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머 성 공원의 잔잔한 호수 / 구스타프 클림트 / 1899
그 작은 사랑
바람인 줄 알았지요.
떠다니는 구름인 줄 알았지요.
간신히 들리는 물소린 줄 알았지요.
내 곁에 잠시 머물렀을 것인데
내 둔한 마음 어찌 내밀 수 있었겠어요.
그대의 몸짓은 순한 능선을 닮았던가요.
그대의 눈짓은 몰래몰래 따뜻했던가요.
그 사랑 너무 작아
오는 때도 몰랐으니
가는 때도 몰랐겠지요.
오늘 그 사랑 기다리다가
호올로
되오는데,
이제야 그 사랑
짐짓
커지네요.
그것이 작든 크든 우리에게는 무수한 것들이 오고 가고 했을 겁니다.
중요한 것들이야 당연히 우리 가슴속에 각인돼서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우리에게 온 것들, 스치어 지나간 것들, 모르게 흔적도 없이 흘러간 것들이 있습니다.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지요. 이런 것들도 지나고 나면 소중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때 몰랐으나 지금 생각하니 귀중한 것이 있지요.
작다고 작은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다고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것 보이지도 않는 것이 우연히 삶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는 중요한 것이 많지요.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게 아니라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그것에 대해 관심 없음이 대부분이지요.
지금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물건들, 무심한 곁의 사람이
우리들의 귀중한 인연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귀중하지 않는 것, 의미가 없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