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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개, 작은 우주에게
햇빛은
시간의 금가루였다
웃음은 항상 달콤한 것은 아니지만
달빛은
시간의 은가루였다
슬픔을 문지르면 빛날 때가 있듯이
시간은
금가루 은가루를 뿌린다
행복하여라. 한때 내가 머문 작은 우주여
문효치, 낙조
해에게도
붉은 치마가 있음을 알았네
저 세상
아마 끔찍이도 사랑하는 이 있는 곳
거기에 갈 때마다
붉은 치마를 입고 치장한다는 걸
갈 때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리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걸
해에게도
애틋한 사랑이 있음을 알았네
아름답게 단장하고
저녁마다 사랑의 나라로
가고 있음을 알았네
이은봉, 모기
너도 자학하고 있구나
남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고 있다고
앵앵앵 울며
저 자신 망가뜨리고 있구나
야야야 여린 마음아
땀 뻘뻘 흘리며
너도 네 노동으로 살고 싶다며
작은 날개
파닥이고 있구나
노천명,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이경임, 부끄러운 원근법
그 공원에 나무 한 그루와 노인 한 명이 서 있다
나무에게 눈길이 더 간다
어떤 노인은 나무보다 멀다
그 골목으로 강아지 한 마리와
어린아이 한 명이 지나간다
강아지에게 마음이 더 끌린다
어떤 어린아이는 강아지보다 멀다
그 지하철역에 노숙자들과 꽃들이 웅크리고 있다
꽃들에게 몸이 더 기운다
어떤 노숙자는 꽃들보다 멀다
그 병상에 낯선 책 한 권과
낯선 환자 한 명이 누워 있다
책에게 손길이 더 간다
어떤 환자는 책보다 멀다
어떤 인간은 물질보다 멀다
어떤 인간은 물질보다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