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4살인데 아직도 발음이 시원찮아서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요.
뭔가 사고쳐서 혼나면 그저 잘못했다고 말하거나
엄마가 말하는게 뭔지 제대로 모르면서 "네"라고 말하면 끝나는줄 알거든요.
그러다 끝날기미가 안보이면 울고 떼쓰고 방방뛰고 그러는 아이였어요.
어제는 제 화장대에 손을 댔었는데
하필이면 구석에 넣어놓은 귀걸이랑 반지같은걸 세척하는 세척제를 꺼내서는
온바닥에 다 흘려놓고 동생이랑 그 통을 갖고 놀더라고요.
얼핏보고 그냥 비타민통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세척제...
화장대 서랍을 아이가 잘 못여는 구조인지라 깊숙히 넣어놓으면 안만질줄 알았는데
아이들 손은 참으로 섬세하더군요. -_-
여튼 그걸 보자마자 둘째 씻기고 바닥닦고 큰애 손씻기고 얼굴 씻기고...
손들고 서 있으라고 했더니 울면서 악쓰고 뭔소린지 모를 말을 막 내뱉음.
뭔가 잘못한게 있지만 손들고 있으라고했더니 그게 억울했던 모양이지요.
그래서 어제는 진짜 맘먹고 울고 떼쓰는걸 눈감아버린채
"울지 않고 말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xx가 울지 않고 말하면 엄마는 알 것 같아. 다 울고나면 말해요."
이러면서 할일 해버리니까
울면서 방방뛰고 떼쓰더니 안되겠다 싶었나봐요.
점점 울음소리가 사그러짐!
마치!
티비에서! 나온! 아이들처럼!
그러더니 결국 마지막엔 사그러들고는
"엄마 미안해요. 엄마 안할게요."
그 말이 정확하게 나오자마자
손내리라고 하고는 엄마 눈 보라고 하니까
눈물에 젖은 눈으로 날 바라봄.
그리고 말했어요.
"엄마 화장대는 만지는게 아니예요. xx가 만지라고 엄마꺼 있는거 아니예요. 아까 그건 만지면 아야하는거야.
동생이 잘못해서 먹으면 동생 많이 아야해. xx가 만지다가 잘못해서 눈을 비벼도 아야해. 알겠어?"
그러니까 네. 하면서 울먹 울먹.
"엄마꺼는 만지면 안되요. 특히 서랍 안에 든거는 마음대로 꺼내서는 안되요.
xx가 갖고 놀아도 되는건 엄마가 뭐라고 안하지만 깊숙한 곳에 있는건 안되는거야. 알았지?"
이러니까 알겠다고..
"엄마가 뭘 하면 안된다고 했는지 말해볼래?"
그러니까
"엄마가 엄마꺼 만지면 안된댔어요."
라고...
제가 말한게 너무 길어서 모두 정확히 말은 못했지만
뭘 잘못했고 뭘 하면 안되는지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해요.
그 동안에 아이에게 무수히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아이라서 돌아서면 까먹고 또 제대로 인지를 못시킨채 넘어간것도 많았는데...
어제는 뭔가 감동이...
그리고 아이를 안아주고 저녁먹이고 후식으로 복숭아까지 먹이고
둘째랑 폰으로 사진찍고 놀다가 둘째한테 책읽어준다고 책 갖고와서 중얼중얼하고..
어제 저녁은 참으로 의젓한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는걸 보니
이젠 앞으로도 이 아이와 씨름하는게 조금은 덜겠구나라는 생각에
혼자 기뻤다는 이야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