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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얼마 전의 일이다.
2008년 11월 20일.. 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
그 날 그곳에 가서 그런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고 사진 찍고 놀아서...
- 지잉 지잉...
어느 날 아는 소속사 사장님께서 전화가 왔다.
" 지민아(가명) 너 케이블에 ㅁㅁㅁㅁㅁ 나가보지 않을래?
자세한 건 작가님께 들어 봐. 너 번호 알려줄테니, 작가님이 전화하실 거야. "
" ㅁㅁㅁㅁㅁㅎㅎ ?? 어떤 내용의 방송인대요? "
" 음.. ㅇㅇㅇㅇ처럼 무속인이 나오고.. 좀 무서운 방송인데 ㅎ 한 번 나가보렴 ㅎㅎ "
" 아. 사장님. 저 무서운 거 싫어하는데.. 그거 다 짜고 하는 거겠죠? 일단 전화는 받아볼께요. "
" 그래. 조금만 기다려 봐~ 곧 전화 갈 거야."
잠시 후 작가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내용은,
" 짜고 치는 건 아닌데. 그냥 나와서 게스트로 체험단만 하면 된다고... 무섭긴 한데 옆에 진짜 무속인도 같이 가고 처녀보살도 가니 걱정
말라고... 옆에서 호응 잘해주면 된다. "
뭐 이런 내용이였다.
나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많이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느꼈기 때문에 무서웠다.
일부러 내가 직접 제 발로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데...
충분히 가위로 눌렸었고, 시도때도 없이 주위에 영혼이 있다는 걸 느끼는 정도였으니까...
허나 그 적지 않은 출연료가 날 유혹했다......................-_-
결국 난 출연료에 혹해서 출연하기로 했고...
일주일 뒤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오목교로 갔다.(방송국이 여기 있다.)
길을 조금 헤메다 무사히 작가님을 만났고 차에 타고 피디님을 기다렸다.
나 말고도 연극배우를 한다는 예쁘장한 언니도 게스트로 나왔다.
게스트는 여자 둘이 나온다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별로 신경 안 썼다.
카메라 감독님이 쪼끔 늦으셔서 출발은 지연됐지만, 어쨌든 삼십분 정도 기다린 뒤 출발했다.
역시 벤은 넓고 따뜻하고 좋았다.ㅋ
졸음이 왔다.
그때까지 난 천하 태평이였다.
워낙 사교성이 좋은 성격이라 처음엔 낯을 좀 가리고 말은 없지만, 곧 작가언니와 피디님, 게스트 소현언니(가명), 카메라 감독님과 금방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해졌다.
여자들 셋이 모이면 그렇게 수다가 많아지지 않는가...
이것저것 얘기를 했다.
주 내용은 역시 방송의 내용답게 무속과 무서운 얘기였다.
난 듣지 않으려고 일부러 노래를 듣고 피했다.
근데 소현언니가 하는 말이... 자기 고모할머님께서 국가의 굿을 보는 무속인이셨다고...
국가의 굿, 제사를 보는 사람이면 어느정도 인지 무속인의 능력이 대충 짐작되지 않는가.
좀 듣고 싶어졌다. 궁금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씩 소현언니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고모할머님이 말씀하시길 한 대 걸러 다음 세대에 신끼 있는 애가 나오는데 그게 자신(소현언니)였다고...
고모할머님도 연극을 하라고 했고 언니도 연극이 좋아 연극을 한다고 했다.
(신끼 있는 사람들은 연예인, 연극, 배우,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아요.)
그러면서 어렸을 때 접신을 당했다는 얘기를 했다.
(접신이란 일반인에게 귀신이 들리는 것을 말한다.)
무서워서 잘은 못들었지만 대충 내용은 이러했다.
하루는 고모할머니를 뵈러 갔는데, 어깨인가 자신에게 애기 귀신이 붙어 있었다고...
제사를 하는 도중 잡귀가 흘러들어왔다고 했나?
어쨌든. 말도 못할만큼 음식 욕심도 많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했단다.
어쨌든 고모할머님은 내보내야 된다며 짧은 굿? 뭘했는데 그 귀신이 그 언니 몸을 빌려서 하는 말이
" 싫어. 싫어. 안 갈 꺼야. 난 저 애몸에 있을래. 싫어. 안 나가. 놔둬. "
이렇게 말을 하더란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있더란다.
분명 정신은 있는데 내 안에 또다른 내가 있는 것처럼...
여튼 그 귀신은 잘 퇴치를 했다고 했던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래저래 얘기를 하고 얘기 하다 지쳐 다들 잠깐 잠을 잤다.
잠을 깨도 도착한 곳은 눈이 많이 쌓인 시골 마을이였다. 서울엔 눈이 안 왔었는데. 난 그곳에서 첫눈을 맞이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되게 어려보이는 어떤 언니가 왔는데, 처녀보살이라고 했다.
나이는 26? 27?
여튼 게스트 소현언니랑 동갑. 내가 제일 어렸다.
처녀보살은 내려서 시골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며 이런 말을 했다.
" 별로 음기 같은 건 없는데? 이상하네. 마을이 뭐에 보호를 받는 듯?
마을이 큰 돔안에 있는 듯이 포근해. 햇빛도 따듯하고 음기가 없네. 외관상으로는 평화로운데... 뭐 일단 땅거미가 져봐야 알지~ "
그렇다. 내가 봐도 너무나 한적하고 별 거 없어 보이는...
그렇지만 좀 허전한 느낌이 드는 시골마을이였다.
일단 배가 고프니 따땃하게 백숙 한 마리로 뱃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다. 난 잘 먹는다.
덕분에 처녀보살님에게 많은 칭찬도 받고 관심(?)을 받았다.ㅋㅋ
피디님도 굶고 다니냐며 날 걱정했다.
아닌데...
난 그저 작가언니와 소현이언니가 다 못 먹겠다고 해서 다 먹어준 것 뿐이란 말이다.
...
...
...
...
...
...
...
그렇게 재미있게 얘기를 하고 피디님은 마을을 좀 둘러보고 촬영할 만한 곳을 물색하러 가보겠다며 나가셨고,
우린 잠시 여기서 기다려도 되겠냐고 부탁드렸는데, 시골식당의 푸짐한 인심에 따땃하게 많이도 먹었는데 아랫목에 잠깐 쉬고가도 된다는 주인아주머니 덕에 시간이 좀 가는동안 잠깐 방석을 덮고 누워 있을 수 있었다.
(난 따땃한 곳에 누워 있는 게 참 좋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피디님이 오셨다.
난 정말 놀러가는 기분으로 따라 나섰다
마을은 역시나 한적하기 그지 없었다.
일단 첫 번째 흉가부터 가자며 승용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폭이 좁은 도로를 따라 마을 입구에서부터 찬찬히 들어갔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
도로 옆으로 도로는 등을 지고 넓은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집이 보였다.
일단 저곳부터 가보자는 말에 따라들어갔다.
정말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던 걸 증명하듯이 작은 비닐하우스의 비닐은 거의 뜯겨져 나가 있었고, 외양간은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 듯 꽁꽁 파란비닐로 싸여 있었다.
- 끼이익...................
오래된 나무 대문을 열자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안을 들어가보니 뭐 별거 없었다.
되게 아늑하고 □ 형 집이라 마당 한가운데는 햇빛을 듬뿍 받아 춥지도 않았다.
처녀보살이 말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반겨주듯이 참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고...
근데 난 어딘가 모르게 좀 허전하고 서늘했다.
그렇게 찬찬히 둘러본 뒤 처녀보살이 하는 말이...
' 여기 웬 남자가 있는데 농약을 먹고 죽었지만, 아직도 여기에 산다는 듯 열심히 뭔가를 한다고... '
모르겠다. 난 무속인이 아니니깐 그냥 듣고 있었는데 농약. 그 단어가 참 소름끼쳤다.
그리고 두 번째 집으로 갔다.
그 집 또한 □형이였는데 그 집 뒤론 대나무숲이 있었다.
처녀보살이 말하길...
' 대나무가 껴있는 집은 오래된 영혼이 같이 산다고 했다. '
그리고 딱 그 집으로 들어가려고 입구의 오래된... 먼지 쌓인 시멘트를 밟는 순간.
발뒷꿈치부터 아킬레스건 종아리 척추 뒷목 그리고 머리 끝으로 쫙 소름이 돋았다.
순간이였지만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였다.
왠지 모르게 정말 왠지는 몰랐지만 이 집은 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끝없이 돌았다
그리고 웃긴 건..ㅎ
나만 느낀 게 아니고 모두 약간의 음산함를 느꼈다.
미약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모두 느꼈다.
처녀보살이 얘기했다.
여기 왠지 장난이 아니라고...
안채 사랑방 뒤로는 바로 대나무숲이 보였다.
처녀보살은 그 곳 어딘가를 한참 응시했다.
웬 남자가... 왜 왔냐며... 나가라는 식으로 말하더란다.
소름끼쳤다. 싫었다. 그저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근데 피디가 말하길, 여기서 땅거미가 질 때까지 있자고...
여기서 제사를 지내자는 거였다.
천뭐시기..였는데 영혼을 편안히 하늘로 올려주는 제사였다.
난 싫었다. 정말 진심으로 싫었다.
처녀보살도 고민을 하다가 아니라고 차에서 기다리자 했다.
우리는 차로 갔고, 이후에 세 군대 정도 들렀지만 두 번째 집만큼 큰 느낌을 받은 곳이 없다면서 가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할 곳을 첫 번째집과 두 번째집으로 정하고 다시 그 쪽으로 갔다.
첫 번째집과 두 번째집은 100m가량 떨어져 있었고, 그 중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들 마을이 생각보다 커서 돌아다니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와서 피곤했는지 거의 대부분 잠깐의 낮잠을 청했다.
나도 한참 잤다.
잠깐 자고 부산스러움에 깨어났다.
근데 깨어나서 마을 경치를 봤는데...
분명.......
분명히 낮부터 노을이 질부렵까진 포근했던 마을이 너무 음산했다.
은삼한 걸 떠나서 푸르스름한 하늘 빼고는 마을의 바닥에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듯.
들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내 앞으로 2m 이후로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처녀보살은 머리가 아픔을 계속 호소했다.
" 아. 장난 아니다. 여기 정말 장난 아니야. 머리가 쪼금씩 아프더니. 아. 지금 장난 아니다. 막 날 짖눌러, 미치겠다. 얘네. 장난아니야.
여기 호락호락한 곳이 아닌것 같애. 잘못왔어. 오늘 조심해야 겠다. "
난 정말 두려웠다.
나는 아직 머리는 안 아팠는데 어깨가 자꾸 눌림을 받았다.
두 번째집을 갔다와서부터..
계속.....
근데 소현이언니도 그렇다는 거였다.
아. 정말 가기 싫었지만 안 갈 수도 없고...
진짜 두 눈 딱감고 아무일 없을 거라고 마음을 가다듬고 우린 첫 번째 집으로 출발했다.
근데 첫 번째집을 보는 순간. 난 진짜 경악했다.
그 집앞을 똑바로 보지 못할 정도로 완전한 흉가처럼 보였고, 아까의 포근함은 없고, 뭔가 거대한 흉가가 우릴 삼킬듯이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난 소현이 언니의 왼팔에 달라붙어서 그 집을 쳐다보질 못했다.
누가 뒤에서 목을 짖누르듯. 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 때 처녀보살이 말했다.
"와~ 여기 정말 아니야. 한 순간 배신을 당한 느낌이랄까? 아깐 그렇게 따뜻했던 집이 음산한 걸 떠나서 소름이 쫙끼치고,
아. 너무 시끄러워. 머리가 너무 아파. 장난 아니다.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
어머. 어머어머. 쟤 좀 봐. 와........장난아니네.ㅎ
저 나무 대문 조금 열린 틈 있지?
그 사이로 어떤 여자애가 죽일 듯이 우릴 처다보네.
입은 가스가 찬듯이 앙다물고 부풀어 올랐어. 눈이 정말 크다. 살기까지 느껴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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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얼짱 이다솜
이 방송 아시는 분들이 좀 계시네요.
하지만 방송에 나온 건 극히 일부분이였고, 그 안에 미쳐 방송에 나가지 못한 일을 전 많이 겪였어요.
다시는 느끼고 싶지않은 일들을요.
어쨌거나 재미없어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下
" 지금 여기 장난 아니야. 와~ 나까지 무서워서 헛웃음이 나오네. "
피디가 물었다.
" 왜요?? "
" 저 문안쪽 사이로 어떤 여자가 우릴 노려보고 있어. 눈은 쾡하고 크고 입은 가스를 문 것처럼...
무섭다. 정말 무섭다. 저 여자. 뭐 일단 들어가 보자구. "
- 끼리리리리이이익....
낮과는 달리 그 흉가의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는 온갖 소름이 끼치게 만들었다.
아. 난 정말 너무너무 들어가기 싫었다.
들어가자마자 눈이 녹은 물이 떨어지는 소리들. 삐걱거리는 소리들이 났다.
작가님은 접신이 잘들려 들어가지 못했고, 피디님, 카메라감독님, 처녀보살님, 언니,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사람의 숨죽인 발소리...
푸르스름하게 변한 집.
아까와는 다르게 그 집은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집을 처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길은 걸어야 하니 고개를 들려는 순간.
ㅆㅣ..ㅂ.. 목이 축 처져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안 돼. 말도 안 돼 .기분탓일 거야. 아닐 거야.
이렇게 난 내 자신을 위로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들을 따라 천천히 흉가 안으로 들어갔다.
젠장...
처녀보살이 귀신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말이 없었다.
농약을 먹고 죽은 그 여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처녀보살의 입은 부풀어 가고 눈이 빠져 나올 것 같았다.
무서웠다. 제발 짜고 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속으로 하나님까지 찾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갑자기 옆에 소현언니가 이상했다.
" 이상해요. 발 아래 쪽이 좀 울렁울렁거린다고 해야 되나? 왜 중심을 못 잡겠지? "
이러면서 몸의 중심을 잃은 듯. 자기도 모르게 몸을 양옆으로 흔들고 있었다.
난 그러지 말라고 언니 옆에 꼭 붙어서 언니 몸을 잡아 지탱했다.
정말 뭣 같은 건, 목은 죽어도 움직이지 않는 거다.
처녀보살은 아직도 그 여자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신경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난 자꾸 마당을 돌아다니는 카메라 감독님께 말했다.
" 왜 자꾸 돌아다니세요? 안 무서우세요? 가만히 계세요. 신발소리도 무서워요. "
" 나? 여기에 가만히 서 있는데? "
아~ 젠장할...
지금 계속 들리는 이 슬리퍼를 질척질척 끌고 다니는 소린 뭐냐고...
난 그렇게 말하는 내내 계속 들렸다.
카메라 감독님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 슬리퍼 소리가 나는 한참 떨어져 있는 곳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나만 들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또렷이 마당을 원을 그리듯...
돌아다니는 슬리퍼를 질척질척 끄는 소리가 들리냐고 물었다.
소현언니의 말마저 날 미친듯이 괴롭게 했다.
" 어. 언니도 계속 들렸는데... 나도 카메라 감독님인 줄 알았어. 미치겠다. 무서워 "
돌아버릴 것 같았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마침 처녀보살님이 말씀하셨다.
" 여기 장난 아니야. 뭐 이렇게 혼령이 많아. 여기 내가 서 있는 처마에 목매달고 죽은 여자도 있는데, 농약 먹고 죽은 여자도 있고...
여기 사는 사람마다 이 아이들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고, 이것들이 슬리퍼로 끌고 다니면서 장난을 쳐. 아~ 안 되겠다야. 얘네들은
지금 무서울 게 없어. 나가자. 더 있다간 너희들이 위험해. "
아. 욕이 나온다.
그럼 처녀보살이 말은 안 했지만, 흔들리는 소현이언니는 그럼...
내 목은 그럼...
영혼들이 장난을 친 거였다.
젠장, 생각할수록 소름끼치네. 또 혼자 있는데...
빨리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처녀보살의 나가자는 말에, 나는 소현이 언니를 데리고 카메라 감독님이 열어준 문을 빠른 속도로 나갔다.
우리들은 그렇게 도망치듯이 빠른속도로 나왔다.
그리고 내 목은 거짓말처럼 움직여졌다. 목이 가벼워졌고,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던 소현언니도 말을 이어나갔다.
몸이 가벼워졌다면서 난 정말 이대로 가다간 목숨이 남아나질 않겠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감독님과 피디님이 앞장서시며 말했다.
" 잠깐 중간인터뷰하고 두 번째 집으로 갑시다. 아~ 무섭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한기가 돌지 "
아. 젠장.
젠장!!!!!!!!!!!!! 젠장!!!!!!!!!!!!!!!!!!!!!!!!!!!!!!!!!!!!!!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문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들었을 때, 카메라 감독님은 앞에서 걸어가고 계셨다.
근데. 근데.........
근데 왜 카메라 감독님이 문을 잡고 있었지?
아~ 젠장할... 아...................아 젠장. 아 신발......
그렇게 우리 다섯 명은 대나무 숲이있는 두 번째 집 앞으로 향해갔다.
그 집 또한 낮이랑은 딴판이였다.
집 자체에서 이렇게 살기가 느껴지는 건 처음 봤다.
젠장 짜증난다.
다섯명은 중간 인터뷰를 위해 그 집 뒤쪽 버려진 텃밭으로 올라갔다.
설상가상으로 때에 맞춰 보슬보슬 흙의 겉만 살짝 젖힐 정도로 간지럽게 비가 내렸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곳이 참 웃긴 게 내 앞으로 2m 이후로는 검은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이상했다. 그 검은 안개가 더 깊게 깔리는게 느껴졌다.
처녀보살님이 말했다.
" 와~ 이러면 진짜 무서운데 안 되는데. 이렇게 땅거미 막지고 점점 10시를 향해가는 시간에 비까지 오고, 대나무숲까지 있고.
얘네들 좋아서 팔딱팔딱 뛰겠다.
이런 상황에는 더 판을 쳐. 이것들 기분 좋아서 더 그럴 거야. "
....그 말을 뒤로하고 우린. 인터뷰를 준비했다.
소현이 언니가 인터뷰를 하려고 카메라를 받침대에 고정하고 난 그 옆에서 그걸 쳐다보고 있었다.
처녀보살님은 힘드신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등을 돌리고 계셨다.
근데 그 두 번째집 대나무숲 사이로 파란 무언가가 하늘로 쓕~ 올라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남자들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 하하하 쟤네봐, 니들 뭐해?? 하하하하 "
소름이 끼쳤다.
피디님께 말했다.
" 피디님. 피디님 못 봤어요?????? 안 들려요????? 언니!! 못 봤어요???? 안 들려요???????
처녀보살님 저기서 방금 파란 거.. 파란 거 ...!!!!!!!! 목소리!!!!!!!!! "
처녀보살님의 말에 난 어이없음에 말을 잊지 못했다.
" 여기 지금 영가들이 점점 몰려오고 있어. 우리 구경하고 있어.
지금 내 앞에 어떤 꼬마애가 있는데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서 우리 구경하고 있어. 내가 가만히 앉아서 쳐다보니까
' 내가 보여? 내가 보여? ' 이러네. 지금 저 대나무숲에도 엄청 많아. 다닥다닥 붙어있어. 다 우리를 쳐다 봐 "
그 순간.
" 따닥...엇? 이거 왜 이래. "
소현이 언니 얼굴이 잘 나오는지 보고 있던 피디님의 카메라가 진짜 갑자기 꺼졌다.
다섯 명이 돌아가며 배터리도 있는 걸 확인하고 켜보려고 매달렸지만, 꺼진 카메라는 켜질 생각을 안했다.
웃긴 건 좀전에 잘만 돌아가던 다른 카메라도 켜지지 않는 것이였다.
때문에 우리는 중간 인터뷰를 찍지 못했다.
방송으로 보다시피 중간 인터뷰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밭에서 도로가로 내려가기 위해 걸었다.
그 때 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것.
검은 길다란 형체가 그 차를 따라 슉~하고 빠른속도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였다.
근데 그 뒤로 보이는 들판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검고 동글동글한 것들이 다닥다닥 들판 밑으로 폭 꺼져 있는 갓길에 붙어있는 것들이 보였다
'헉' 하고 몸이 굳어 처녀보살님을 쳐다봤다.
젠장. 나만 본 게 아니였다.
소현이 언니와 피디님, 카메라 감독님은 조명기구와 이상해진 카메라를 쳐다보느라 보지 못했고 나와 처녀보살님만 봤다.
무서웠다.
" 봤니?? "
" 네. "
" 너 조심해. 다들 조심해. "
젠장.
젠장. 젠장.
왜 보이는 걸까. 짜증났다. 무섭지 않은 척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준비를 하고 차 안에서 카메라를 고칠 생각이었다.
카메라를 다른 배터리로 교체하려고 하는 순간.
카메라는 거짓말처럼 켜졌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어쨌든 우리들은 그 카메라를 가지고 두 번째 집으로 향했다.
나는 그 집을 처다보지도 못할만큼 무서웠다.
눈을 질끈 감고 언니에게 딱 붙어서 따라갔다.
천천히 그 대문에 시멘트를 밟는 순간.
처녀보살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를 따라 모두 걸음을 멈췄다.
피디가 왜 그러냐며 처녀보살에게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말도 안 돼.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뒤에서는 점점 그 웃음소리들이 커져갔다.
" 야 뭐하냐? 깔까띾꺌까라라라라라하하하하하하ㅏ하하핳하ㅏ하하하하하핳 하하하하핳 아하하하ㅏㅎ "
정신은 멀쩡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눈을 더 질끈 감으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려고 했다.
몸이 내 마음 같이 양 옆으로 움직이고, 내 입은 누가 억지로 비트는 듯이 쉴새없이 빠른속도로 뭐라뭐라 지껄이듯이 뻐끔뻐끔거려댔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무서웠다.
그 순간. 뭐에 맞은 건가?
눈앞이 번쩍 하얘지더니 난 넘어진 것 같았다.
아니. 분명 넘어졌다.
그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그대로 꽂아버리듯. 몸이 굳은 채로 넘어진 것 같았다.
모두들 놀랬다.
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어깨가 보이려고 했고 내 다리가 보였다.
난...난 정말 몸이 움직이지도 않았고, 몸을 굽힐 수도 없는데, 피디님과 카메라맨이 옮기는 내 모습이 순간순간 사진처럼 기억된다.
그리고 차 안에서 숨 죽이고 우릴 기다리고 계시던 작가님이 말을 거는 게 들렸다.
그러면서 나는 이상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난 정신은 있는데 반쯤 나간 상태였던 것 같다.
" ㅋㅋㅋㅋ야 꺼져 ㅋㅋㅋㅋㅋ 죽여버릴꺼야. 얘 죽여버린다고 했다. 나가라. "
처음에 막 웃으면서 이 말을 지껄여댔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대나무숲 흉가 앞에 있던 죽은 나뭇가지 위를 손가락질하며 난 걸터앉은 남자가 있다고 소리를 질러대며 울었다고 한다.
그 순간 또 다른 목소리로 쉴새없이 내 입이 움직였다.
" 야 죽을래? 죽는다. 얘 죽여버릴꺼야.. 죽여버릴꺼라고. 나가. 여긴 우리꺼야.
꺼져. 꺼지라고
꺼져. 꺼지라고 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꺼져$&**#@$@%&% "
칼과. 오색으로 된 천과 향의 연기가 내 눈앞에서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갑자기 향냄새가 확나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숨을 못 쉬겠어!!!!!!!!!!! 숨 못 쉬겠다고!!!!!!!!!!!!!!!!!!!!!!!!!! 하지마. 흑흑 하지마!!!!!!!! "
분명 귓속으로 들린 건지 내가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한 구역질이 났다.
눈물이 쉴새없이 났다.
갑자기 무거운 내 몸이 가벼워진 걸 느꼈고, 난 벌떡 일어나서 차문에 매달려 헛구역질을 해대며 침인지 하얀물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처녀보살님이 향과 오색천 그리고 칼을 가지고 나가자 갑자기 옆에서 두려움에 떨며 피디님을 붙잡고 있던 소현언니가 귀가 찢어질 듯한 애기 소리를 내며 울어댔다.
막 울었다.
애기가 젖을 달라는 것 마냥 막 울어댔다.
애기 우는 소리도 났다.
"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흑흐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 하지마!!!!!!!!!!
하지마!!!!!!!!! 안 돼. 안 돼!!!!!!!!! 하지마!!! 오지마!! "
언니는 하지마. 안 돼. 싫어. 몰라 이 정도의 짧은 말만 되풀이해댔다.
처녀보살은 애기 귀신이 붙었다고했다.
언니는 눈물콧물을 질질 흘려가며 울어댔다.
순간 나도 또 정신을 잃었나 모르겠다.
그렇게 언니는 처녀보살님의 어떤 무언가로 빼어내어 정신을 되찾고 칼을 품 속에 꼬옥 안고 차 속으로 들어왔고, 어느 순간 나 또한 칼을 보자기에 쌓아 품에 꼬옥 안고 있었다.
난 진짜 온몸에 기가 다 빠진듯이 축쳐져서 고개도 들기 싫었고, 웅크리고 앉아 정신나간 애처럼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만을 기다렸다.
피디님과 처녀보살님은 보이지 않았고 그 천을 태우는 것 같았다.
갑자기 작가님 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무지하게 급해보였다.
아까부터 몇 통의 전화가 온 듯 했는데 나와 소현언니 때문에 받지 못한 듯 보였다.
" 송히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혹시 갑자기 쓰러진 애 있지 않았니? 너 옆에 여자애 중에 도끼자루로 맞고 쓰러진 애 있지!? "
난 놀라 작가님을 쳐다보고 사시나무 떨듯 온몸이 떨렸다.
그러면서 소현이 언니가 넋나간 표정으로 작가님과 날 쳐다봤다.
그리고 소릴 질렀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난 온몸에 소름과 엄청난 두려움이 오고 있었다.
그 때. 급히 피디님과 처녀보살님, 그리고 카메라맨님이 탔고, 처녀보살님의 급히 출발하라는 말에 우리들은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카메라에 다 나오진 않았지만, 우리들은 약 한 두 시간 가량을 그 혼령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마을에서 벗어난 우리 다섯 사람은 작가님이 싸왔다며 건네준 김밥을 빈 속에 꾸역꾸역 채워넣 듯 먹어댔다.
다들 말이 없었다.
피디님도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김밥을 드셨다.
너무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 또한 그랬다.
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 무서웠다.
김밥도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들 모두 김밥을 먹는둥 마는둥하다 몇 줄이 남았다.
작가님이 처녀보살님께 다른 무속인인 듯한 사람에게 전화온 내용을 말했다.
처녀보살님과 그 무속인도 아는 듯했다.
처녀보살님은 티는 안 내셨지만 두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그리고 얘기를 꺼내갔다.
" 내가 그 집을 딱 들어가는 순간 한 남자랑 눈이 딱 마주쳤어. 처마에 걸터앉은 사람 한 명. 마루에 걸터앉은 사람 한 명.
모두 우리를 노려보고 있더군. ' 왜왔냐고... ' 지금 나가지 않으면 위험할 거라고 경고를 하더군.
난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지 알고 싶었어.
그리고 이 영혼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고 싶었어.
그래서 접신을 딱 하려는 순간.
날 지켜주시는 대군할아버님의 화난 표정이 보이더니 정신이 확 깼는데 지민이가 쓰러져있더라고...
여긴 지금 너무 위험해.
지민이랑 소현이가 워낙 접신이 잘되는 애들이야. 신끼가 있었던 애들이라.
소현이는 저런 가족력도 있고...
얘네둘 데리고 빨리 나가. 나는 김피디랑 여기서 좀만 더 있다 나갈께.
이 마을 톨게이트 빠져나가서 서울가는 중간에 휴게소에 가 있어. 금방 갈게. "
그 말을 듣고 부산스리 피디님은 말없이 따로 가지고 갈 카메라와 장비를 챙기셨고, 처녀보살님은 말없이 계셨다.
순간 처녀보살님을 보고 차 앞쪽을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눈코입이 없는 동그란 머리 같은 것. 달걀 같은 것. 두 개가 우리 쪽을 향해 보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이 차 주위로 무언가들이 우릴 주시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난 처녀보살님께 내가 본 걸 귓속말로 말했다.
" 너도 보이니? 지금 그 아이들은 우리가 흥미로워. 그래서 우릴 다 쫒아왔어.
차 밖에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우리가 하는 얘기들,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어. 이렇게 우리가 관심가져주면 더 그래. 신경 안 쓰이는 척
신경 끄고 있어. "
젠장할.......
접신까지 당하고 나니 그것들은 별로 무섭지 않았다. 난 피곤함에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웅크렸다.
빨리.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정말 살 것 같았다
작가님은 그 무속인과 계속 통화를 하시는 것 같았다.
소현언니와 난 무섭다며 다시는 이런 경험은 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울먹거리며 서로를 위로하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 우리 할께 있어. 굵은 소금 좀 얻으러 가자. "
우리는 휴게소 식당에서 굵은 소금 한 사발을 얻었고, 사람이 없는 쪽으로 걸어갔다.
시간도 시간이고 12시가 훨씬 넘었을 때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우린 화장실 근처에 섰다.
" 발끝에 굵은 소금을 뿌리면 쫓아왔던 잡귀가 떨어져 나간대. 그리고 이거 뿌리고 뒤를 주시하지마. "
우리는 알았다며 작가님이 뿌려주는 소금을 맞았다.
그리고 작가님에게도 뿌려드렸다.
순간.......
거짓말처럼 세 명 모두 헛구역질을 해댔다.
내가 제일 심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저께 먹은 것부터 그냥 위 속에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나온 것 같았다.
낮에 먹었던 백숙죽부터 시작해서 처음엔 음식물이더니 나중엔 검은 토를 해댔다.
그리곤 할 게 없었는지 이젠 묽은 침만 나와댔다.
잠깐이지만 엄청난 토를 하고 나오니 다들 한바탕 구토를 한 듯 했다.
원래 이렇게 같이 왔던 영혼이 나가면 구토를 한다고 했다.
세 명은 이렇게 기진맥진하여 차를 향해 갔고, 한 삼십분쯤 흘렀을까 슬슬 배가 고파졌다.
" 언니 배고프지 않아요? 속도 쓰린데 우동 먹으러 가요. 혼자가기 무서워요. "
나는 무서워서 언니들을 꼬셨다.
그래서 세 명은 다같이 우동을 먹으러 갔다. 우동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난 아까 그 곳에 있던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였다는 것 마냥. 대낮의 나로 돌아왔다.
소현이 언니도 작가님도 괜찮아보였다.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작가님은 전화를 받고 내게 말했다.
" 지민아. 너가 제일 심하게 접신 당했었다고... 너 집에 가서 향 피우는 거 있지. 제사 때 쓰는....
그걸 욕조에 잘게 풀어서 그게 녹으면 그 물로 목욕하래. 꼭 해. "
" 네. ㅎ "
휴..
그렇게 두 시간인가, 세 시간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처녀보살님과 피디님이 오셨다.
처녀보살님은 힘이 드셨는지 많이 피곤해 보이셨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처녀보살님이 그 마을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시작했다.
" 그니까. 그 마을. 내가 말했잖아... 아까 낮에 뭔가 둘러쌓여 포근했다고...
근데 아니였어. 그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건 영혼들이였고, 낮에 우리가 포근하다고 느낀 건. 그들의 음기가 약해서 그렇게 느껴진 거야.
살짝 누르니까 그냥 포근하구나 한 거지, 밤이 되니까 이것들이 아주 활기를 치더구만...
너희들 가고 접신을 당했어. 오지 말라고... 더이상 가지 말라고...
접신을 깨고 난 알았어.
그 마을에 서낭이 없던 거야. 왜 마을에 그런 거 있잖아. 크고 오래된 나무에 오색천을 묶어두고, 그 옆이나 마을 입구에 장승이 있잖아...
그게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해. 근데 그게 없었던 거야. 없어. 찾아봐도 없어. 그 기운도 안 느껴지고...
마을 주민들 찾아뵙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왔는데, 마을에 수로를 뚫고 큰 아파트인지뭔지 큰 건물을 지으려고 하느라 그 서낭과 장승을
베어버린 거지..
그 건물 공사를 하는데 첫 번째 회사가 하다 망하고, 두 번째 회사가 하다 망하고, 이렇게 4개 회사가 만들다 망해서 그 후론 그 건물은
폐건물이 된 거였어. 공사를 하다 짤려서 죽은 사람도 있었고...
마을에 서낭과 장승이 없으면 집에 대문이 없는 것과 똑같아. 집에 대문이 있어야 사람들이 안 들어오지. 그치?
근데 집에 대문이 없어 봐. 이것저것 다 들어올 거 아냐? 그리고 대문이 없는 집에 사람이 살 수 있겠어? 못 살아.
이 마을은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이 없기 때문에 떠돌아 다니던 갈 곳 없는 영혼들이 이곳으로 다~흘러들어와서 안 나갔던 거야.
얘들에겐 이렇게 좋은 곳이 따로 없지. 안 그래도 갈 곳도 없는데, 서낭도 없고 장승도 없어서 여긴 제사 자체를 지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여긴 이대로 놔둬야 해...
거기 사는 주민들은 하도 오래 살고 하니까 아예 거기와 한몸이 돼서 안 당하는 거고 ..
그래도 귀신은 가끔 본다고 하더라고.. "
우리들은 그렇게 마을 얘기를 들으며 서울로 올라갔고, 서울로 온 나는 몇 년만에 온듯 너무나 반가웠다.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난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고싶지 않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리곤 서울에 남아 있던 스탭들과 다같이 뒷풀이를 하러 갔다.
피디님은 다른 작가님, 피디님들과 얘기를 하더니 소현언니와 나에게 말했다.
" 오늘 대박이다. 시청률 장난 아닐 것 같다.
서현아. 지민아. 이런말 정말 실례인 거 아는데... 나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네 정말 연기 아니였어? "
순간 난 너무 섭섭하고 화가 났다..
" 전 정말 무서워서 죽을 뻔하고 목숨이 왔다갔다 했던 걸 보셨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세요.
저 연기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거 아시잖아요. 욕 심하게 하고 그랬던 거 편집하지 말고 올리세요. 눈물콧물질질짠것도.
제가 만약에 연기였으면 전 누가 시켜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 꽂아내리 듯 박으라고 하면 절대 그렇겐 못 박아요. 절구통 찧는 소리가
났었대매요.
근데 웃긴 건 저 머리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요.
처녀보살님이 말했잖아요. 그정도 소리면 머리 깨졌을 거라고.
솔직히 머리 피터진 줄 알고 머리부터 감쌌다고... 저오늘 너무 무서웠어요.. "
" 맞아요. 지민이 말대로 우리가 연기였다면. 내가 연기였다면. 전 칸영화제로 가야 돼요. 전 벌써 공중파 연예인 됐죠. "
생각해 보니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였다.
문을 열어준 카메라맨.
슬리퍼의 질척거리는 소리.
꺼진 카메라.
내가 보고 들었던 것들.
다 같이 보았던 것들.
소현이 언니의 울음소리에 애기울음소리가 들렸던 것.
그리고...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절구통을 찧듯 쿵!! 하고 떨어진 내 머리가 멀쩡하다는 것.
우리들은 그 마을에서 일어난 얘기들로 소름이 끼친다며 덜덜덜 떨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집에 간 뒤로 나와 작가언니. 그리고 연락은 안 되지만 소현이 언니도 우리는 몸살이 걸렸다.
난 한 일주일 정도 앓았던 것 같다. 작가언니도 그랬고...
일주일 후엔 말끔히 나았다.
그리고 중간에. 고정으로 출현하지 않겠냐는 피디님의 제안도 정중히 거절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런 경험을 또 경험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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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얼짱 이다솜
이걸 쓰는 도중에도 자꾸 어깨가 누가 팔을 괴고 있는 듯이 눌리고 아픈 건 뭘까..
아. 그리고...
하나 더...
이 마을이 흉가마을이라 워낙 귀신이 많고 마을사람들이 귀신을 많이 봐 흉흉한 소문도 많이 돌고해서 몇몇 나이 지긋하신 분들 빼고는 젊은 사람들이 한 분도 안계세요.
어느 수준이냐면..
흉가가 한 집걸러 하나 있고 한 집 걸러 또 있고, 진짜 말그대로 흉가마을이예요.
그리고 이 글은 방송을 중심으로 쓴 게 아니라, 제가 겪은 내용을 제 중심으로 쓴글이라서 방송에서 제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찍혔는지도 잘 몰라요.
너무 정신도 없었고 기억을 잃은 순간도 많았거든요.
만약 운좋게 찾아서 보신분은 좀 허탈할 수 있어요.
편집이라기보단 카메라가 말을 안 들어서 안 찍힌게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편집한 곳이 많아요.
글구 방송 보시고 이 글 한 번 더 읽으시면 더 무서울 것 같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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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동영상입니다. 나름 힘들게 찾았어요. 링크걸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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