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좋은 대학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 세네시간을 자며 공부를 하던 때 였습니다.
매일 조금 자고 일어나서 아침밥도 거르고 공부하고 수업시간에 좀 졸다가 점심 급하게 먹고 공부하고 수업 끝나면 야자하고.. 또 기숙사 오자마자 씻고 공부하고를 반복하던 때라 몸 상태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기숙사 상태도 별로 좋은 편이 아니었고 최소 8명에서 10명 되는 친구들이 좁은 이층침대에 꾸역꾸역 들어가 자야했던 시절이라 스트레스 받기에.. 또 가위 눌리기엔 최적화 된 환경이었습니다.
제 인생 최악의 가위눌림을 체험했던 그 날도.. 어느 날과 다름없이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지쳐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골아떨어졌습니다. 여름의 그 끈적하고 후끈한 새벽 공기도 느끼지 못한 채 잠이 들 정도였으니 어지간히 피곤했을 거에요.
저는 잠을 잘 때 웬만하면 등을 벽 쪽으로 두고 자는 편입니다. 겁이 많기도 하고.. 왜인지 그 편이 더 잠이 잘 오더라구요. 워낙에 어릴 적 부터 쌓여온 습관이라 자다가도 등이 벽 쪽에 닿아있지 않은 것을 느끼면 곧잘 깨곤 했습니다.
그 날도 그랬습니다. 잠이 들 때에는 분명 제 등이 벽 쪽에 닿은 채로 잠이 들었는데 계속 자다보니 등이 서늘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더군요. '아.. 또 자다가 뒤척였나보다..'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등이 벽 쪽에 닿도록 돌아 누웠습니다.
그런데... 분명 나는 돌아서 누웠는데.. 제 몸은 여전히 벽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로 누워있는 겁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현상인가 싶어 다시 돌아 누웠으나 또 다시 그대로.. 한 다섯 번을 반복하니 '아.. 지금 꿈을 꾸는건가?' 싶더라구요.
가뜩이나 한 시간이라도 더 잘 자둬야 할 시기인데 이런 일이 생기니 겁이 나는 것 보다도 짜증이 먼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무의식 중에 누구에게 말을 하듯 "아.. 좀 그만해라 진짜.."라고 짜증을 내며 다시 돌아 누웠습니다.
근데 정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 제 몸은 그대로 누워있을 것인데.. 제 몸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요ㅠㅠ 몸이 그대로인 것은 느껴지는데도 제 시선은 천장을 봤다가 벽을 봤다가 제 옆에서 자는 친구를 봤다가 침대바닥을 봤다가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 쯤 저는 멘붕이 왔죠.. 어지럽기도 했고.. 이렇게 돌다가는 내가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악을 써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연히(?) 소리는 나지 않고 혼자 악 악 거리는 꼴이 되긴 했으나 다행히 빙글빙글 도는 현상은 멈췄습니다.
아.. 진짜 내가 너무 무리를 했나보다.. 이런 일을 다 겪네.. 이런 생각을 하며 떨린 마음을 진정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누군가가 제 머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저는 벽을 바라본 채로 이런 현상을 겪고 있었고, 그랬기에 저는 누가 제 머리를 잡아당기는지 볼 수 없던 상태였습니다. 이미 패닉이 온 상태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 하고 있는데..
잡아당기는 느낌이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제 머리채를 힘껏 당기기 시작하더군요.. 속으로는 제발 그만해주세요.. 빌며 온갖 신을 다 찾았지만 소리를 질러도 "윽윽" 이런 소리만 날 뿐 아무 소리도 내지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더욱 무서웠던 것은.. 제 머리채를 계속 잡아당길 수록 제 몸이 점점 침대 밖 쪽으로 당겨졌다는 것입니다ㅜㅜ.. 실제로요ㅠㅠ.. 더 소름이었던 건.. 이건 꿈일거야.. 를 되뇌이며 제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쪽으로 손을 뻗었는데.. 분명 머리카락은 하늘로 뻗어 있는데(누군가가 잡아 당기기라도 하듯) 제 머리를 잡고 있는 손은 없었다는 것입니다ㅠㅠ
왜일까요.. 침대 밖으로 떨어지면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게.. 저는 필사적으로 침대봉을 붙잡고(이층침대라 계단쪽에 봉이 있었습니다)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봉을 잡고 있는데도 계속 당겨질 정도로.. 저를 당기는 그 어떤 힘은 무지막지하게 강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아아아아아악!!!"하며 소리가 질러지더니 그 무서운 현상도 멈췄습니다.
제가 가장 무서웠던건.. 이 모든 현상이 꿈이라 생각할 수 없게끔.. 제가 실제로 그 현상으로부터 깨어났을 때 몸의 2/3가 침대밖 쪽으로 향해 있었으며 제가 봉을 미친듯이 꼭 잡고 있었다는 점입니다..ㅠㅠ
사실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게 가위눌림인지 아닌지.. 나중에 알고보니 저희 기숙사 제 자리가 귀신 많이 보고 많이 겪는 자리였다는 것 밖엔..
필력이 없어 실제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지 못한게 아쉽네요ㅠㅠ 그래도 저에겐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