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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온몸이 꽃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6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5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04 13:54:4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_JYHk_D5A44





1.jpg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에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어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리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







2.jpg

최하연핀볼

 

 

 

편의점과 편의점 사이에

미루나무가 있었다

바람이 허리를 꺾어놓아도

미루나무는 새의 둥지를 놓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세계로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둥지와 둥지 사이엔 달이 있었다

눈보라가 둥지를 흔들고는

바닥을 뒤졌다

중력이 모자라 날개는 자유다

날개와 날개 사이에 안개가 있었다

달무리를 걷어낸 손가락이 얼얼했다

덜컹거리는 세계가 반짝였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엔

녹슬어 못 쓰게 된 거울이

거울과 거울 사이엔 네발 달린 짐승이

달을 물어뜯고 있었다







3.jpg

이영광장화 같은 몸

 

 

 

머리 아래에

가슴이 있고

가슴 밑엔 허리가

허리 아래가 있다

 

어지러운 머리는 묻는다

가슴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허리 아래는 무슨 이유가 있는가

 

들끓는 풍랑이었다가

흐트러진 매무새로 기근처럼 지쳐 잠든

머리 아래는

흙탕물이 괴어 벗겨지지 않는 장화 같은

 

몸은

왜 늘 몸부림인가

 

묻는다몸의 물음이라곤

한마디도 들어본 적 없는 허공의

대가리가







4.jpg

이태수마음눈

 

 

 

이른 아침창밖에는

산허리 감싸 안은 물안개

 

산발치 외길엔 밤을 지새운 가로등이

흐릿한 불빛을 흘리고 있다

 

며칠째 지독한 몸살

길 잃고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질하는

마음이 더 아프다

벽 앞의 마음눈이 더 캄캄하다

 

눈을 감고 신열(身熱깊숙이 들어간다

간밤 악몽 속의 망나니들이

마냥 그대로 칼춤을 추고 있다

눈을 떠봐도 여전히

 

모든 문도 길도 어두운 벽이다

마음눈은 여전히 벽 속이다







5.jpg

이상국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어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네 몸은 푸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꽃이다

오월이 오고 또 오면

언젠가 우리가 서로

몸을 바꿀 날이 있겠지

그게 즐거워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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