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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손금에 갇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6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51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11/13 14:44:4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TKnYS6rEnw






1.jpg

이수익이 나이쯤의 편애

 

 

 

내 마음 속에

누런 구렁이 한 마리 살고 있네

휘번뜩이며 시퍼런 갈구의 뿌리

어디 몸 둘 곳 몰라 서성이고 있네

입을 벌리면 두 편으로 갈라터진 혓바닥으로부터

서늘한 냉기와 긴 엄습함이 불타오를 듯

숨죽이고 있는 이 편애의 고집

나는 사랑하리

 

최후의 쇠사슬에

몸을 가득 묶고서

어디 갈 곳 없는가숨찬 서성거림으로

기다랗게 또 한번 목을 늘려서 바라보는

 

이 나이쯤의

견고한 결핍또는 위태로운 사랑







2.jpg

이홍섭입술

 

 

 

수족관 유리벽에 제 입술을 빨판처럼 붙이고

간절히도 이쪽을 바라보는 놈이 있다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입술에다 무거운 자기 몸 전체를 걸고 있다

 

저러다 영원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유리를 잘라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 하지 않겠는가







3.jpg

송진환기와불사

 

 

 

기왓장 하나에

삶의 무게 다 내려놓을 수야 있겠냐만

또박또박

가장 절실한 몇 마디 말들살아있다

새벽 범종소리에불경소리에바람소리 물소리에 씻겨

지울 것 다 지우고







4.jpg

전건호손금에 갇히다

 

 

 

몸은 현재에 머물러 있으나

마음은 자꾸 과거를 지향한다

 

내가 움켜쥐었던 그 많던 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손톱에 갇힌 열 개의 반달이

조금씩 저물어 간다

 

생명선과 운명선이 만나는 교차로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5.jpg

하상만한 삽의 흙

 

 

 

땅을 한 삽 퍼서 화분에 담으니

화분이 넘친다

한 삽의 흙이 화분의 전부인 것이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물을 먹고 있는 화분을 지켜보았다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한 송이 꽃이었다

 

꽃에게는 화분이 전부였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한 삽의 흙이면 충분했다

 

우리가 한 삽의 흙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동요를

따라 부르던 시간

열이 난 이마에 올려놓은

어머니의 손

그녀가 내게 전송해준두 개의

귤 그림

떨어져 있어도 함께한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짧은 문자 메시지들

그것들은 신이

미리 알고 우리 속에 마련해 놓은

화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 속에서 꽃 피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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