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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속살까지 환하다
게시물ID : lovestory_86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18 14:27:5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x6uQYWIDR-A





1.jpg

류시화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2.jpg

정호승밥 먹는 법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3.jpg

복효근홍시

 

 

 

누구의 시냐

그 문장 붉다

 

봄 햇살이 씌워준 왕관

다 팽개치고

 

천둥과 칠흙 어둠에 맞서

들이대던 종주먹

그 떫은 피

 

제가 삼킨 눈물로 발효시켜

속살까지 환하다







4.jpg

함민복달과 설중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져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제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5.jpg

맹문재한 그루의 나무를 위하여

 

 

 

나의 시가

한 그루의 나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네

플라스틱 스티로폼 시멘트말고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처럼 창창하게

살았으면 좋겠네

나의 시가 발표되기 위해서는

수십은 살았을 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질 것이네

그 나무만큼 나의 시가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찼으면 좋겠네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이끌어주는 안경이 되고

신발이 되고

부억칼이 되었으면 좋겠네

나의 시가

한 그루의 나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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