 놀라지도 않았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마음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전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문재인 찍을 겁니다.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 되도 이재명 찍을 겁니다.
안희정이 민주당 후보되면 안희정 안 찍습니다. 심상정 찍을 겁니다.


현재로서는 문 전 대표가 앞서고 있지만, 모르는 거겠죠.
안 지사가 반전을 이뤄내고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있겠죠. 그런 상황이라면 안희정 후보가 대통령 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안 지사에게 제 표를 주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민주당 경선 상황은, 단순히 "문vs안vs이"의 대결만은 아닙니다. 당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만에 하나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 승리를 못하게 된다면, 문 전 대표는 정계 은퇴하고 떠날 겁니다. 본인이 얘기한 것처럼, 정말 미련없이 자유를 찾아 떠날 것 같습니다. 원래 권력을 쥐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람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문 전 대표가 떠나고나서, 민주당은 어떻게 될까요?


박영선 류의 의원들이 권력을 장악할 겁니다. 다음 총선을 기점으로 박지원 계열 의원들도 "통합," "화해"라는 명목으로 슬금슬금 기어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친문 패권이 사라진 깨끗한 당"이니 다시 손잡겠다고 말할지도 모르겠군요. 50%에 육박하는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닙니다. 문 전대표를 위시한 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안팎으로 까이면서도 나름 열심히 달려와서 지금의 더민주당이 된 겁니다. 만약 민주당 경선과 대선 이후 박영선, 박지원 류의 의원들이 더민주당을 장악한다면, 그게 과연 진보일까요, 퇴행일까요? 


보수를 참칭하는 세력에 맞설 수 있는 제대로 된 애국 진보 세력을 계속해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안 지사를 위시한 박영선 류의 정치인들이 힘을 얻게 놔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걸 "당내 갈등"이라고 하면 당내 갈등인 거고, "패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겠네요. 지금은 나라 전체로서는 위기이고 망국의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그런만큼 여태껏 절실히 필요했던 개혁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시기입니다. 죽 쒀서 개 줄 수 없습니다. 안희정 지사가 악한 사람이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대한민국에서, 안희정은 성공하면 안 됩니다. 


더민주 경선에서 안희정이 성공하면,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성숙해진 시민의식이 다시 한 발자국 퇴행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안 지사의 그간 행보가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말입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