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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마을회관 준공식
그러니까 그때가 언제였던가
마을 광장에
비둘기파가 결성되기 전
돌멩이들이 통신처럼 날아다녔을 때
꽃을 동지라 불렀을 때
가령, 마을 이장이
이런 식으로 방송할 때
오늘 아침 맨드라미 동지께서 피어나셨습니다
죽은
산과 강을 살리겠다고
노란 피부의 나무들이 세 걸음마다
하나씩 열매를 떨어뜨리며 마을을 지나갈 때
먼 곳에서 그때 처음 본
플라스틱 바가지가 떠내려 왔을 때
그걸로 목을 축이며 아이들이
돌로 된 가방을 메고 산 너머 학교에 다닐 때
심청이 집을 나설 때
내가 너를 버려 눈을 뜬들
무슨 소용이 있겄느냐
심봉사의 넋두리 너머 마을 앞에 함대가 당도하였을 때
유안진, 필요충분 조건으로
지금 눈 오신다고
북촌 친구가 문자를 주었다
빗줄기를 내다보며 나도 답을 쳤는데
금방 또 왔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씻어낼 게 많고
그의 마을에는 덮어 가릴 게 많아서라고
김영미, 나의 바깥
사는 일이
사람을 만나거나 이 길 저 길 걷는 길이지만
내가 만난 사람 내가 걸은 길은 빙산의 일각
나머지 빙산은
내가 만나지 않은 사람들 속에 있고
걷지 못할 길 위에 있고 북극에 있고 남극에 있어
나는 모른다
문득 발 앞을 막아서는
노란 민들레꽃
또한 가 닿을 수 없는
나의 바깥
이세기, 조금달
방 안 가득 들어오시나
들물 오듯
들물 오듯
아내여 일일랑
잠시 덮어두오
낮이 설움에 겨워서
새까맣게 게워내는 밤에는
거미도 그물을 거두고
칠흑 속으로 새까맣게 사라지는
귀뚜라미 우는 밤에는
허형만, 운주사에서
운주사에 오면
눕고 싶다
저 와불처럼 나도 누워서
한쪽 팔 턱에 괴고
세상사 지그시, 두 눈 깔고
그만큼만 보거나
아예 몸도 생각도
다 비운 채
허허청청 시린 별로
흐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