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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상처를 만든 사람은 모르고 산다
게시물ID : lovestory_86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6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18 13:31:0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EXI6EdyZNBw





1.jpg

김용택방창(方暢)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2.jpg

황영숙선풍기

 

 

 

홀로 앓는 열병이

바람이 된

너의 날개는 오늘도

안타깝다

 

아무도 허락할 수 없는

사랑의 굴레 속에

줄 수 있는 건 오직

흔적 없는 바람뿐

 

돌면서 젖어 가는

돌면서 무너지는

 

아무리 날개가 커도

너는 갇힌 새다







3.jpg

서화조율

 

 

 

놀이터에서 아이가 넘어지자

울음이 몸 밖으로 확 쏟아져 나온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

꼭 아코디언 같다

 

오래전 불안의 연주에 울어 본 기억이 있다

집을 묻고 엄마를 묻고 이름을 묻던 불안의 한때를 기억한다

 

그 후 미아가 되기도 했으나

그 많던 불안들은 다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온몸을 맡기고 싶은 울음이 없어졌다

 

아이의 몸 안으로 울음을 넣어주는 엄마

얼룩으로 번진 울음과 흐느낌을 토닥거려

몸으로 다시 들여보내는 저 조율의 한때

불안한 음이 가득 들어 있는

유년의 중심은 발이 너무 가볍다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나무들에게서 바람이 쏟아진 후

다시 잠잠해진 가지들

지상의 사물들도 모두 조율의 시간을 갖는다

공중에서 퍼지는 물줄기와 온갖 소음들이

오후의 놀이터를 조율하듯

어둑한 한기가 몸에게 시절을 묻고 있다







4.jpg

김환식보석

 

 

 

어둔한 망치질로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것이다

상처는 늘 꽃자리처럼 흉하다

가끔은 발을 씻다가도

티눈처럼 굳은 상처를 만져보는 것이다

사소한 상처도

상처를 만든 사람은 모르고 산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이력 하나를 밀봉하듯 앙가슴에 새겨놓는 것이다

우연처럼

내 상처들을 어루만져 본다

곳곳에 단단한 뿌리가 박혀 있다

상처라고 다 같은 상처가 아니다

발뒤꿈치처럼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도

상처의 부스러기들은

보석처럼 은밀하게 숨어 있는 것이다







5.jpg

김호진생강나무

 

 

 

생강나무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

이른 봄 산수유보다 한 뼘 먼저 꽃을 피운다

산수유 보다 한 움큼 더 피운다

지나가던 바람이 내 가슴을 문지른다

화근내 진동을 한다

지난 겨울 아궁이보다 한 겹 더 어두운

아니 한 길 더 깊은 그을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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