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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심판하는 자
게시물ID : panic_869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0
조회수 : 341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3/26 23:09:55
 
 
 
 
 
4월의 어느 토요일, 건조한 바람을 타고 심판이 우리 동네에 왔다.
살면서 정의구현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영화나 티비에서 볼 수 있지 우리 동네 공원에서 목격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집집마다 소아 성애자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는 통보가 도착하고 나서 동네가 소란스러워졌다.
구글링을 해봤더니 이 작자의 이름은 멜 앤더슨이고 6살짜리 조카와 조카의 친구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고 한다. 
자 이렇게 멜 앤더슨이라는 쓰레기가 건너건너집에 이사를 왔다.
이런 일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이 땅에서 쓰레기를 치워도 어디서든 다시 나타나지 않던가..
..라고 믿고 있었는데 2015년 4월 7일, 내 생각이 바뀌었다.
그 날 아침에 조깅을 하던 사람들은 피칠갑을 하고 신음을 하는 멜 앤더슨을 발견했다.
미성년을 건들였던 양손이 잘려있었고, 아동포르노를 보았던 두 눈은 도려져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성기도 잘려있었다. 
마치 범죄맞춤형 처벌로 보였다.
이렇게 심판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심판은 사실 언론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공원 놀이터 바로 옆에 섬뜩한 광경이 벌어진 점은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다 죽어가는 소아성애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사건의 전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멜 앤더슨이 사라졌다는 결과에 대개들 만족했다.
심판이 쓰레기를 대신 치워줬으니까.
그리고 딱 2주 만에 심판이 돌아왔다.
4월 28일. 한 남자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거짓 고발을 했던 베로니카 제퍼스가 술집 뒷골목에서 혀가 잘린채 발견됐다.
합의금으로 한 몫 챙기려고 했지만 진술에 허점이 가득해서 다행히 남자는 풀려났었다.
근데 베로니카는 기소되지 않았다.
운명은 그녀에게 좀 더 호의적이었던 것 같..
..았는데 과다출혈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후경직이 시작된 후였다.
언론에서는 바로 관련 보도를 내보냈고 심판의 존재가 거론됐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타락한 쓰레기를 찾아내 우리 동네를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분명 논란의 여지가 가득한 인물이었다.
심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 당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쨋든 모두의 관심이 심판에게 쏠려있었다.
그 이후에도 죽어나는 사람은 계속 생겨났다.
커밍아웃한 딸과 의절한 부모가 쌍으로 전두엽이 절제되고 우리 동네에 사는지도 몰랐던 어떤 남자는 내장이 전부 밖으로 나와 있었다.
조사 결과 그 남자 집 지하실에는 여러 집에서 키우던 반려동물들이 고문을 당하고 사지가 찢긴 채 발견됐다고 한다.
한 사람씩 죽을 때마다 온동네가 약간씩 기뻐했다.
그런데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겨우 수천명이 사는 작은 동네에 아동성추행범, 동물학대범, 꽉막힌 부모같은 사람들이 많아 봐야 얼마나 있겠나?
조만간 심판이 사냥할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을텐데.
 

 
아무런 사건도 없이 몇 주가 흘렀다.
사람들은 심판이 짧게 나마 우리 동네를 청소해주고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 뒤 은퇴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월 30일 오후 5시. 바바라 팁이라는 아이가 심하게 구타당하고 입이 꿰매진 채 호숫가에서 발견됐다.
이제 겨우 9살밖에 안된 어린 아이였다.
동네가 온통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어떻게 심판이 이럴 수가 있지?
심판의 짓이라면 왜 하필 어린아이를 골랐을까?
바바라의 친구에게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바바라는 악명높은 일진이었는데 선생들 마저도 놓아버린 학생이었다.
다른 여자애들을 때렸던 그대로 두드려 맞았고, 다시는 욕설을 뱉을 수 없도록 입이 봉합됐다.
이 때 부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심해져갔다.
다음 차례는 바바라의 부모였는데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 죄로 죽을 때까지 맞았다.
방관하던 선생들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로 강에 던져져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며칠 후 운전 중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울타리를 부순 제나 테이슨이 차에 깔려 죽었다.
제나는 19살이었다.
경찰에서는 심판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고 동네 사람들은 모두 서서히 공황상태에 빠졌다.
심판을 응원하던 사람들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우리 모두를 어떤 기준으로 심판을 하는걸까? 
지난 주에 노상방뇨를 했던 여자가 사라지면서 사태는 최악을 달렸다.
과연 여자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가끔씩 몰래 대마초를 피우던 옆 집 꼬마는 헤로인 과다 투여로 사망했다.
요즘 나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뉴스를 계속 찾아보며 창문은 못질을 해서 막아버리고 침대 머리에는 총을 갖다 뒀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혼자서 질문을 해본다.
나는 무슨 잘못을 했었을까?
 
 
 
 
 
출처 The Judge
https://redd.it/3bu0t1 by sleepyhollow_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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