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주소 : http://todayhumor.com/?history_342
역게의 필요성을 가장 활발하게 주장하셨던 사일런트힐 님이 역게 초기에 올리셨던 글입니다. 원문은 pgr의 눈시BB 님의 글인데, 이전 주소가 짤렸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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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데프콘 한중전쟁 편에서 한국이 해킹을 통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자 중국이 이걸 알아내고 남북을 이간질합니다. 중국 편을 들려고 하는 북한 고위 인사들에게 새로운 정보가 오죠. '그걸 알려준 게 일본이었다' 구요. 그러자 남북 대동단결! 중국 먼저 잡고 일본 잡겠다면서 남북이 다시 화합하게 됩니다.
만화 남벌에서는 일본이랑 싸운다니까 초장부터 남북 대립 같은 거 없이 북한과 협력하고 무려 '로동 미사일'을 전해 주죠. 김진경씨 소설들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매체들에서도 대동소이, 북한이랑 화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일본을 공격한다' 인 거 같네요 -_-;
일본은 우리에게 최고의 떡밥입니다. 한일전의 분위기야 말할 것도 없고, WBC에서는 '맛의 달인'의 저자가 스포츠에 민족주의를 대입시키지 말라고 하니까 망언을 했다느니 하면서 까 댔죠. ( 이 분은 자기 만화에서 한국에 사과해야 된다고 하는 분이고 민족주의 때문에 자폭한 역사 때문에 일본 지식인들은 이런 경향이 좀 큽니다) 기타 단지 '일본'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심하게 까이는 건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뭐 우리 민족의 감정 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문제는 이것 때문에 왜곡이 돼 버린다는 거죠. 그리고 그 방식이 너무나도 '대일본제국' 스럽구요. 일본의 경우 일부 우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들이 한 짓 때문에 이런 식의 역사 해석에서 꽤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피해자니까 라는 이유로 과격한 말들이 나오고 있죠.
한일공동역사교과서를 편찬하려는 모임이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됐던 일본의 '새역모'에서 낸 교과서와 한국의 역사교과서를 비교해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히려 '새역모'의 교과서가 더 중립적이었다고 합니다. 충격적이죠? 일본에서 과격하고 역사 왜곡이라고 하는 교과서가 우리보다 오히려 더 중립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모습이 적다는 거죠.
간단히 : ) 우리는 일본이 '진출'이라는 표현만 써도 욕하지만 우리 교과서에서는 우리가 한 침략을 다 정복 내지 정벌 내지 수복이라고 표현한다는 거죠. 교과서를 떠나면 정말 무시무시하구요. 동북공정이 한국에서 만주를 수복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해서 만들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뭐 우리만 그러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잘못을 하면 안 된다'는 거겠죠.
많은 토론이 필요한 화제입니다만... 본문에서는 좀 쉬운 오류들을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본 ' 이라는 이유로 거짓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들입니다.
1. Korea와 Corea
pc통신 시절부터 신나게 퍼지더니만 2002년에 절정에 이른 떡밥입니다. 오죽하면 영어 국호를 바꾸자는 진지한 논의가 있었을까요.
' 원래 우리는 Corea였는데 일본이 J보다 앞이라서 K로 바꿨다 ' 는 게 이 떡밥의 요점입니다. 하아... 역시 편집증을 가진 일본이 이런 것도 바꿀 만 하겠죠?
-> Corea, Coree 등 C가 많이 쓰였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걸 썼던 나라들은 대항해시대 당시 주도권을 가졌던 스페인, 포르투칼 등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19세기에 국제 공용어 수준으로 쓰였구요. 이 나라들은 C를 썼습니다. 반면 영국, 독일, 미국 등은 C를 따라 쓰다가 자기들 발음에 편하게 K를 썼다고 합니다. 그 쪽 발음으로는 K가 더 맞다나요.
결국 발음이 라틴식에서 게르만식으로 바뀌면서, 결정적으로 우리를 해방시킨 게 미국이니까 K가 된 거죠. 실제 C를 많이 쓰다가 C와 K가 뒤섞였다가 K로 통일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때 일본이 개입할 여력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일본은 조선을 Chosen Colony로 표기했고 자기 나라도 Japan보단 Nippon 을 쓰려고 했습니다. 대한제국 시절에도 C든 K든 신경 안 쓰고 오히려 Daihan을 쓰려고 했구요.
따질 필요도 없고 굳이 따진다면 미국 탓을 해야 되는데 괜히 일본 탓 하고 있는 거죠. 아니 애초에 일본이 이런 째째한 짓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구요. 합병 전에는 힘이 약해서, 합병 후에는 Chosen으로 쓰길 더 좋아해서, 패망했을 때도 힘이 약해서 이런 짓을 할 이유도 여력도 없는 나라가 일본이었습니다. 딱 이럴 때만 일본이 열강들을 대상으로 한 나라의 국호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처럼 말하죠.
-_-; 그 째째함과 어이 없음으로 '일본'만 들어가면 설득력 있게 바뀌는 것 1순위에 들 만 합니다.
2. 일본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명산들의 중요한 지맥에 말뚝을 박았다.
육각무한면체의 비밀이었나요. 영화에서도 소재로 나온 거죠. 지금이야 좀 줄었지만 심심하면 나오는 떡밥이었습니다. 역시 영악한 일본. 조선의 정기를 끊어먹으려고 발악을 했습니다. 여기에 동원된 철만 해도 얼마나 됐을까요. 끔찍합니다. 심지어 지금 그 말뚝을 국가에서 신경 안 쓰고 없애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발전을 못 한다고 합니다. 이 민족의 원쑤!
-> 뒤에 다시 달겠지만, 그 때 일본은 탈아입구를 너무 좋아해서 미신들을 다 배격하려고 했습니다. 한국의 무속신앙들이 1차적으로 타격을 입은 게 이 때였죠. 근데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 그대로 탈아입구, 근대화, 미신은 다 없애자는 식이었죠. 그런 일본이 이런 짓을? 애초에 일본에는 풍수지리가 없다시피 하죠. orz 그런 일본이 왜 남의 나라 미신으로 남의 나라를 없애려고 했을까요? (자기들이 믿지 않았을 텐데요) 조선인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려고 했다면 아예 대 놓고 했어야죠. 지금 말뚝을 박으려고 했다는 기록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말뚝 같은 게 나오면 다 일본 탓이라고 모는 겁니다. 그 중에는 아예 측량용 같은 표시가 돼 있는데도 '일본이 어쩌구저쩌구' 한 것도 있고, 무속인들이 풍수지리를 이용하기 위해 박은 것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일본이 했다는 증거가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할 이유도 없구요. 미신을 철저히 없애고 신토로 통일하려던 게 일본이었는데요.
3. 일제는 한국 고대사가 담긴 책을 20만권이나 가져가거나 불태웠고, 지금 남은 건 그들이 허용한 삼국사기와 유사 뿐이다.
역시 오래오래 떠돈 떡밥. 우리의 빛나는 역사를 축소시키기 위해 그랬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거구요.
-> 당시 일본이 금지했던 책은 그 목록이 확인됩니다. 20만권은 이 책들의 누적 권수였죠. 이 중에서 역사서는... 없습니다.
이런 반론이 있죠. : ) 일제가 지들이 없앤 걸 없앴다고 말하겠냐고. 그럼 그 없앴다는 증거는 어디 있을까요? 애초에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일본이니까 이럴 거다'는 것일 뿐이죠.
이글루스 블로그에 초록불님이 이렇게 풍자하셨죠.
철수 : 영희가 그러는데 지가 도둑질을 했대. 민수 : 영희한테 직접 물어봤는데 그런 적 없다는데? . 철수 : 넌 영희 말을 믿냐?
...
고려시대에 쓰여진 역사서는 현재 남은 것만 7종입니다. 조선시대에 쓰여진 거야 수도 없이 많죠. 그 이전 역사서가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일제와는 상관 없는 얘깁니다. 삼국사기와 유사만 남았다? 역사 공부를 시작도 안 했거나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죠.
훈민정음 어제는 어느 집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걸 찾은 후에야 훈민정음이 창문을 보고 만든 게 아니라는 게 밝혀졌죠 (...) 현재 발굴과 발견, 번역 등으로 여러 책이나 비문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죠. 그게 발견되는만큼 역사학계는 또 요동치구요. 최근 사례 중에 서동요와 관련된 게 있는데 이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어느 시골에서 빨래판으로 쓰고 있던 비문이 발견되기도 했고 (덕분에 한 쪽의 한자가 다 지워졌다는군요.) 어느 집의 벽에 발라져 있다가 발견된 기록들도 많습니다. 해방 후 전쟁이나 무지로 인해 사라진 게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위서 논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화랑세기 역시 최근에 발견된 겁니다. 아직 찾을 게 너무나도 많다는 거죠. 제가 맨 처음 쓴 잡상에서 부산 동삼동의 유물들을 대학의 창고에서 수십년째 썩혔다고 한 거 기억나시죠? 그런 게 아직 얼마나 있을지 모릅니다. 애초에 규장각 도서들부터가 다 연구되지 않은 게 현재 상황입니다. 그거 하나하나 정설이라고 할 만한 거 만드는데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구요.
일본인들이 가져 간 책들이 있긴 합니다. 그 중에 희귀도서도 얼마든지 있겠죠. 열강들이 그런 짓 한 두 번 했습니까 -_-; 근데 그게 진짜 지금 한국에 없는 고서일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저런 말을 외치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받아내려고, 아니면 목록이라도 찾으려고 노력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무슨 천리안도 아니고 일본이 꽁꽁 숨겨 놓은 책들 이름과 내용을 어떻게 알고 저런 말을 할까요.
4. 기타 여러 가지 떡밥들
일본은 조선인들이 너무 성실하게 일하자 그걸 막고 딴 생각을 하지 못 하게 하려고 화투를 도입했습니다. -> 그 이전에는 조선에 도박이 없었나 봐요.
일본은 한민족의 상징이자 자랑거리를 없애기 위해 백두산 호랑이의 씨를 말렸습니다. -> 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봐야 이런 말이 안 나오죠. 도성에까지 와서 소를 물고 가거나 사람을 죽이는 호랑이를 없애는 건 '조선의 치안을 위해 보호해준다'는 명분을 낸 일본에겐 당연한 거였습니다. 당연히 조선인들도 환영했죠.
일본은 우리 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해 토속신앙들을 박해했습니다. -> 위에서 말했듯 일본은 자기 국내에서도 이랬습니다. 걔네들이 원한 건 근대화, 서양 따라가기였거든요. 한국인들부터가 토속 신앙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게 몇 년이나 됐다고 이런 말을 할까요. -_-;
일본은 '고구리'라고 불리던 걸 갑자기 '고구려'로 바꿨다. 마찬가지로 '강한찬' 장군의 존함을 감히 '강감찬'으로 바꿨다. -> ... 조선시대에도 고구려, 강감찬이라고 불렀죠. 아니 대체 왜 일본이 이런 이름 하나하나까지 신경쓴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그 유명한 광개토대왕비 조작설도 설득력이 별로죠. -_-; 다 일본 일본 일본...
5. 무엇이 문제인가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국 다 어이 없는 말들일 뿐입니다. 딱히 그들이 강조하는 '민족주의'와 관련된 내용도 아니예요. 오히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뭐가 잘 못 됐는지 알 수 있을 뿐이죠. Corea 부분에서는 나라 글자 이름이라도 앞서고픈 강박관념이 느껴지고, 말뚝에서는 나라가 못 사는 걸 미신적인 이유로 치부해 버리며 아직도 풍수지리를 신봉하는 걸 느끼죠. 그리고 전부 다 남 탓 하는 걸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건 현실에서도 술자리에서 '역사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심심하면 나오고, 인터넷에서는 진짜인 양 돌아다닙니다. 이런 황당한 주장들에 설득력을 주는 건 단 하납니다. '일본이니까'
마찬가지로 '좋은 건 다 우리가 일본에게 전해줬다'고 하죠. 뭐 맞는 부분 많습니다. 근데 정작 이걸 자세히 연구하면 고대 한일관계사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그저 '다 우리가 줬다 우리가 짱이다' 타령이죠.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뭐 이거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지만요.
한일전에서 보여주는 모습처럼 이런 그릇된 민족주의는 그래도 뭉칠 수 있는 힘을 주긴 합니다. 그게 해방 후 이렇게 경제성장을 하게 해 준 동력 중 하나였겠죠. 그래서 이런 얘기들이 더 잘 퍼지는 것이구요. 하지만 지금 그렇게 죽일 듯이 남을 원망할 단계는 지났죠. 이런 거 없어도 일본 욕 할 거리 충분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저런 열등감에 사로잡힌 민족주의의 폐해만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