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겠습니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부쳐 -
4개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지난 시간들입니다. 이 시간동안 대한민국의 시계는 돌아갔지만, 유족들의 시각은 그 때 그 시간에 영원히 머물러 있습니다. 311명... 세월호 침몰로 인하여 사망한 탑승객과 구출작전 중 희생된 생명의 숫자입니다. 우리에게는 세 자리 숫자일 뿐이지만, 유족들에게는 획 하나하나에 피눈물 나는 영혼이 담겨있는 그런 숫자입니다. 온 국민이 가슴 아파 했다지만 어찌 감히 유족들의 고통에 비교할 바가 되겠으며, 그 무슨 말을 듣고 그 어떤 보상을 받는다고 만 분의 일이나마 위로가 되겠습니까. 단언컨대 저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일 것이 분명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는 지금부터 유족 여러분들의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을 생각입니다. 이 비수는 여러분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였고 대한민국의 법치체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감히 여러분의 심장에 박힌 비수에 손을 댈 것입니다. 뽑는 과정은 무척이나 아플 것입니다. 전문적인 의료인이 아닌 만큼 거칠지도 모르며 상처가 벌어질 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뽑는 것이 너무나 아파서, 차라리 박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애원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가슴에 꽂힌 그 칼을 뽑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이 여러분도 살고 대한민국도 살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가로 저 역시 손에 여러분들의 피를 묻히게 될지라도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감히 요구합니다.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시라고. 법치에 관련된 문제는 삼권분립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맡겨달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국론의 분열과 국력의 낭비 없이 여러분이 원하시는 진상조사를 원활하게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는 하늘에 있는 희생자들이 여러분들에게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늘에서 부모님들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계속 슬퍼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 내리는 이 비가, 그들이 자신들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 흘리는 눈물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주세요. 그들은 유족 여러분들이 가슴에 비수가 박힌 채 살아가기를 결코 원치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가슴에 박힌 비수가 바로 이 자리,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한민국의 가슴에도 비수를 박아버린 것은 더더욱 원치 않을 것입니다.
유족 여러분, 비록 가슴에 박힌 칼이 몸서리치게 아프더라도 잠시만 단식을 중단하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변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고통에 못 이겨 대한민국의 법치체계 역시 고통스럽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하셨고 전원 유족이 추천한 혹은 야당과 유족이 추천한 검사들로 특검을 꾸리고자 하십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법치제계에 비수를 꽂는 일입니다. 피해자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수사, 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 특별법이라는 명분하에 소급적용까지 되어 선례를 남기게 된다면, 이 나라의 법치체계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별법의 천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법률입니다. 특별법이 많아지면 일반법은 유명무실해 집니다. 이것이 제가 감히 여러분의 가슴에 박힌 비수에 손을 얹고 스스로 피에 물들며 여러분께 하소연 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 너무나 죄송스럽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제가 용기를 내어 여러분께 부탁드린다면, 그래서 여러분의 아픔도 덜어줄 수 있고 대한민국의 법치체계도 바로 세울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사랑하는 유족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시고 저와 함께 심장에 박힌 칼을 뽑고 자리를 떨쳐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한 번만 더 대한민국을 믿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제3자가 법치체계에 입각한 엄정한 조사로 성역 없는 조사를 펼칠 것이고 그것이 진실일 것입니다. 여러분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만들어 낸 음모 속에서 가슴에 박힌 칼의 개수를 늘리지 말아주십시오. 그러한 삶의 태도를 희생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 가슴에서 흘린 피가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체계를 확립하는 양분이 되어 희생자들의 영혼과 함께 대한민국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부디... 대한민국을 한 번만 더 믿어주십시오. 여러분도 살고 이 나라도 사는 방법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이 땅에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유대학생연합 대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 상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