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아내가 운다
게시물ID : lovestory_870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5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19 12:32:5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GUUanY7ku9Q






1.jpg

이해원역을 놓치다

 

 

 

실꾸리처럼 풀려버린 퇴근 길

오늘도 졸다가 역을 놓친 아빠는

목동역에서 얼마나 멀리 지나가며

헐거운 하루를 꾸벅꾸벅 박음질하고 있을까

 

된장찌개 두부가 한껏 부풀었다가

주저앉은 시간

텔레비전은 뉴스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핸드폰을 걸고 문자를 보내도

매듭 같은 지하철역 어느 난청지역을 통과하고 있는지

연락이 안 된다

하루의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졸음이 한 올 한 올 비집고 들어가 실타래처럼 엉켰나

헝클어진 하루를 북에 감으며 하품을 한다

 

밤의 적막이 골목에서 귀를 세울 때

내 선잠 속으로

한 땀 한 땀 계단을 감고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

현관문 앞에서 뚝 끊긴다

안 잤나

졸다가 김포공항까지 갔다 왔다

늘어진 아빠의 목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힘이 없다







2.jpg

이현우달빛과 도둑

 

 

 

동으로

서로

달빛 따라 흐르다가

어쩌나

나는 도둑이 되었네

깜박이던 사랑마저 갇혀 있는 밤

가끔씩은 뭇별도 땅에 내려와

막다른 골목으로 숨어 드나니

풀벌레야

억새꽃 너울처럼 밀려오는 것들아

여전히 낯설고 먼 이름 앞에서

담을 넘고

정원을 기어

창가에 스쳐가는 바람이 되어

우수수

종려나무 잎사귀나 흔들고

마침내는

혼자서 돌아오는

나는 가엾은 도둑







3.jpg

김형술마라도

 

 

 

섬이 있네

 

바람에 바다가 마르고

눈물이 다시 바다를 메워

끊임없이 파도가 오는

 

섬이었네

흔들려도 눕지 못하는 나무와

남몰래 피고 지는 꽃지천인

깊은 바다 작은 영토

 

내 안에 아무도 찾지 못하는

섬이 있었네

 

이제 알겠네







4.jpg

김행숙진흙인간

 

 

 

주근깨 투성이 네 얼굴이 깜깜해진다

뙤약볕 속에서 마지막 특징이 사라지는 순간에 네가 보였다

특징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아는 체를 할까

그것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얼굴이었다

마음이 아주 복잡해졌다

너를 본 후 내 마음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5.jpg

임성용아내가 운다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 통장과 육십 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음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 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만나지를 말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하나씩 부러지는 아내의 뼈

진짜 아픈 건 뼈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지

허약한 꿈을 믿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악몽인가

차라리 악다구니를 쓰고 멱살을 잡고

집을 뛰쳐나가 끝장을 내는 것 보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씽크대 서랍에 약봉지를 숨겨놓고

또 아침이면 일하러 나갈 때

나는 솔직하지 못한 그 꿈이 두렵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