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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어제 겪은 소름돋는 망상병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720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운객
추천 : 11
조회수 : 315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4/08/23 23:24:36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i6MS
 
 
 
[스압주의. 전부 리얼입니다]
 
어제 10시쯤 있었던 일입니다.
 
썸타고 있던 여자와 금욜 저녁에 보기로 했는데 분명 재밌게 놀아놓고 연락이 안되네요...망...
그래도 보자고 했기에 약속장소였던 서면으로 가서 계속 연락합니다. 당연하지만 연락이 안되네요.
서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친구들한테 막 전화합니다. 서면에서 놀자 뭐다...
다들 취업할 나이가 되고 불금밤에 갑자기
약속 잡으려니 당연히 안잡히네요...한 20~30명한테 전화했는데 5명 정도한테만 답장옵니다.
답장은 전부 "NO!"
내 인간관계의 서러움을 느끼며 포차에서 대충 한잔하고
부산 서면 롯백 우측 씨유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러 들어갔네요.
사서 나와서 편의점 바로 앞에 앉아 마실라는데 옆에서 어떤 여자가 담배곽을 주네요.
 
"저기 제가 힘이 부족해서 그런데 이거좀 열어주실래요?"
 
뭐 서면 한복판에서 이 시간에 남자한테 담배곽 뜯어달라고?
뭔짓을 당할지 모르는데 이 여잔 뭔 생각이야...
 
뭔가 해서 여자를 봅니다. 나이는 한 20대 초반 동안에 귀엽게 생겼는데 슬쩍보니
술에 잔뜩 취해서 꽐라가 되어있습니다.
아이고 꽐라네...
저도 건장한 성인남성이지만 의경 출신이고 집안이 경찰군인 집안이라 비합법적인 건 절대 안합니다.
그냥 일어서야지 이러는데 제가 뜯어준 담배 한대 권하네요.
보햄 쉐이크...저도 예전에 피던 담배입니다.
그래...어차피 나도 오늘 약속 다 파토나고 혼자남은거 노가리나 까자...담배를 핍니다.
근데 잠깐 담배피는데 뭔가 낯이 익습니다...얼굴보다는 그 말투가 낯이 익네요...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더라?
소주 한병해서 약간 술기운 도는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릅니다..
 
 
* * *
 
 
한 3~4년 전이었을 겁니다. 정확히는 기억 안나네요.
아직 학교 한참 다니고 있을 무렵 친구가 자취방 근처에서 한잔한다고 오랍니다. 옷 대충 입고 나갑니다.
어라? 가니까 친구랑 왠 여자가 있네요. 후줄근하게 입고 나간걸 후회합니다.
친구랑 여자는 거의 맛이 간 상태였고 보아하니 지 챙겨달라고 저 부른거 같네요.
여자가 막 자기는 ㅇㅇ대학교 ㅇㅇ과라면서 이야기하고 저도 같은 대학 ㅇㅇ과라고 반갑다면서 서로 인사합니다.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이 당시 저는 공부에 더 흥미가 있던 때라 신경 안썼습니다.
헤어질때 연락처도 받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택시태워 보냈습니다.
 
 
* * *
 
 
서로 이름 소개도 못했어요 한 10분? 20분 만나다가 그냥 헤어졌거든요.
나중에 친구한테 애 집에 잘들어갔냐고 물어보라니깐 자기도 모른다네요. 아니 그럼 왜 합석하고 있냐니까
자기가 다른 친구랑 같이 왔는데 그 여자 혼자 술마시고 있었다면서
갑자기 우리 테이블에 와서 같이 술마시자 했답니다. 남자 둘이서 마시는게 칙칙했던 친구들은 콜 때렸고
셋이서 마시다가 안건데 그 여자가 우리랑 같은 학교였다네요. 하긴 우리학교 애들 마시는 동네술집이었으니...
그래서 학교 얘기하고 그날 하루 노닥거렸을 뿐이라고 별거 없다고...
저도 그냥 잊었습니다. 연락도 안되고 알 방도도 없고 과는 알았지만 우리랑 아예 단대부터 달랐거든요.
 
아는 척할까말까하다가 그냥 아는척 안했습니다.
그때 잠깐 만난 사이인데 아는척하면 오히려 작업건다고 할까봐요.
전 어차피 다시 지하철타고 집에 갈거고...
술도 이만큼 마셨으니 제가 말해봐야 기억도 못할거 같고....
전 담배피고 있는데 그냥 혼자서 별별 이야기 다 합니다.
자기는 2X살이고 3년전에는 여군 준비했다니
갑자기 헌법 몇조 몇항 이러면서 막 이야기하면서 나 경찰행정학과 맞지? ㅋㅋ 이러고 있고...
올해는 경찰 시험 준비한다면서 자기가 원래는 ㅇㅇ대학교 경찰행정학과라는둥...
어라? 지난번 만날땐 다른과였던거 같은데..우리학교에서 ㅇㅇ과를 경찰행정이라 부르던가?
정식명칭은 경찰행정이 아닌데..
그냥 제 기억에 혼선이 생겼나 싶어 냅둡니다.
그래서 나도 같은 대학이라니까
엄청 반가워하더니 갑자기 제 손을 꽉쥐면서 "자기야 내 남자친구할래?" 이럽니다.
살다살다 참...
전 괜찮다고 말하면서 손을 뿌리쳤는데 자기가 2년 동안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다면서 팡팡 웁니다.
그냥 집에 갈까 이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제 손을 잡더니 자기 직장에 좀 데려다달라네요.
???왠 직장...밤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술마시다보니 늦어서 못가고 있답니다.
시간은 11시 다 되어가네요.
그냥 경찰서에 전화해서 데리고 가라고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제가 택시태워 보내드릴테니 타고 집에 가라고 했습니다.
이만큼 술 마셨는데 일은 어케 하냐며...그러니까 횡설수설하면서 자긴 오늘 꼭 일하러 가야 한다네요.
몇차례 더 그냥 택시타고 집에 가세요 저는 이러고 자기는 꼭 일해야한다고 그럽니다.
 
예전에 한번 봤던 사이고 동문이라카니 버리기도 뭐하고 우짜지...
싶어서 알겠다하고 데려다주러 갑니다. 바로 근처네요.
오늘 첫출근인데 거기 위치를 모르겠다면서...-_-;
자기 직장이라며 명함 주는데....노래방이네요 -_-;;
내가 혹시나 해서 무슨 일 하냐니까 "아~오빠들한테 술 따르는 일?" 이럽니다.
뭐 알겠다하고 데려다 주러 갑니다.
 
가는데 자기가 클럽 자주 가는데 춤 하난 잘 춘다는둥 K팝스타인가 나갔다는 둥
이런저런 묻지도 않은 이야기 혼자서 합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길거리 한복판에서 골반춤을 추질 않나
자기가 허리를 이렇게 잘팅군다질 않나...유혹하는건가 싶더라고요.
근데 그때 전 아까 썸녀한테 당한 배신감 때문에 여자에 대한 전혀 관심과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애를 데리고 일단 직장까지 데려다주고 "옛날 친구"라고 절 소개하고 애 집어넣습니다. 
노래방 사장님이 반쯤 맛이 간 애를 보더니 한숨 쉬더라고요.
그러더니 여자애가 정말 고맙다면서 내일 꼭 보자고 제 연락처 남겨달라네요.
불려가면 장기 따이는건 아닐까...생각하면서 제 연락처 남깁니다.
그러더니 데려다줘서 고맙다며 만약 자기가 연락 안하면 여기로 전화달라면서 자기 이름 누구누구라고
연락처주네요.
 
전 이미 지하철은 끊겼고 결국 서면에서 방황합니다. 첫차타고 집에 갔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생각 안했습니다 원래 있던 썸녀 떠나고 새로운 로맨스라도 하나...술에 반쯤 취해
별 되도 않는 생각하며 돌아갔습니다.
 
 
* * *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어제 술이 그만큼 된 상태에서 노래방에 일하러 간 동문 여자...걱정이 될 수 밖에 없네요 -_-;
혹시나 해서 아침 11시쯤 알려준 전화로 연락을 합니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ㅇㅇㅇ씨 핸드폰 아닙니까?"
"ㅇㅇㅇ 아버지인데요 무슨 일이십니까?"
"아...ㅇㅇㅇ 대학교때 알던 친군데 몇년간 연락 안되다가 어제 서면에서 우연히 만났거든요.
혹시 어제 집에 잘 들어갔나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하...ㅅㅂ..."
"네?"
 
"공갈치지마시오 우리 애는 고졸이오 대학은 무슨!"
 
???????????
네????????????
뭐라고요?????????????
 
"아뇨 오해가 있으신가본데 몇년전에 친구 소개로 해서 대학시절 만난 사이가 맞아요."
"아 그러니까 공갈치지 마시라고 애는 대학교에 간 적도 없어."
"아니 저기 저는 어제 서면에서 몇년만에 오랜만에 봤는데 애 상태가 많이 안좋길래
애 챙겨주고 나서 걱정되서 전화드린건데 공갈이라뇨 너무 하시는거 아닙니까?"
"애 상태가 안좋으면 냅두거나 집보내야지 뭐하러 상관하오? 애 이용할 생각하지 말고 꺼지쇼!"
"말씀 정말 심하게 하시네요 -_-"
"애 망상병에 어울려서 이용할 생각말라니까! 상태 안좋은 애한테 왜 자꾸 연락을 하러 드는거요!"
"아뇨 저는 지금 뭔말씀하시는지 이해도 잘안되고 그저 걱정되서 전화드렸다니까요?"
"걱정할 필요 없소!"
 
하고 뚝....끊어버리네요.
 
멘붕옵니다. 첫만남이랑 어제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 막 떠오릅니다.
 
"경찰행정학과에다가 동갑이면 그쪽 학번에 내 아는 친구 있는데 ㅋㅋ"
"아 그래? 누군데 누군데?"
"아 XXX라고...혹시 아나?"
"아 알지 근데 별로 친하진 않아. 혹시 그럼 QQQ라고 알아?"
"아니...난 XXX랑은 1학년때 같은 동아리라서 알고 너네 과 자세히는 몰라 ㅋㅋㅋ"
 
"경찰시험 준비는 잘되가나 ㅋㅋㅋ?"
"ㅋㅋㅋ 내년에 쳐볼려고 ㅋㅋㅋ 지금 준비중이야 돈 먼저 모아야지"
"ㅋㅋ 이번달에 있잖아 그건 안치고?"
"아...준비가 덜되서 내년에 하려고 ㅋㅋㅋ"
 
"우리 학교 경사 진짜 뭐하지 않냐? 수시때 맨꼭대기까지 가봤어야했는데 그래야 여기 안왔지 ㅋㅋ"
"진짜 ㅋㅋㅋㅋ 난 원래 서울 살다가 부산와서 살았는데 우리학교 진짜 경사지더라"
"ㅋㅋㅋ 거기다가 뒷편 계단이나 어휴 비오면 완전 ㅋㅋㅋ"
"그치 ㅋㅋㅋㅋ 그래도 난 경찰쪽이라서 체력 장난 아니다 우리들 운동도 하잖아 ㅋㅋ"
 
"아오 우리 교양 A과목 보면 어이없지 않냐? 나 1학년때 그거 애들 폭풍 F였다니까?"
"나는 그거 소문 듣고 첨부터 안들었지롱 ㅋㅋㅋㅋ"
"ㅋㅋㅋㅋ나도 안듣긴 했지 대신 우리과 애들 다 망했었지"
 
"우리학교 아래에 ㅁㅁ술집 있잖아 거기 아직도 있으면 다음에 거기서 볼까?"
"음...다음에 보는거야 둘째치고 거기 아직 있긴 한가? 이사가고 한번도 안가봤는데"
"갈일 없긴 하지 그래도 거기가 맛있었잖아 ㅋㅋ"
"그렇긴 하지 ㅋㅋㅋ"
 
"우리학교 총장 주식 박다가 다 날린거 기억하냐 ㅋㅋㅋ?"
"어 ㅋㅋㅋ 등록금 다 날렸다고 소문 자자했지 당시에 ㅋㅋㅋ"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학교에 자살하는 사람 좀 있었지.."
"응 나때도 몇번 있더라 진짜 슬프지 ㅠㅠ"
 
그 대화들이
다 뻥이었다고???
 
 
대학 안 간 사람이
학교 내 구조랑 건물 생김새랑
수업을 어디서 듣고 어떤 수업이 있고
과에 어떤 사람이 있고 대학에 무슨 사건이 터졌고
학교 주변에 애들 자주 가는 술집까지 안다고???????
학교 다니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학교안과 주변 지리까지 통달해서????
내가 귀신을 본건 아닌가 싶었음....
 
 
개멘붕옴 아침에 조금 비몽사몽하면서 전화했다가 전화 끊고는 에이 내가 오지랖했네 집에나 갈걸
하고 낮잠 자다가 일어나서 잠깐 생각해보니 진짜 이건 호러공포물이더라고요.
그제서야 아버지란 사람이 "망상병" "애 상태가 안좋다" "이용하지말라"라고 한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하.....세상에.....의경생활도 그렇고 별에별 생활하며 많은 사람을 봤지만 세상에....
기억에 너무 확연히 남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스압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글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세줄요약
 
1. 밤에 어떤 술 많이 마셔 취한 여자를 만남
2. 알고보니 옛날에 만난 적 있는 대학동문이라서 정겹게 대학 얘기함
3. 걱정되서 잘 챙겨주고 다음날 전화해보니 고졸이라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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