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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늘 귀가 아팠다
게시물ID : lovestory_86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5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17 12:27:4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U6BFaC8rzk






1.jpg

이경임반 고흐의 귀

 

 

 

나무는 겨울 들판에 서 있었다

나무는 장신구를 떼어버리듯

사소한 귀들을 떨어뜨렸다

모호한 악기들처럼

나무를 흔들던 잎사귀들이 사라졌다

 

흔들리는 것들이 너무 많았던 나무는

늘 귀가 아팠다

 

허공이 흔들리는 잎사귀들로 꽉 채워져서

나무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밤이 되면 세상을 떠돌며 바람이 묻혀온

울음소리들이

나무의 귓속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곤 했다

 

제 몸속의 것이 아닌 울음소리들이

제 울음소리처럼 들릴 때까지

나무는 겨울 들판에 서 있었다

 

시끄러운 귀들이 죽을 때마다 해바라기가 피고

별이 빛났다

나무는 간신히 한 그루의 텅 빈 귀가 된 것이다







2.jpg

금동원수제비

 

 

 

산다는 게 말이지

 

멸치 우려낸 국물에 뚝뚝 떼어낸

까짓 것 대충밀가루 반죽처럼

야들야들 쫀득쫀득 희한하게 씹히는

수제비 맛 같기만 하다면야

몇 번이고 뜨거워도뜨거워도

 

웃을 것 같단 말이지







3.jpg

이홍섭소름

 

 

 

당신은 내가 껴안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한다

사랑이 소름이 되어 꽃 피던 시절이다

 

당신은 내가 껴안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한다

미움이 소름이 되어 꽃 지던 시절이다

 

소름과 소름이 진달래 능선을 넘어가는 봄날







4.jpg

황영숙그 남자에게

 

 

 

까맣게 눈썹이 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 검은 눈썹 아래 더욱더 깊어 있는

눈이 아득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의 눈 그늘 속에 들어가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을 바라보며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그래서나는 아직도 먼 산 구름처럼

슬픔에 잠겨 있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5.jpg

김환식등고선

 

 

 

낡은 지도 한 장을 펴놓고

내 삶의 등고선을 찾아 다녔다

때로는 접히고 구겨진 곳에서

길을 잃고 허둥거렸다

그럴 때는나침판도 없이 살아온

내가 바보스러웠다

두서없이 오른 산정에서도

더 높은 산을 향해 버릇처럼 한숨을 쉬었다

초행길이 아닌 삶은 없을 것인데

행로는 언제나 낯설고 고단했다

벼랑을 타고 계곡을 건넜다

몇 날을 그렇게 걷고 걸었지만

돌아다보면늘 처음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삶이 그런 것이란 것을

등고선을 몇 바퀴 돌고 난 후에야 문득 알게 된 것이다

삶은 등고선 속에 갇혀 사는 우범자이기 때문이다

출구가 없는 울타리 속에는

애증의 발자국도 갇혀 있었다

산다는 것이

경계와 변방을 더듬어 가는 한 생의 이력이라면

등고선과 등고선 사이의 틈새는

진솔한 삶과 삶의 유효거리일 것이다

담담한 생각들이 가시처럼 목에 걸렸는데

더 낯설어진 눈썹은 허공처럼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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