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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게시물ID : lovestory_87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7
조회수 : 6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2/15 13:50:4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kH2a3sT3IS0





1.jpg

이윤학에델바이스

 

 

 

초승달이 설산(雪山높이에서

눈보라에 찌그러지면서 헤매는 것

내가 얼마만큼이라도

너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창문보다 높은 골목길

발자국이 뜸한 새벽녘

설산 어딘가에 솜털 보송한

네가 있다기에 나는 아직도

붉은 칸 원고지에 소설을 쓰는 거다

 

너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너와는 이루어지는 소설을 쓰는 거다

 

곁에 있던 네가 내 안으로 들어와

이룰 수 없는 꿈을 같이 꾸는 거다







2.jpg

강영란그리움의 깊이

 

 

 

우물 하나 있습니다

 

오래 전에 던진 돌멩이

아직도 바닥에 닿지 못했습니다







3.jpg

최정아냄비

 

 

 

한낮이 달아오른다

폐지로 가득한 리어카에 노인이 매달렸다

낡은 리어카는 노인의 밥 냄비

방울방울 흐르는 땀으로 밥을 짓는 중이다

오르막길에서는

거듭입 밖으로 김이 뿜어져 나온다

쉽게 끓어오르는 양은냄비처럼

뜸들이지 못한 노인의 꿈은 금세 식어버리고

허기로 가득 찬 냄비 속

접힌 상자와 폐품이 들썩들썩 바퀴를 따라 구른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제트기 소음에

숨은 더 가빠오고 뒤따르는 바퀴자국처럼

하늘에 두 갈래의 길이 생겼다

잡지 못할 길은 아득하고

넘어야 할 언덕은 코앞에 있다

한 그릇 밥이 될 폐지들이 굽은 등을 다독인다

쇄골 깊숙이 지친 숨이 고인다

목구멍이 뜨겁다







4.jpg

임동윤흐르는 산

 

 

 

내 마음의 산 하나 있다

다가서면 멀리 달아나는 산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산

 

그 산으로 달려가면

내 속엔 늘 새로움이 하나

또 다른 마음이 하나

그 속의 크고 높다란 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숲과 계곡

 

그 속에서 나는 흔들렸다

흔들리면서 바람이 되었다

눈먼 별이 되어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면서 허공을 달려갔다

 

다가설수록 더 멀리

달아나는 산강물 같은 산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내 마음 속의 산 하나 있다







5.jpg

함민복세월

 

 

 

문에 창호지를 발라보았지요

창호지를 겹쳐 바르며

코스모스 꽃무늬도 넣었지요

서툰 솜씨에

울어 주름질 것 같은 창호지

햇살에 말리면

팽팽하게 퍼졌지요

손바닥으로 두들겨보면

탱 탱 탱 덩 덩 덩

맑은 북소리가 났지요

 

죽고 싶도록 속상하던 마음도

세월이 지나면

마음결 평평하게 퍼져

미소 한 자락으로 떠오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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