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껏 태어나 딱 두명의 스포츠 스타를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딱 두명.
초등학생 시절 AFKN에서 마이클 조던을 처음 본 이후 나는 야구에도, 축구에도 흥미를 잃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해설을 들으며 나는 동이 터오지도 않은 새벽, 티비앞을 지켰고
친구들과 싸구려 트레이닝 복을 맞춰입을 때마다 등번호 23번을 놓고 싸웠습니다.
많은 친구들은 마이클 조던과 그의 시카고 불스를 '너무 잘한다'는 이유로 싫어했고,
또한 그보다 많은 친구들이 같은 이유로 조던과 불스를 사랑했습니다.
'왜 그렇게 그에게 매료되었던걸까.'
지금의 저는 압도적인 1위에게는 거부감을 느끼는 한편,
언더독들에게 훨씬 더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그들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그런데 왜 당시엔 찰스 바클리, 레지 밀러, 존 스탁턴과 말론 혹은 게리 페이튼이 아니라 조던을 응원했던걸까요.
그 이유를 모른체 살아왔지만, 이제는 좀 알것 같습니다.
<출처: reddit.com>
<출처:
http://imgur.com/gallery/EvwXl> '우아함'
타고난 재능과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으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불가능해보이던 것들을 성취해나가며,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며 동시에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량'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되는 어떤 새로운 광경들이 목격되기도 하죠.
그들은 아주 잠깐, 혹은 꽤나 긴 시간동안 주변의 선수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경지를 보여주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점'에서 더욱 높은곳으로 나아가길 갈망하는 위대한 자질을 가진 선수들은
자신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지점에서 기술로 받아들여지던 동작들이, 어느새 인간의 몸으로 표현되는 어떤 예술적 행위로 승화되는 것을 볼 수 있죠.
저는 스포츠에 존재하는,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예술의 경지를 다시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런 경지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선수가 대한민국에서 탄생할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서조차 기대해본일이 없었습니다.
연아가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하려던 시절, 그녀의 스케이팅은 막눈인 제가 보기에도 다른 선수들의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가녀린 체격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선수였죠.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그녀의 경기들, 연아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스케이팅은 조던을 연상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여제에 등극하여 세상을 평정하던 그 무렵 언젠가 부터, 다른 선수들을 제압한다기보다는 그녀는 피겨 자체를 제압하고 있었습니다.
조던은 코트위에서 자신의 한계와 함께 농구라는 스포츠의 한계를 함께 시험했습니다.
조던과 필 잭슨의 불스는 센터농구의 시대에 스윙맨 농구 시대를 열었고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완벽하게 정착시켰죠.
절정의 운동능력을 보여주던 블랙캣 시절, 조던은 멋진 하이라이트 필름들을 양산해내는 한 팀/한 도시의 스타였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경기와 리그 그리고 대중문화 일부를 제압한 승리의 상징같은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연아도 마찬가지였죠.
그녀는 사건처럼 출몰한 너무나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피겨에 관심을 갖던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주니어 시절 연아의 등장은 저같은 사람들에겐 '출몰'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그녀는 재능과 함께 엄청난 노력으로 피겨라는 스포츠가 가진 표현력과 완성도를 한단계 끌어올린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상징이 되었죠.
<출처: DC인사이드 피겨 갤러리, GIF 작성자 레미래뤼>
이제 저는 재능과 노력만으로 모든것이 가능해지리라 믿는 철부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농구에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광의 순간뒤에 얼마나 고통스런 연습과 훈련의 시간들을 참아냈는지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들이 보여주었던 영광과 승리의 순간들과 함께
그런 태도와 자세를 함께 기억해 나가려 합니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저는 먼 훗날 마이클 조던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난 저 황제의 경기들을 직접 봐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게 될 순간이 오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수가 두 명이 되리라고는, 그중 한명이 대한민국 선수일줄은 차마 생각치 못했었습니다.
동계 올림픽이 존재하는 한,
많은 사람들이 먼 훗날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얘기할 겁니다.
난 저 여왕의 경기들을 직접 두 눈으로 봐왔다고.
우리에게 값으로 매길수 없는 기쁨과 영감을 전해주었던 여왕의 새로운 앞날에 언제까지나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출처:
sochi.imbc.com>
ps. 마사장님은 이제 그만 샬럿 밥캣츠 운영에서 손을 떼시는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