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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64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1/06 18:11:4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ppS8ZfLxeD0






1.jpg

전건호영혼의 집

 

 

 

담쟁이와 눈이 마주쳤다

창문 틈을 비집고 들이닥칠 기세다

금이 간 벽 통째로 감아 돌며 올라와

창문 들여다보며 손짓을 한다

 

나를 만나기 위해

콘크리트 틈 뿌리 내리고

백 년을 기어올랐구나

 

내가 이 집에 눕기 전부터

네 영혼의 집이었구나

 

내가 누워 잠든 사이

백년을 기어올라

걸어 잠근 방안을

애타게 들여다 보았구나

바람에 찢긴 파란 손바닥

가늘게 흔들며







2.jpg

도종환가을 오후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3.jpg

이창수추강에 낚시 드리우니

 

 

 

식당 벽에 걸린 달력 속에 낚시를 하는 노인이 있다

도롱이를 걸친 흰 수염 옆모습이 낯이 익다

숙취를 콩나물 해장국으로 달래며

식당 주인에게 고춧가루를 더 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낚시하던 노인이 나를 보고 있다

 

저곳은 어디일까

 

노인이 다시 낚싯대로 눈을 고정시킨다

낙엽이 쌓인 강바닥에 잉어가 지나간다

사람들이 고개 숙여 밥 먹는다

물고기보다 조용히 국물을 마신다

 

노인이 천천히 밑밥을 갈고 있다

멀리 물레방아가 보이고

허술한 나무다리를 건너오는

지게 진 사내와 그의 아들

 

두 자나 되는 잉어를 놓친 기억은 사물사물해지고

웅크린 채 밥 먹는 나를

저 노인은 왜 바라보는 것일까







4.jpg

임동윤그늘

 

 

 

튜울립나무 그늘만 깊어가는 자전거보관소

손발 묶인 시간이 정박해 있다

아득히 지워진 이름표와 녹이 슨 뼈마디

무단폐기물 꼬리표를 달고

푸른 추억을 돌리고 있다

4차선도로를 질주하던 속도는

녹슨 바퀴살에 끼어 있다

지하사우나 환풍기구멍으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에 몸을 맡기고

종일 뒤틀린 안장과 바퀴살이 찜질을 한다

퉁퉁 분 바퀴그 무게에 자지러지는 쇠별꽃들

떠나려 해도 꽁꽁 묶여 있는 몸

녹슨 것들은 다무섭다







5.jpg

이정원흙의 사랑법

 

 

 

독을 묻었네

마당을 파고 김칫독을 묻었네

흙에서 난 배추를

흙으로 만든 독에 담아

다시 흙에 묻었네

흙은 독을 발효시키고

독은 배추를 발효시키고

배추는 나를 발효시킬 것이네

맛이 깊어질수록

독은 점점 제 속을 비워

나를 끌어당길 것이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나는 독안으로

한없이 꺼져 들어갈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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