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 사진 김용국
가을 빛 참 곱다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병원 앞
가을 빛 참 곱다.
누우셔서
천장 넘어
하늘은 보실까, 꿈은 꾸실까.
이제는 자식들의 이름도
간신히 줄 세우시는데,
여생의 가을빛도
나누어주신 걸까.
가을 빛 참 곱다,
병원 앞.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드릴 걸 하는 후회가 한없이 밀려옵니다.
자식이라는 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속담이 있듯이 어머님의 사랑에 비하면 시쳇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우리도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부모가 돼 보지만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습니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 고기라도 한 점 더, 정성어린 마음이라도 한 점 더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은 어머님이 돌아가신 연후에나 깨닫게 되니 말입니다.
어머님에 대해서 자식들은 하나 같이 바보이거나 맹추들입니다.
아직 어머님이 살아계시는 분들은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가요.
아무리 잘해도 어머니에 대한 후회는 돌아가시고 나면 한없이 깊어집니다.
그러니 살아계시는 동안 진정으로 더 잘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어머님께는 한없는 죄인이 못하는 말이 없네요.
이런 말을 쓰는 내가 주제 넘는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임종을 하시기 전 그 해 가을에 쓴 시입니다.
유독 그 가을이 아름다웠는데 그것마저 가지시지 않고 저에게 주시는 어머님의 선물인 것 같았습니다.
가을이면 아직도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정작 그 아름다운 가을 내내 어머님의 얼마나 힘들고 두렵고 외로우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