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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몸의 허무가 닿았다
게시물ID : lovestory_866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03 12:30:5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Q3tlaOaf2U





1.jpg

최호림연꽃

 

 

 

더는 실망하지 않고

두 번 다시 들먹이지 말고

그대를 품을 수 있도록

나를 비우고 비운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상처를 삭이고 미움을 죽이고

푹 썩어 문들어지도록

마침내 한없이 부드럽고

더없이 살가워진 진흙 가슴에

깊이 뿌리 내리고

진정 용서하는 마음이

밝고 아름답게 피어나면

저와 같지 않을까

오므린 두 손이 만나듯

만월(滿月)의 합장(合掌), 성스럽다







2.jpg

문정영정물화

 

 

 

한낮에 아이가 4B연필로 그리는 밑그림 속으로

나는 거미가 되어 기어 들어갔다

금세 흰 도화지에는

네거티브필름 같은 윤곽이 드러나고

나는 오래된 거미줄 위에서 뼈뿐인

이파리 사이를 오가며 흔들거렸다

곧은 어깨를 펴고

꽃을 받쳐 든 둥근 줄기에도

내 몸의 허무가 닿았다

깨진 화분의 사금파리에서

뿜어 올라오는 한 줄기 빛에

다른 세상을 생각하던 눈이 감겼다

갈색보리잠자리가

내 입 속에서 날개치고 있었다

 

엑스레이에 찍힌 검은 꽃대의

금간 갈비뼈누군가 애초에

줄기가 부러진 나무를 그린 것일까

4절지 도화지 속에 뿌리 내린

삶을 재생시키는 꽃화분 하나

나는 그 동안 부러진 나무의 그림자를

거미줄로 감싸고 있었을 뿐이다







3.jpg

김용옥밥숟가락

 

 

 

밥숟가락은

비어 있어서 밥을 뜬다

그리고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하여 비워진다

 

너는

누구의 밥숟가락이냐







4.jpg

이대흠꽃 지네요

 

 

 

꽃 지네요

꽃 지네요

 

당신이 없는데

당신도 없는데

 

히뿍

히뿍

꽃 피더니

 

벼랑 바위에 날 엎지르듯

 

꽃 지네요

꽃 지네요







5.jpg

문태준언제 또 여러번

 

 

 

왼 손목의 맥을 짚으며 비를 보네

물통을 내려놓고 비를 보네

이 비 그치면 낙과(落果)를 줍게 되리

천둥 우는 소리는 처음엔 높고 나중엔 낮아지네

계곡물은 비옷을 입고 급하게 내려오네

오늘 칡넝쿨같이 뻗어가는 구름 아래를 지나며

언제 또 소낙비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네

쏟아짐이여

여러 번의 오후는 여름 위에

여러 번의 여름은 일생(一生위에

이처럼 쏟아진다 할 밖에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질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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