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저게 설렘이 되면 어쩌나.
저게 사랑이 되면 어쩌나.
하늘로 들판으로
노을이
붉게 붉게 퍼지고 나면
쉬 밤이 오는데,
저게 밤이 와도
잠 못 드는 설렘이 되면 어쩌나.
저게 밤이 와도
별 같은 사랑이 되면 어쩌나.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낯선 사람에게로 자신을 옮기는 것이지요. 사랑의 대상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람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의 대상을 알아 가는 것의 다른 이름이지요. 이 알아간다는 것은 익숙함을 떠나서 미지로 닫쳐진 타인의 문을 가만히 두드리는 일입니다. 일종의 사람 탐험이지요. 그러니 설렘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서녘 가득히 눈부신 노을이 펼쳐진 때가 있었지요. 그 빛나던 첫사랑의 색깔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다시 시작하는 '설렘'이나 '사랑'이 될까 두렵고 떨렸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가는 게지요. 이 노을 같은 사랑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영국 시인)는 ‘무지개’라는 시에서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나의 가슴은 설렌다./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고 했습니다.
나는 노을을 보면 이렇게 설렙니다. 설레는 날 노을을 오랫동안 지키며 별이 내리는 밤을 맞이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사랑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